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싱이라는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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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비키니 라인에 제모를 하지 않은 미란다를 향해 “나는 내일 사형을 당해도 제모할 거야!”라고 외쳤던 사만다의 대사를 기억하는가! 미란다와 같은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 왁싱에 도전한 기자의 생생 체험기.
왁싱이라는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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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여자들은 ‘털’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옷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팔, 다리, 겨드랑이 등의 제모에 신경을 쓰는 것. 남자들이 수염을 밀 듯 여자들도 노출이 되는 신체 부위의 털을 밀거나 뽑는다. 휴가철이 되고 비키니를 입어야 하는 때가 오면 제모의 범위는 더 늘어난다. 시크릿 존이라 불리는 바로 그곳. 비키니 라인도 여자들이 신경 써야 하는 부위에 해당된다. 국내에서는 비키니 라인 제모가 선택, 취향으로 여겨지고 있다. 기자 역시 비키니를 입게 되는 휴가 시즌에만 관리를 해왔는데, 최근 2년간 여름휴가를 가지 못해 관리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친구들과 급히 동남아 휴양지로 여행을 계획하게 돼 오랜만에 왁싱 스튜디오를 찾게 됐다.
요즘 인기 있는 왁싱 숍으로 떠오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의 ‘무무 왁싱 스튜디오’에 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제모 경험이 있냐는 테라피스트의 질문에 당당하게 “Yes”를 외쳤고 그녀의 설명을 듣다가 비키니 라인이 아닌,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니, 결정 ‘당했다’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비키니 라인 왁싱은 지금 상태와 별반 차이가 없고 관리를 안 한 지 오래 돼 예쁜 모양으로 만들기 쉽지 않다는 것이 테라피스트의 설명. 브라질리언 왁싱이란 음부를 뜻하는 퓨빅(Pubic)의 모든 털을 다 제거하는 것으로, 한 번 말끔히 정리를 하면 털이 자라는 시기가 늦어지고 털이 가늘어질 뿐 아니라 위생을 위해서도 더 좋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브라질리언 왁싱을 한 뒤에는 오히려 더 예쁜 그리고 원하는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것도 추천 이유 중 하나였다. 시술 후 2~3일 동안은 공중목욕탕, 뜨거운 물 샤워, 태닝, 조이는 옷 등은 피해야 하고 알로에 젤 등을 바르며 진정 관리를 해주는 게 좋다는 주의사항까지 듣고는 본격적인 시술에 들어갔다.
가위로 1차 커트를 한 뒤 따뜻한 왁스를 바르고 뜯어내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약 1시간 정도 진행됐다. 그런데! 첫 왁스를 떼는 순간부터 후회가 밀려왔다. 그동안 브라질리언 왁싱에 대한 후기는 수없이 들어왔지만 그 아픔에 대해선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이렇게 아플 줄 알았다면 그냥 비키니 라인이나 정리할 걸! 아픈 정도도 심한데 옷을 벗고 누워 있으니 수치심까지 느껴졌다. 시술은 바깥쪽부터 시작해 점차 안쪽으로 들어오는데, 그럴수록 고통은 10배, 아니 100배로 더해졌다. 아프다고 소리치자 테라피스트는 “클라이맥스는 더 아플 것”이라며 “최대한 덜 아프게 빠르게 하겠다”고 했지만 느리건 빠르건 아픈 건 똑같았다.
“브라질리언 왁싱을 할 때 가장 곤란한 경우는 시술 도중에 아프다고 그만 하자고 하실 때예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 농담을 건네는 테라피스트에게 기자 역시 같은 말을 하고 말았다.
“저 지금 여기서 멈춰도 되나요?”
진심으로 한 말이었는데, 테라피스트는 직업의 소명의식을 갖고 끝까지 열심히 시술에 임했다.
며칠 후, 동남아의 어느 휴양지로 날아가 수영장과 해변을 누빈 기자는 그 누구보다 당당했다. 이전에 했던 비키니 라인 왁싱과는 차원이 다른 편함과 당당함이랄까. 1시간여 동안 느낀 아픔과 수치심을 다 보상받는 듯했다. 하지만 브라질리언 왁싱의 진가는 ‘그날’에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냄새는 물론 뒤처리도 훨씬 간편했기 때문이다. 왁싱을 한 당일만 해도 내 생에 두 번 다시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는 일은 없을 거라 다짐했었는데, 비키니를 입을 때의 당당함과 그날의 깨끗함과 편리함을 경험한 2주 차가 되어가는 지금은 그 결심이 조금 흔들리고 있다. 첫 시술 후 2차 관리는 5주 뒤에 받으라고 한 테라피스트의 설명대로 그녀를 또 만나게 될 듯하다.

■글 / 박솔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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