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성형 적금’, ‘성형 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성형 수술에 필요한 고액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미리 적금을 들거나, 성형에 관심 있는 지인들이 모여 곗돈을 모으는 모임을 결성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여기서 더 발전한 ‘성형 협찬’ 트렌드가 생겼다. 굳이 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예뻐질 수 있다는 新성형문화를 소개한다.
얼마 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하루 종일 검색어 1위를 장식하고 있는 모 여배우의 이름을 클릭해봤더니, 그녀가 양악 수술을 받고 한층 물오른 미모를 자랑한다는 내용들로 도배가 돼 있었다. 이런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연예인에게 성형은 ‘숨겨야 하는 비밀’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수술 사실을 먼저 고백하는 것은 물론 연예인이 성형외과의 한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부기도 채 빠지지 않은 상태의 수술 경과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리며 병원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형 수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관련 정보를 글과 사진으로 적극적으로 알리는 조건하에 전액 무료 혹은 일부 할인 혜택을 받는다는 ‘성형 협찬’에 대한 궁금증을 짚어봤다.
[성형 완전정복] 공짜로 예뻐진다?
연예인들에게 성형 수술을 협찬하는 것은 일종의 ‘셀렙 마케팅’에 해당한다. 셀렙 마케팅은 연예인 등 유명인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기업이나 제품을 홍보,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이경규 꼬꼬면’, ‘소지섭 커피’, ‘정형돈 도니도니 돈까스’, ‘하유미 팩’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그런데 사실 셀렙 마케팅은 성형외과가 연예인과 연계해 병원을 홍보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성형외과가 셀렙 마케팅에 크게 일조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여러 성형외과에서는 연예인이 해당 병원에서 성형 수술을 했든 하지 않았든 그 여부에 상관없이 연예인이 병원에서 원장 혹은 관계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촬영해 온·오프라인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대중이 잘 알고 있는 유명인이 정말로 그 병원에서 수술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간접적 오해를 불러일으킨 소극적인 셀렙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물론 이때는 돈이 개입되기보다는 주로 인맥이나 친분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즈음의 셀렙 마케팅은 보다 적극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방송에 출연해 성형 수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함과 동시에 자신이 다니는 성형외과까지 가감 없이 노출하는 일부 유명 연예인들의 경우 성형을 무료로 받는 것은 물론 추가로 1, 2천여 만원의 모델료를 받기도 한다. 광고 효과가 매우 좋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일정 부분 더 배당받는 경우도 있다. 스타와 제품을 연계해 이뤄지는 셀렙 마케팅 형식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어느 정도 인지도 높아야 협찬도 가능
사진을 이용한 셀렙 마케팅 역시 돈과 연계되어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연예인과 병원 사이의 브로커도 존재한다, ‘배우 OOO에게 얼마의 돈을 지급하면 사진을 찍어줄 수 있다’라는 식으로 가운데서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경우 병원을 방문해 관계자와 사진만 찍어줘도 멤버 한 명당 2백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멤버 수가 다섯 명인 아이돌 그룹은 다 같이 잠깐 병원에 들러 사진 촬영만 하고 1천만원을 순식간에 버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수술을 받는다면 수술비는 대부분 무료다. 다만 모든 성형외과에서 이러한 셀렙 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잘 알려진 대형 병원들 사이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자발적으로 성형 협찬을 요구하는 연예인도 있다. 먼저 병원 측에 무료 성형이나 일부 협찬을 문의하는 연예인들은 대체적으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모두 성형 협찬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원이 해당 연예인을 통해 어느 정도의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겠다는 것이 예상되어야 성형 협찬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연예인들도 인지도에 따라 협찬에 대한 범위가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성형 협찬을 받을 때는 연예인과 관계자의 사진, 수술 전후 사진 등을 병원 내에서만 쓸 것인지 아니면 버스나 지하철역 등 옥외 광고에도 노출할 것인지에 대한 광고 노출 범위를 미리 정하고, 언제까지 해당 연예인의 성형 사실을 병원 홍보에 활용하는지에 대한 광고 기간도 협찬 계약시 결정한다.
성형외과 괴롭히는 진상 연예인도 다수
경제적으로 그다지 아쉬울 것이 없는 톱스타들의 경우 오히려 성형 사실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병원에 환자들이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비공개 수술을 요구하기도 한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연예인이 새벽에 병원을 통째로 빌려서 성형 수술을 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수술실에도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최소 인원만 배치하기를 원했고 결국 병원 측에서 그렇게 맞춰줬다”라며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평소 명품광으로 알려진 한 여자 방송인은 자신의 유명세를 언급하면서 병원 측에 무료 성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돌 그룹을 전문으로 양성하는 유명 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가수들의 인지도를 이용해 성형업계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또 10대의 나이에 성형 중독자가 된 모델 겸 탤런트 K는 소속사 대표가 유명 안면윤곽성형 전문 병원 로비에서 “우리 OO가 앞으로 얼마나 크게 될지 모르냐”라며 수술비를 깎아달라고 억지를 부렸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성형 완전정복] 공짜로 예뻐진다?
스타들의 성형 공개, 위험한 유행 부추기기도
연예인들이 원하는 예쁘고 잘생긴 얼굴은 어떤 것일까? 예전에는 김태희, 김희선, 고현정, 이미연 등 누가 봐도 예쁜 얼굴이 가장 예쁜 얼굴이고, 성형 수술을 통해서라도 그들과 비슷해지고 싶어 했지만 요즘에는 연예인들도 자신에게 맞는 현실적인 수술을 선택한다. 과거에는 무조건 카메라 화면발이 잘 받을 수 있도록 짙은 인상을 만들어달라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티 나지 않으면서 예뻐지는 수술을 원한다. 아이돌 그룹 출신의 가수 겸 탤런트 A는 얼마 전 데뷔 당시 코를 높이기 위한 성형 수술을 하면서 높고 뭉툭하게 넣었던 실리콘 보형물을 빼는 재수술을 받았다. 여성 댄스 그룹 출신의 가수 B도 턱 부분에 들어 있던 보형물을 제거했고, 아역배우 출신의 탤런트 C도 코 성형 수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원상 복귀시키는 수술을 했다.
그렇다면 요즘 연예인들 사이에서 뜨는 성형 수술은 무엇일까? 성형에 트렌드는 특별히 없는 편이다. 물론 최근 양악 수술이 대세로 여겨지기는 하지만 사실 양악 수술은 오래전부터 계속 시행되어오던 것이다. 다만 요즈음 연예인을 통해 화제가 되다 보니 양악 수술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뿐이다. 의학계에서는 요즘 사람들이 양악 수술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셀렙 마케팅이 자칫 양악 수술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수술을 너무 쉽고 가볍게 만드는 위험한 마케팅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연예인의 성형 공개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폐해도 있다. 전체 성형 시장을 크게 넓혀주기는 하지만 성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성형 수술에 대한 정보를 쉽고 가볍게만 인식시키고 과도한 환상을 심어준다는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인 성형 협찬도 이제는 흔한 일
일반인들의 무료 성형과 성형 협찬 역시 연예인들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얼굴 전체의 성형 전후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완벽하게 공개하는 경우 무료 성형을 받거나 성형 비용을 일부 협찬받는다. 다만 일반인들은 광고료나 플러스알파(+α)의 비용을 추가로 받지 않는다.
노출 부위가 많을수록 병원이 할인해주는 비용은 더 크다. 병원 홈페이지나 성형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성형 경과 사진과 성형 후기를 공개하는 경우도 모두 일정 부분 할인 혜택을 받는다. 이때는 성형 후기를 공개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병원 이름과 관련 정보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함으로써 병원 홍보 효과에 일조해야 한다. 할인율과 협찬 비용은 병원마다 책정해놓은 규정에 따르기 때문에 제각기 다르다.
성형 수술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으로 변한 만큼, 요즘에는 병원을 찾아 상담할 때 환자 측에서 먼저 성형 협찬이 가능한지 묻는 일이 다반사다. 심지어 자신의 성형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병원이 마음대로 활용하고 홍보해도 좋으니 최대한 많이 할인해서 수술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반면 수술 경과를 광고에 사용하기 좋다고 판단되는 환자가 있으면 병원 측이 먼저 성형 협찬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 강남 일대만 하더라도 워낙 많은 성형외과들이 존재하고 그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무료 성형이나 성형 협찬을 원하는 환자들을 구해 병원에 소개하고 그들의 수술 과정 전체를 광고 영상으로 만들어 성형외과에 납품하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무작정 성형 협찬에 환호하기보다는 성형 수술 과정을 모두 공개할 만큼 성형외과의 의술이 뛰어난지 알아보고, 광고 범위나 기간에 대해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 협찬만 강조하는 성형외과의 경우 추후 무분별한 광고로 환자의 명예를 훼손시킬 가능성은 없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글 / 윤현진 기자 ■사진 / 이성원 ■도움말 / 고한웅(베스트 성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