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출산율이 한 가구당 1.08명으로 사회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나마 2007년은 복돼지띠라 해서 출산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아지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모두가 출산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임신을 원하지만 임신이 되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불임으로 고민하는 사람 중에 비만이면서 불임인 경우가 많이 있다.
한의학에서 불임의 원인은 신허(腎虛), 간울(肝鬱), 습담(濕痰), 혈어(血瘀) 등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는데, 그 중 습담과 어혈로 인해서 자궁의 정상적인 생리기능을 잃은 하초허한(下焦虛寒)과 식적(食積), 담음 겸비로 인한 비만이 불임과 관계가 깊다고 볼 수 있다.
K씨가 진료실에 온 이유는 비만 때문이었다. 그냥 보기에 키도 컸지만 체중도 상당히 나가 보였다. 실제 검사를 해보니 보기보다도 더 엄청난 체중이었다. 168cm, 95kg. 본인은 거의 포기 상태였으며, 체지방이 40%를 넘었고, 순환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며, 하복부도 냉한 상태였다. 결혼 5년차였고 처음 1년 동안은 피임을 했는데 그 이후로는 임신을 노력했으나 임신이 되지 않아 최근 2년 동안은 임신에 좋다는 것은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원하는 임신은 되지 않고 체중만 늘어 현재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결혼 초에도 체중이 65kg정도였다고 하니 적게 나가는 건 아니었으나 그 이후로 30kg이나 늘어버렸다. 이제는 그칠 줄 모르고 체중계 눈금만 자꾸 올라 겁이 나서 임신은 다음으로 미루고 체중조절을 하기 위해서 내원한 것이었다.
살은 쪘지만 기력은 극도로 떨어져 쉽게 피곤하고, 특별히 일을 하지 않아도 항상 몸이 힘들었다. 물만 먹어도 부어서 체중이 더 늘었고, 살을 좀 빼 볼 요량으로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면 몸은 더 많이 붓고 무거워지면서 체중도 더 늘기가 일쑤였다. 몸이 힘드니 먹고는 꼼짝도 하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체중만 점점 늘어갔다. 생리도 불규칙하게 되고 냉도 많았으며, 허리와 무릎도 아프고 어깨도 결렸다. 조금만 먹어도 배가 더부룩하고 빵빵해지면서 소화도 잘되지 않고, 변을 봐도 시원하지가 않고 잔변감이 있었다.
K씨의 경우, 불임에 대한 스트레스로 기가 울체돼 몸의 기 소통도 원활하지 않으면서 혈액순환까지 잘 되지 않고, 하복부가 냉한 상태여서 비만이지만 일단 기력을 보강하는 보약과 함께, 몸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해독 프로그램을 했다. 장세척을 하면서 기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침, 그리고 하복부를 따뜻하게 보강하는 약침을 놓았다. 일주일이 지나면서 몸의 부기가 서서히 내리고, 피곤해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던 것이 바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몸이 가벼워지고 덜 힘들어 걷는 운동도 서서히 할 수 있었다.
한 달 만에 체중이 10kg이나 줄었다. 서서히 자신감이 생기면서 몸도 더욱 좋아지고 모든 일에 적극적이 되었다. 3개월여 치료 끝에 체중도 결혼 초의 상태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뜻밖의 임신 소식까지 K씨는 뜻밖의 임신 소식에 뛸듯이 기뻐했다.
그렇게 온갖 방법을 다 써도 안 되던 임신이 살을 빼고 저절로 된 것이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K씨는 원래 약간의 과체중이면서 몸에 습답이 많은 체질이었고 하복부가 냉하며 어혈이 많은 상태였는데,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비만치료를 하면서 해결이 되다 보니 살도 빼고 저절로 임신이 된 것이었다. 문의 518-0992
■글/정지행 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