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 - 함께 나누는 망고샐러드 & 샌드위치

‘소울푸드’의 추억

이광희 - 함께 나누는 망고샐러드 &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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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야, 그 생선 나 줄래?”
출발은 장난처럼 건넨 말 한마디에서부터였다. 조그마한 꼬마 아이가 제 몸만 한 크기의 커다란 생선을 들고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다 그 모습이 귀여워 말을 붙인 것이었다. 물론,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구하기 힘든 그 척박한 곳에서 아이와 식구들에게 생명처럼 소중한 양식이 될 생선임을 잘 알고 있었다. 생선을 핑계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소울푸드’의 추억]이광희 - 함께 나누는 망고샐러드 &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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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뜻밖이었다. 커다란 눈을 깜빡이던 아이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수줍게 생선을 내밀었다. 달리 생각하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일수 있는 생선을 흔쾌히 내어주는 아이를 보며 순간 말문이 막힐 정도로 당황하던 그녀는 아이의 뒤편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너를 위해 망고나무를 심어줄게.”

2009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패션디자이너 이광희(59)의 망고나무 심기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순수한 마음으로 낯선 사람을 대하던 한 꼬마 아이의 거짓 없는 눈망울을 들여다보며 스스로 다짐했던 그 결심은, 그녀의 마음 한가운데 자리 잡았고 이제는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3년 전,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활동하시는 탤런트 김혜자 선생님과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로 봉사활동을 가게 됐어요. 20년 넘는 내전과 기근을 겪은 탓에 빈곤과 질병이 만연되어 있더군요. 마침 모든 것이 메마른다는 건기였는데, 가뜩이나 먹을 것 하나 찾기 힘든 척박한 땅에 뙤약볕만 쨍쨍 내리쬐고 있는 거예요. 부모를 잃고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고, 그리고 제가 뭔가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망고를 발견하게 됐어요.”

결심한 일은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성격인 그녀는 현장에서 바로 방법을 모색했다. 아프리카의 척박한 땅에서도 한 번 뿌리를 내리면 100년 동안 1년에 두 번, 건기 때마다 열매를 맺는다는 망고나무는 마치 ‘기적의 나무’ 같았다. 한 그루에 15달러 정도 하는 망고나무로 아이 한 명을 평생 지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즉시 주머니를 털어 100그루의 묘목을 사서 심었다.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식량 원조나 구호 활동이 아닌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참에 그에 부합하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자선 바자회 등을 열며 대대적인 모금 활동을 펼치던 그녀는 2010년 사단법인 ‘희망고’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일차원적인 도움이 아니라 그들이 주체적으로 자립할 수 있고 계속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망고나무가 100년 동안 열매를 맺는 것처럼요. 사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무슨 일이든 기초를 닦는 작업이 가장 힘들고 또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주변에서 뜻을 같이하고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이광희 디자이너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진심 어린 노력의 결과, 얼마 전 ‘희망고’에는 경사스러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바로 사단법인 ‘희망고’가 국제 NGO 자격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또한, 남수단 정부로부터 1만 평의 땅을 제공받아 ‘희망고 빌리지’를 건설할 수 있게 됐다.

“정말 간절하게 기다려왔던, 엄청난 성과죠. 민간 단체로 시작해 이런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데 뿌듯한 마음도 생겨요. 처음 100그루로 시작한 일이 3년 만에 3만 그루가 되고, 이제는 더욱 큰 희망을 꿈꾸는 ‘빌리지’가 됐잖아요. 완벽하진 않지만 작은 것부터,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일단 시작해보자는 생각이 옳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여유가 생기고 준비가 되어야지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작은 마음들이 모여 큰 힘을 만들어내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이렇게 확인하게 되네요.”

[‘소울푸드’의 추억]이광희 - 함께 나누는 망고샐러드 & 샌드위치

[‘소울푸드’의 추억]이광희 - 함께 나누는 망고샐러드 & 샌드위치

‘희망고’는 앞으로 여성들이 재봉 등을 배우는 트레이닝 센터, 남성들을 위한 기술교육이 이루어지는 센터, 아이들을 위한 공간, 망고 묘목장 등이 마련되는 ‘희망고 빌리지’ 조성에 주력할 예정이다. 내년 여름 완공을 목표로 힘을 모으고 있으며, 12월 6일과 7일에는 ‘희망고 빌리지 건립을 위한 바자회’를 개최한다.

“많은 분들이 나눔이라는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면서도 의외로 방법을 잘 몰라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망고 하나가 참 비싸게 팔리죠? 그런데 3만원으로 톤즈에 망고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 한 사람의 인생을 돕고 응원할 수 있어요. 참 놀랍고도 고마운 일이지 않나요?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과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먹지 않아요. 그런데 유일하게 좋아하는 과일이 망고에요. 그냥 먹어도 맛있고 간편하게 샐러드로 만들어 먹거나 빵에 끼워서 샌드위치로 먹어도 좋고요. 그런 망고가 아프리카에서는 ‘생명’을 살리고 꿈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니 여러모로 의미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 번도 자신을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이광희 디자이너는 그들의 삶을 존중하며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주민들과 어울려 함께 옷을 만들고, 같이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마을 축제를 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망고나무 묘목을 심는 날은 종일 함께 일하고 나서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배불리 먹고 놀아요. 말은 잘 안 통하지만 함께 어울리면서 금방 친해지곤 해요. 들어가는 재료는 별것 아닌데 거기서 만들어 먹는 빵이나 수프는 두 배로 맛있어요. 아마도 함께 사랑을 나누어 먹어서 그런가 봐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을 먹고 사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는 그녀는 그 ‘무엇’이 꼭 음식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몸에 좋은 음식, 입에 잘 맞는 음식을 찾아 먹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우리의 인생에 더욱 필요한 ‘사랑’을 나눠먹는 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눈을 돌리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리고 자신도 그만큼 더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녀에게서는 배보다 마음이 더 든든한, 사랑의 충만함이 느껴졌다.

망고샐러드&샌드위치

재료
망고 1개, 샐러드 채소 한 줌, 요구르트드레싱(플레인 요구르트 1통, 레몬즙 1큰술, 꿀·후춧가루 약간씩), 식빵 2쪽

만들기
1
샐러드 채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물에 담근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망고는 씨 부분을 빗겨 반으로 썰어격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어 뒤집는다. 3 접시에 물기를 뺀 채소와 망고를 담고 분량의 재료로 만든 요구르트드레싱을 곁들인다. 4 식빵에 망고샐러드를 넣어 샌드위치로도 먹을 수 있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주석, 원상희 ■요리 및 스타일링 / 김상영·변선희, 임수영·정소현(어시스트) (noda+, 02-3444-9634, www.no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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