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푸드’의 추억]조경아 - 걱정과 슬픔을 잊게 하는 치명적 달콤함 초콜릿케이크](http://img.khan.co.kr/lady/201112/20111216160515_1_choka1.jpg)
[‘소울푸드’의 추억]조경아 - 걱정과 슬픔을 잊게 하는 치명적 달콤함 초콜릿케이크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만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매일 똑같은 밥상을 차려내던 아내가 어느 날 하얀 밥 위에 완두콩으로 하트를 그려 식탁에 올렸다면 그 집의 아침 풍경이 완전히 달라지겠죠. 엄마한테 크게 혼난 다음날 식탁에 앉았는데 좋아하는 반찬이 놓여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 중에서 그 자체만으로 감정을 나타내고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은 ‘식’밖에 없을 거예요. 그런 음식에 대해, 그리고 함께 밥을 먹었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책을 구상하면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개인적인 내용들이라 처음엔 약간 주저하기도 했는데, 음식을 함께 나누듯 사람들과 추억을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경아 작가는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커피나 차를 마시는 것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고 말한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비록 혼자 먹는 한이 있더라도 웬만해선 아무하고나 밥을 먹지 않게 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점차 음식 하나하나마다 나만의 이야기가 새겨져가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올해만 해도 그녀에게는 음식이 그저 단순한 에너지 연료가 아닌 내 인생 하나의 사연이 깃든 ‘고유명사’가 됨을 절감한 순간들이 있었다.
“서른아홉이란 다소 늦은 나이에 한 아이의 엄마가 됐어요. 임신 기간 동안에는 아무래도 인스턴트나 가공식품을 피하려고 했는데, 라면이랑 햄버거가 무척 먹고 싶어 혼났어요. 영화 ‘아이언맨’을 보면 온갖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 돌아온 주인공이 먹고 싶어 한 음식이 진귀한 푸아그라도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도 아닌 치즈버거였던 것처럼, 저도 MSG 맛이 잔뜩 나는 진한 라면이 계속 아른거렸어요. 아, 미역국도 특별해졌어요. 아이 낳자마자 한동안은 아이에게 모유를 많이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미역국을 엄청 먹었어요. 물리지 않으려고 마른 홍합 미역국, 들깨 미역국 등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었는데 며칠 전 미역국 냄새를 맡으니까 아기 냄새 가득한 조리원에서 열심히 미역국을 먹던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사실 한 생명을 품고 낳아 내 손으로 안아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아이의 탄생이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 또한 아이가 생기면서 이전까지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을 겪게 됐다.
![[‘소울푸드’의 추억]조경아 - 걱정과 슬픔을 잊게 하는 치명적 달콤함 초콜릿케이크](http://img.khan.co.kr/lady/201112/20111216160515_2_choka2.jpg)
[‘소울푸드’의 추억]조경아 - 걱정과 슬픔을 잊게 하는 치명적 달콤함 초콜릿케이크
거짓말처럼 모든 걱정과 슬픔이 사라지면서 ‘다 잘될 거야, 뭐 어때’ 하는 생각이 들게 한 그 초콜릿케이크의 맛을 지금도 그녀는 잊지 못한다. 힘들고 아프고 어려웠던 순간, 남편의 위로가 담긴 케이크 한 조각은 그 어떤 좋은 약보다 효과적인 처방이었던 것이다. 때로는 그렇게, 음식은 삶을 위무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잡지 에디터로 활약하던 시절, 매달 ‘먹고 마시는’ 것들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전보다 조금 더 음식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조경아 작가는 따져보면 삶의 수많은 조각들 중에는 유독 음식이 한가운데 자리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유별날 것 없는 그 기억들이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었던 건, 그 식사를 함께해준 고마운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계절마다 먹어야 할 제철 음식은 언제나 돌아오고, 이른 저녁 시간, 늦은 오후, 깊은 밤, 어울리는 음식은 언제나 각각 다르죠. 그럴 때마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에요. 요즘은 엄마와 같이 식사하는 자리를 좀 더 많이 만들려고 노력해요. 감사하게도 지금은 엄마가 건강하시고 또 앞으로도 오래오래 곁에 있어주실 것을 믿지만, 70이라는 나이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90이라는 나이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다르니까요. 여전히 엄마는 저를 감싸 안아주는 존재지만, 이제는 제가 엄마의 손을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되잖아요. 앞으로 엄마와의 추억이 새겨진 음식들이 더 많아지도록 자주 같이 밥을 먹고 싶네요.”
허기를 채우기 위해, 대충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하는 식사는 그저 지루한 단순노동이 될 뿐이다. 나와 네가, 우리가 함께 마주 앉아 있기에 그 식탁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꾸만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들이 가득한 인생이야말로 풍요롭고 행복한 것이 아닐까. 음식을 통해 사람과 삶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그녀에게 꼭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졌다. 우리, 같이 밥 한번 먹을까요?
초콜릿케이크
재료
달걀 150g, 꿀 110g, 박력분 150g, 베이킹파우더 5g, 카카오파우더 25g, 아몬드가루 120g, 우유 150g, 녹인 초콜릿 160g, 무염버터 120g, 초콜릿 100g, 여분의 버터·장식용 슈거파우더 약간씩
만들기
1 볼에 달걀과 꿀을 넣고 핸드믹서로 6분간 섞어 하얀 크림 상태로 만든다. 2 체에 내린 박력분, 베이킹파우더, 카카오파우더를 ①에 넣어 주걱으로 가볍게 잘 섞은 뒤 아몬드가루를 넣어 다시 가볍게 섞는다. 3 ②에 우유를 넣어 부드럽게 한 뒤 녹인 초콜릿 160g을 넣어 잘 섞는다. 4 다른 볼에 초콜릿 100g을 넣어 중탕해서 녹인 뒤 버터를 넣어 서로 잘 녹아들도록 섞는다. 이것을 ③에 넣어고루 섞는다. 5 틀에 버터를 바른 뒤 ④를 넣어 170℃로 예열한 오븐에 55분간 굽는다. 이때, 40분 정도 지났을 때 뒤집어준다. 6 구운 케이크는 식힘망 위에 올려 식힌 뒤 틀에서 뺀다. 그릇에 먹기 좋게 담은 뒤 슈거파우더를 뿌린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주석, 이성원 ■요리 및 스타일링 / 김상영·변선희, 임수영·정소현(어시스트) (noda+, 02-3444-9634, www.noda.co.kr) ■헤어&메이크업 / 니케인뷰티(02-514-4425) ■장소협찬 / 스윗빈(02-532-3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