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하다 보면 각종 사고로 얼굴이나 신체가 손상된 환자를 만난다. 선천성 기형이나 외상, 특히 화상으로 인해 ‘일그러진’ 모습을 갖게 된 환자들을 보면 의사로서 마음이 아프다. 간단하게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6개인 다지증이나 귀 모양이 약간 이상한 정도부터 심하게는 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진 구개열과 구개파열, 귀나 한 손이 없는 기형까지 매우 다양하고도 복잡하다. 하지만 수술 장비의 발달과 함께 성형수술 기법의 놀라운 발전으로 선천성 기형에 대한 수술의 결과는 꽤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요즘은 선천성 기형이 아닌 외상으로 인한 추형이나 기형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산업 현장에서 손가락이 절단된다든지 교통사고로 얼굴에 많은 흉터가 남는 등의 문제들은 발가락을 이용해 손가락 재건 수술을 하든지 얼굴에 반흔 제거술을 여러 차례 한다면 이러한 문제들도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화상에 의한 흉터는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다.
새로운 의욕 고취시켜 생활에 적응케 해
작년 이맘때, 석 달 남짓 애를 먹이던 전신화상 환자가 퇴원했다. 상주에서도 버스로 한 시간이나 들어가는 시골에 살던 16세 중학생이던 그는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들의 꾐으로 방에서 부탄가스를 흡입하다 담뱃불에 가스가 폭발하여 전신화상을 입었다. 그 소년이 처음 내원했을 당시는 그야말로 처참한 상황이었다.
아무도 이 환자가 살아서 퇴원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수차례의 심폐 기능 정지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4번의 피부 이식술을 받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퇴원의 날을 맞았다. 그러나 눈, 코, 입, 귀 등 얼굴 중 어느 한 부분도 성한 곳이 없고, 온몸 역시 피부 이식을 받은 부위의 흉터와 피부를 채취한 부위의 흉터로 완전히 도배(?)가 되었다.
손목은 앞으로 젖혀지고, 손가락과 손바닥을 연결하는 관절은 뒤로 굽어 주먹도 제대로 쥐기 힘든 상태였다. 퇴원하는 환자를 앞에 두고 의사로서 이런 상태로 인생을 살도록 한 것이 잘한 것인지 온갖 회의가 다 생겼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너무 많은 어린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
손의 구축과 반흔 제거술을 두 차례 받고 어느 정도 손의 기능을 회복한 환자에게 필자는 컴퓨터를 배우라고 권했다. 요즘은 조금 힘들지만 키보드를 칠 수 있게 되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다루고, 인터넷으로 세상 어느 곳의 정보도 방 안에서 얻을 수 있으며, 대화도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찾으면서 모자를 눌러쓰고 새로 만든 귀에 마스크를 걸고 마을도 돌아다니고 아버지를 도와 농사일도 한다.
필자는 그 소년에게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말도 못하고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삼중고(三重苦)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의 삶을 개척해간 헬렌 켈러의 이야기는 분명 용기를 북돋워주었을 것이다. 물론 사춘기 소년에게 있어서 화상 흉터는 대단한 마음의 상처겠지만, 소년은 그 상처를 잘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소년은 주위의 보살핌 속에서 착한 마음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밝게 살아간다. 화상으로 인한 흉터나 기형도 마음을 열고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큰 흉은 아닐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는다면 보다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문의 대구현대병원(053-764-2000-9)
화상 흉터는 치료하기 까다로운 분야
●1도 표피열상으로 피부가 빨개지고 화끈거리는 정도이며, 부종도 약간 나타나지만 수포(水疱)는 생기지 않는다. 며칠 지나면 낫고, 흉터를 남기지는 않지만 일시적인 색소 침착이 있다. ●2도 진피천층열상(眞皮淺層熱傷)과 진피심층열상(眞皮深層熱傷)으로 나뉜다. 수시간 내지 24시간이면 수포가 생기고, 이것이 터지면 미란면이 되어 다량의 분비물이 나온다. 얕은 것은 2주 정도면 가벼운 반흔을 남기고 치유되지만, 깊은 경우는 표피 형성 완료까지 2~3주가 걸리고 눈에 띄는 흉터를 남긴다. 또 얕은 2도라도 치료를 잘못하여 감염을 일으키면 깊은 2도로 이행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3도 피하열상으로 괴사(壞死)를 일으키면 표면은 단단하고 까슬까슬한 진주색이나 황색, 회색조를 나타내고 건드려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표피 성분을 모두 잃었으므로 표피 형성을 거의 기대할 수 없고, 대개 피부 이식이 필요하다. 아주 오랜 기간을 거치면 고도의 흉터를 남기고 상처의 표면이 폐쇄되지만 기능 장애를 일으키기 쉽다. 또 고도의 열상 흉터는 10~30년 후 유극세포암(有棘細胞癌)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구현대병원 김주성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