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관능적이면서 세련된 여성의 전유물일 것 같은 향수는 아이러니하게도 퀴퀴한 냄새가 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향수는 아주 멀리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 신에게 드리는 동물을 태울 때 나는 좋지 않은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내가 나는 나뭇가지를 태우고 향나무 즙을 몸에 바르면서부터 시작됐다. 고대에도 몸의 좋지 않은 냄새를 없애기 위해 시작됐는데 패션과 아름다움의 근원지인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전에서도 재미난 일화를 찾을 수 있다. 베르사유궁전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계속되는 파티에 많은 귀족들과 여인들은 과연 어떻게 생리현상을 해결했을까? 바로 남들의 눈을 피해 건물 벽이나 정원 풀숲을 애용했는데 이 때문에 궁전에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래된 향수 문화를 자랑하는 프랑스가 바로 이런 이유로 향수 산업이 발전했다니 꽤 재미있는 일이다.
누구나 향수에 대한 달콤한 추억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향수는 20세가 되는 성년의 날 선물로도 손꼽히는데, 향수를 사용한다는 것은 한 단계 성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의 첫 향수 경험 역시 20대 때이다. 두 번째 남자친구가 향수를 내게 선물해주었다. 그때는 향수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어떤 제품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남자친구는 나에게 향수를 사용해서 좀 더 여성스러워지길 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모델이 된 후 외국에서 다양한 나라의 모델들과 함께 패션쇼에 서면서 그들 특유의 냄새를 견디느라 참으로 힘들었다. 물론 외국 모델들은 동양 모델의 마늘과 김치 냄새에 코를 막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모델 활동을 시작하면서 향수를 즐기기 시작했다. 향수는 나처럼 에티켓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성을 유혹할 때도 자주 사용한다. 팜므파탈의 원조격인 황진이나 클레오파트라도 허리춤에 사향이라는 향을 지니고 다녔다고 전해진다. 이제 손끝에서 나는 양파와 마늘 냄새는 버리고 내 마음은 물론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할 아름다운 나만의 향을 찾아보자.
향수는 같은 향기라도 향로의 농도, 알코올 함유랑, 향기의 지속 시간에 따라 구분되는데 퍼퓸은 향이 가장 짙고 용량이 적으며 향로 양이 가장 많다. 오 데 퍼퓸은 향기의 깊이가 있는 제품이며 오 데 토일렛은 3~6%, 혹은 7~8%의 향로 감각이 신선한 향을 3~4시간 정도 지속시키는 제품으로 향수 중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유럽에선 오 데 퍼퓸 제형을 즐기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 데 토일렛을 많이 사용한다. 산뜻한 시트러스 계열이 어울리던 여름과 달리 가을에는 농도가 짙은 머스크, 오디 앰버 등의 진한 향이나 샌들우드, 시더우드 등 동양적인 향이 잘 어울린다. 초가을에는 과일이나 꽃, 나무껍질을 원료로 한 은은한 향의 향수가 어울리고 늦가을에는 동물성 향료가 가미돼 따뜻하고 진한 향이 나는 향수가 좋다. 봄이나 여름에 비해 가을은 개성 있고 독특한 향수를 사용해도 좋은 시기. 만약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다면 머스크 향이나 우디 향이 좋고, 좀 더 섹시하고 관능적인 느낌을 주고 싶다면 오리엔탈과 플로럴 향이 믹스된 향수가 좋다.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시크하면서도 조금 진한 향이나 프레시한 향을 선호한다. 때때로 남성 향수를 사용하기도 한다. 향수를 뿌린 남자도. 또 남자 향수도 무척 좋아한다.
나만의 향수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에게 이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가?’, ‘내가 자주 입는 옷은 어떤 것들인가?’,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스타일이 어울린다고 말하는가?’
이와 같은 물음의 답에 따라서 캐주얼 스타일에 맞는 상쾌하고 프레시한 향, 여성스러운 옷차림에 맞는 로맨틱하고 은은한 향 등을 맞춰볼 순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향수는 패션을 완성시키는 아이템이다. 매일 옷을 갈아입듯이 향수를 바꿔 사용한다면 매일 새로운 즐거움을 스스로에게 선사하게 될 것이다. 이번 가을 분위기 있는 향수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향수 리스트를 팁으로 소개한다.
박둘선의 Auiumn It Perf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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