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빙을 ‘남자의, 남자를 위한, 남자만의 특권’이라고 말하면 거창해 보이는가. 하지만 턱수염, 콧수염이 풍성한 여자를 보았는가? 혹은 셰이빙 폼을 바르고 면도를 하는 여자가 나오는 면도기 광고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그 모습이 이상하지 않게 느껴진다면 마스카라를 하는 남자의 모습도 자연스러워야 할 것이다. 면도기는 엄연히 따지면 칼의 한 종류. 예로부터 칼을 들고 나가 싸우는 이는 남자가 대부분이었다.
오늘날에 비유하자면, 대부분의 남자가 매일 아침 면도기를 들고 욕실이라는 전쟁터로 향한다. 다소 억지스러운 인과관계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셰이빙’만큼은 ‘남자의 특권’으로 생각했으면 해서 하는 얘기다. 마냥 귀찮게 여길 일은 아니다. 면도는 그루밍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 연예인이나 일부 남자들의 멋스러운 수염을 보고 섣불리 기르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긴 수염을 다듬는 일은 깔끔한 셰이빙보다 몇 배는 더 까다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염으로 남자다움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면도하는 것이 대부분의 남자에게 효과적이다.
그럼 이제 똑똑한 셰이빙 노하우에 대해 알아보자. 면도는 물을 묻히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면도기를 사용하는 ‘건식 면도’와 셰이빙 폼·젤·크림을 바른 뒤 칼 면도기를 사용하는 ‘습식 면도’로 나눌 수 있다. 면도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개운한 마무리감에 따라 장단점이 있으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방식으로 면도하면 된다. 단, 고가의 제품이거나 날의 개수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칼’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아무리 수염을 깔끔하게 정리해줘도 피부에 자극적인 도구는 좋지 않다. 면도시 쉽게 베이거나 면도 후 기초 제품을 사용했을 때 쓰라림 등의 통증이 느껴진다면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낫다.
민감한 피부라면 면도 전, 면도 부위를 따뜻한 물이나 스팀타월에 불리면 도움이 된다. ‘습식 면도’라면 풍부하고 부드러운 셰이빙 폼으로 자극을 줄인다. 이보다 더 중요한 과정은 ‘애프터 셰이브’. 아무리 저자극의 도구라도 면도시 칼날이 직접적으로 피부에 닿기 때문에 ‘레이저 번’이라고 불리는 미세한 면도 자국이 남으며, 턱 부위가 매우 예민해진다. 대부분의 애프터 셰이브 제품에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는 면도 부위를 소독하는 역할을 한다. 알코올의 함량에 따라 오히려 자극적일 수 있으므로 이를 최소화하면서 면도 부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애프터 셰이브를 사용한 후에는 보습 제품을 충분히 덧발라야 하는데 이는 알코올 성분이 증발하며 피부를 매우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습 과정을 소홀히 하면 면도 부위에 하얗게 각질이 뜨거나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으니 반드시 챙겨 발라야 한다.
아직도 면도를 단순한 ‘칼질’이라고 말할 것인가. 어쩌면 여자의 메이크업보다 더 정교하고 섬세한 과정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동안 아내나 여자친구로부터 “면도 왜 안 했어? 지저분해 보여!”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면 이 글을 참고해 깔끔한 남자로 거듭나볼 것. 앞으로는 “당신도 메이크업 좀 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한균이 추천하는 셰이빙 아이템
아침, 저녁으로 피부 관리에 열심인 여자들과 달리 세안이나 면도 후 하루에 단 한 번 스킨케어에 신경 쓰는 남자들을 위해 면도 전후에 사용하기 좋은 화장품과 깔끔하고 안전한 면도를 돕는 면도기를 김한균이 추천했다.
어릴 적부터 화장품에 유독 관심이 많았던 25세 대학생으로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인 ‘완소균이 뷰티로그(blog.naver.com/paiele)’는 네티즌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적성과 취미를 살려 본래 전공인 광고홍보학과 함께 화장품학을 부전공하며 피부관리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업체 여러 곳의 인턴을 거쳐 대학생 커뮤니티 ‘아웃캠퍼스’에서 뷰티 특강을 진행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남성 화장품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제품 협찬 / 닥터엠엘이(080-500-0037), 브라운(1588-1588), 비오템옴므(02-3497-9840), 쉬크(02-2103-8292), 아메리칸 크루(1566-9963), 질레트(080-920-6000), 크리니크(02-3440-2773), 폴라초이스(02-801-0066) ■진행 / 정지연 기자 ■ 글 / 김한균 ■사진 / 강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