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무렵, 축구선수 안정환과 당시 꽃미남으로 떠오른 김재원이 등장해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라는 유행어를 남긴 컬러로션 CF를 기억하는지. 그때만 해도 ‘그루밍’이라는 단어는 생소했고, 남자는 손바닥에 스킨을 덜어 얼굴에 ‘팍!’ 소리 나게 바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 후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남자의 컬러로션, 비비크림의 사용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깨끗한 피부 표현을 위한 남자의 노력은 자기관리와 부지런함의 척도로 인정받고 있으며, 수많은 브랜드에서도 남성 전용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부터 이미 익숙해진 컬러로션이나 비비크림을 넘어선, 그보다 효과적이고 본격적인 4단계의 베이스 메이크업에 대해 말하려 한다. 일단, 메이크업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 남자의 메이크업 목적은 피부를 백옥같이 하얗게 만드는 것이 아닌 깔끔하고 건강해 보이도록 하는, 단지 그뿐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 사용할 제품은 메이크업 베이스 혹은 프라이머다. 많은 남성들이 컬러로션이나 비비크림을 사용한 후 피부에 각질이 하얗게 들뜬 경험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야말로 ‘화장한 티’가 나게 되는데, 자칫 호감을 주려다 비호감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메이크업 베이스나 프라이머는 이후 사용할 컬러로션 혹은 비비크림이 피부에 잘 밀착될 수 있도록 돕는다. 단, 많이 바르면 다음 단계에서 밀리는 현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진주알 정도의 크기를 펌핑해 얼굴 전체에 얇게 펴 바른다.
김한균이 추천하는 베이스 메이크업 아이템
비비크림이나 컬러로션의 경우, 남성 전용 제품이 꽤 많은 편. 하지만 프라이머, 컨실러, 팩트 등은 아직까지 전용 제품이 많지 않다. 오히려 여성 메이크업 브랜드가 다양한 컬러와 질감의 제품을 갖추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앞에서 설명한 4가지 단계에 필요한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과 도구 몇 가지를 김한균이 추천했다.
두 번째 사용할 제품은 컬러로션 혹은 비비크림이다. 피부톤을 깨끗하게 보정하는 동시에 과다하게 분비되는 피지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선택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피부톤에 맞는 컬러를 고르는 것. 여성용 파운데이션처럼 선택의 폭이 넓지 않으므로 구입 전 매장에서 반드시 테스트해보아 본인 피부색과 자연스럽게 매치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너무 많은 양을 바르면 거부감을 줄 수 있으므로 최소한의 양을 얇게 펴 발라 피부톤을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사용한다.
세 번째는 컨실러의 사용이다. 컨실러는 피부의 특정 결점을 집중적으로 커버하는 제품. 얼굴의 상처, 점, 다크서클 등 작지만 감추고 싶은 부위를 커버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더라도 피부에 잡티가 많은 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다. 원래 피부톤보다 한 톤 더 밝은 색상을 선택하고 손등에 덜어 커버할 부위에 아주 적은 양을 바른 뒤 스펀지나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린다.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지만 비비크림으로 전체적인 피부톤이 정리됐다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 연출된다. 남은 컨실러는 콧등에 살짝 문질러보자. 콧대가 높아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은 파우더 혹은 팩트. 기름기를 빨아들여 보송보송한 피부로 연출하고 약간의 커버력을 더하며, 완성된 메이크업의 지속력을 높여준다. 단, 과도하게 사용하면 얼굴을 너무 하얗거나 건조하게 만들어 주름이 돋보일 수 있으므로 이마와 코를 연결하는 T존 부위에만 바를 것을 추천한다. 브러시 등 도구를 사용해 얇고 균일하게 바르는 것도 노하우다.
이 모든 과정이 처음엔 번거롭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휴일을 이용해 한두 번 연습하다 보면 금세 익숙해지며 시간도 단축된다. 무엇보다 깔끔하게 정돈된 피부만으로도 주변의 시선이 달라지며, 그 확인하는 순간 자신감은 물론 일의 능률까지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루밍 전문 블로거 김한균
■제품 협찬 / 닥터자르트(1544-5453), 라네즈(02-546-7764), 메이크업 포에버(02-3438-5423), 이니스프리(080-380-0114) ■ 진행 / 정지연 기자 ■글 / 김한균 ■사진 / 이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