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밤, 참을 수 없는 유혹…야간식이증후군 극복하기
밤늦게 음식을 먹는 습관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야식의 유혹을 이겨내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은 일이다. 저녁식사 시간이면 식욕이 더욱 왕성해지고, 밤만 되면 출출함을 느껴 습관적으로 냉장고 주위를 기웃거리는 횟수가 잦다면 야간식이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야간식이증후군이란 잠자리에 들기 전 혹은 잠을 자다 일어나 음식을 먹는 횟수가 잦은 증상을 말한다. 보통 하루 종일 섭취하는 음식의 양 중 저녁 때 먹는 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 야간식이증후군으로 볼 수 있다. 또 낮에는 식욕이 없다가도 유독 저녁만 되면 입맛이 좋아져 과식을 한다거나, 밤에 잠이 들었다가도 배고픔을 느껴 잠에서 깰 때가 많고, 탄수화물이나 고열량 음식 등을 섭취해야 잠을 이룰 수 있는 경우도 야간식이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야간식이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하게 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 촉진이 요구된다. 스트레스 요인에 반응해 신체에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인체에 작용하면서 식욕이 증가하고, 또 세로토닌 분비 촉진을 위해서는 포도당이 요구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음식에 손이 가게 되는 것이다. 특히 달콤하거나 짭짤한 음식을 먹고 싶은 충동이 커지므로 스낵류, 튀긴 음식, 디저트류 등을 즐겨 먹게 된다. 또 불안, 우울증,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신체리듬이 무너져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저하되면서 불면증과 함께 야식 행동이 나타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여름밤, 참을 수 없는 유혹…야간식이증후군 극복하기
또 밤에는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산의 분비가 줄어들어 섭취한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해 소화불량 및 기능성 위장장애 등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야식을 먹고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눕게 되면 위와 식도의 괄약근이 열리면서 위 안의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돼 식도염이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야식으로 주로 먹는 너무 차거나 뜨거운 음식, 짜고 매운 음식 등은 위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위염 및 위궤양을 일으키기도 하고 혈관 이상을 초래해 고혈압이나 고지혈증과 같은 각종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률도 높아진다.
규칙적인 식사와 스트레스 해소로 건강관리
야간식이증후군은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의 이상 분비로 발생하는 질병인 만큼, 신체리듬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하루 세 끼, 규칙적인 식사는 필수적이다. 특히 아침식사는 절대 거르지 말아야 한다. 잠에서 깨어난 후 아침식사를 하면 뇌가 활성화되면서 인체에 활력을 더하기 때문이다. 또 활발히 활동하는 낮에는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열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저녁은 가급적 가볍게 먹는 것이 좋다. 다만, 야간식이증후군으로 인해 잠에서 깰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사람이라면 저녁식사를 든든히 해서 위장을 채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름밤, 참을 수 없는 유혹…야간식이증후군 극복하기
만약 밤에 배고픔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거나 취침 시간이 늦는 사람은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단한 간식을 먹고 저녁식사 시간을 8시 정도로 아예 늦추는 편이 도움이 된다. 또 저녁 시간에 규칙적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식욕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도 배고픔을 참을 수 없다면 최대한 몸에 부담이 되지 않는 음식을 골라 소량만 섭취하도록 한다. 물이나 우유 한 잔을 마시거나 포만감을 주면서 위에 부담이 적은 오이나 당근, 토마토와 같은 채소를 먹는 것이 좋다. 과일 중에서는 칼로리와 당분이 적은 수박이 적당하다. 따뜻한 죽 종류도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박창해(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