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로 출연자의 외모를 변화시켜주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은 현대인의 욕망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출연자의 삶에 몰입하고, 성형으로 확 달라진 이들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줄곧 외모지상주의와 성형 열풍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은 오히려 세를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시즌까지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에서 방송된 ‘렛미인’은 이번 시즌부터는 tvN에서도 공동 방영되고 있고,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JTBC ‘화이트 스완’까지 등장했다.

메이크오버 쇼를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
노안녀, 항아리 몸매녀, 초고도비만녀, 쿤타킨테녀, 처진 뱃살녀, 거구 잇몸녀…. 출연자들에겐 항상 이런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얼굴이 조금 독특하게 생겼다고 괴물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걸까. 메이크오버 쇼는 출연자에게 성형만이 해결책은 아닐 수도 있다고 형식적인 설득을 한다. 하지만 출연자는 이대로 살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흘린다. 적극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자신감을 찾고 싶다고 말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출연자의 모습을 보면서 성형 전의 외모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프로그램 후반에는 주인공의 과거 모습과 현재 모습이 대립적으로 제시된다. 출연진들은 달라진 주인공의 모습을 치켜세운다. 과거 외모 콤플렉스를 가졌던 주인공을 ‘추녀’로, 성형수술로 달라진 주인공을 ‘미녀’로 보고 있는 것. 또 추녀 이미지에는 ‘의기소침함’을, 미녀 이미지에는 ‘당당함’을 심어준다. 마치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외모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또렷한 쌍꺼풀에 오뚝한 코, 도톰한 입술과 뾰족한 턱. 작은 얼굴과 늘씬한 몸매까지.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은 사람들에게 미의 기준을 제시, 아니 강요했는지도 모른다.
2 성형이 답은 아냐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외모 때문에 굴레에 갇혀 있던 출연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 주인공들은 수술과 관리를 통해 전형적인 미인이 된다.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동의 포인트는 드라마틱한 외모 변화다. 하지만 예쁘지 않으면 불행하고 성형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전제는 위험하다. 성형수술을 통한 외모의 변신만이 열등감을 해소할 수 있는 절대적 조건이라는 착각을 줄 수 있다. 주인공이 과연 프로그램 이후에도 계속 행복할지는 알 수 없다. 전반적인 삶의 변화는 단기간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렛미인’에서 외모로 인해 고용 차별을 받는 출연자가 나온 적이 있다. 그녀는 성형수술을 받고 사람들에게 “예쁘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여기에 고용 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외모를 바꾸라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정작 바뀌어야 하는 건 외모로 고용 차별을 하는 업체인데도 말이다. 이렇듯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는 함정이 있다.
3 1시간짜리 의료 광고
‘의느님’이라 불리는 의사 출연진은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실제로 이들이 자신의 병원 홍보에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이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정 의사 및 병원의 협찬이 현행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방송을 통한 의료 광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TV 성형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의사·병원 방송 협찬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조연하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초빙교수는 “출연자가 고민을 토로한 신체 부위 외에 불필요한 추가 미용 성형을 하거나 성형수술의 부작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또 직접적으로 시술 행위를 노출하는 것 등은 협찬 고지 규칙 및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도 우려를 표했다. 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는 일부 병원들이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방송을 활용한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특정 병원에 환자가 많이 몰리면 대리 수술·유령 수술 같은 문제가 생기고, 결국 의료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한국여성민우회는 병원에 대한 정보를 간접적으로 제공하고, 수술 장면·성형 전후 비교 장면을 연출한다는 점을 들어 ‘렛미인’을 ‘1시간짜리 의료 광고’로 규정하고 있다.
4 ‘외모 희화화? 사연을 담은 것일 뿐…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의 대표격인 ‘렛미인’은 특히 성형 이전의 외모를 ‘역대급 충격’, ‘총체적 난국’ 등으로 묘사하고, 참가자들에게 ‘쿤타킨테녀’, ‘괴물녀’ 등의 수식어를 붙이며 외모를 희화화한다는 지적을 학계와 시청자들로부터 받아왔다. 하지만 박현우 PD는 ‘렛미인 시즌5’ 제작발표회에서 결코 외모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출연자들 스스로 과거의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고 언급한 부분을 참고해 썼다는 것. ‘렛미인’에서 내레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성우 이용신은 트위터를 통해 ‘렛미인’이 성형 조장 프로그램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출연자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이다. 그는 특히 1인칭 해설을 할 때 그들의 상처에 몰입해 녹음에 임한다고 한다. 많은 시청자들이 ‘렛미인’에 열광하는 이유 역시 그와 비슷할 것이다.
5 자존감을 되찾아주는 메이크오버 쇼
과거에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매우 싫어했던 출연자들이 이제는 SNS에 자신의 ‘셀카’를 자주 업로드한다. 더러는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스스로 당당해진 것이다. 박 PD는 ‘렛미인’이 결코 성형 권고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형은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자존감을 높이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뿐이라고. 신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유방암 수술로 가슴 한쪽이 없는 경우처럼 성형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하나의 도구로 ‘성형’을 지원한다고 한다. 취업 교육, 운동과 함께 피부과·치과·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는데 성형만 부각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명을 씻기 위해 이번 시즌부터는 성형 견적과 수술 이름, 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시즌1부터 방송을 함께한 정신과 전문의 양재진 진병원 원장은 짧은 시간 동안 사람 자체가 크게 변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포기하고 살았던 분들이 나중엔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그 과정까지가 우리의 역할 같다”라며 변화하려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 큰 의미를 실었다.
방통위에서 주의받은 ‘렛미인’
지난 8월 13일 ‘렛미인’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조치 받았다. 성형을 원하는 지원자가 취업 면접 과정에서 외모로 인해 차별을 받았던 모습을 여과 없이 방송하고, 수술 전후 모습을 비교해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이 성형수술을 과신하게 될 우려가 있는 내용, 특정 제품을 부각시켜 보여주거나 출연 의사의 병원명을 노출해 광고 효과를 줄 수 있는 내용 등을 방송했기 때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 프로그램에 ‘의견제시’, ‘권고’, ‘주의’, ‘경고’, ‘과징금’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의견제시’ 및 ‘권고’는 벌점 0점, ‘주의’는 1점, ‘경고’는 2점으로, 쌓인 벌점은 방송 평가점수에 반영된다. ‘렛미인’ 측은 8월 5일에 열린 심의에서 “시즌5가 끝나면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라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제공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