샤워를 마치고 나면 욕실 수챗구멍에 시커멓게 머리카락이 뭉쳐 있을 때가 있다. 환절기 탓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의구심을 품으면서 처음 떠올리는 것은 바로 두피에 좋다는 샴푸와 마사지 요법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탈모의 원인은 신체의 이상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머리카락을 풍성하게 자라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에스트로겐을 분비하는 여성의 생식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 머리숱이 적어지거나 탈모가 생긴다. 그러므로 탈모가 시작됐다면 여성은 자궁이나 난소 기능의 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탈모가 시작됐을 때 의심해야 할 질병으로는 자궁근종, 난소낭종, 자궁내막증 등이 있다.
이러한 자궁이나 난소 질환으로 탈모가 진행될 때는 머리카락 가장자리 부분에 흰머리가 생기거나 머리카락 자체가 윤기를 잃고 푸석해진다. 이럴 때는 생리 양이 변하거나,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심한 생리통이 생긴다. 또 생리가 없는 기간에도 아랫배가 묵직하게 압박감이 들고 손발이 차거나 두통, 빈혈, 무기력증 등과 함께 전체적으로 통증을 느끼는 증상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신체에 무리를 주어 심하면 여성 질환을 불러일으키거나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여성의 자궁은 한방에서 간맥(肝脈)에 배속시킬 수 있다. 간은 피로를 이겨내는 원동력을 주며 혈(血)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경우 간장맥이 원활히 작용하지 못하면서 피로가 심해지고 혈이 적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하부의 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서 하복부가 점점 냉해지고, 단단하게 잡히는 어혈이나 덩어리가 생겨 자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런 경우 청장요법과 기혈순환을 돕는 치료를 한다. 이는 자궁에 직접 시술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하복부에 쌓인 숙변과 노폐물을 제거해 정체해 있는 기운을 순환시키면서 자궁에 누적된 어혈이 배출되게 한다.
이와 함께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자궁을 보하는 한약을 써서 냉한 하복부를 따뜻하게 해주고 등 쪽으로 부항을 하여 인체의 양기 순환을 높여 보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치료를 받으면 빠지던 머리카락이 덜 빠지고 다시 새 머리카락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머리가 빠진다고 샴푸나 미용실에서 그 해답을 구하려 하기 전에 몸의 안 좋은 부분을 자세히 진찰해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증상을 호전시키면 탈모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글/정지행 한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