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가로수길을 살짝 벗어나 세로수길로 들어서면 여린 새싹의 그린 컬러를 입힌 창가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류태환 셰프의 레스토랑 ‘류니끄’. 시원하게 뚫린 커다란 통창을 통해 주방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인테리어에서 고객과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일본과 영국에서 각각 일식, 프렌치 요리를 전공한 그는 자신의 요리를 가리켜 ‘하이브리드 퓨전’이라고 말한다.

철학을 요리하는 류태환 셰프의 하이브리드 퓨전 정월 대보름 요리
결연한 의지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내공에 시간이라는 의미가 더해져 빛이 발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력도 화려하다. 일본 핫토리 요리학교와 영국 르코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전공한 그는 현재 혜전대학교 호텔조리학과 외래교수를 비롯해 요리 웹툰 감수, CCIK 국제한식조리학교 명예교수 등 다채로운 프로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그는 철학을 요리하는 류니끄의 셰프라는 것. 그의 음식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비단 맛뿐만이 아니다. 꿈을 향한 노스탤지어, 연인의 사랑,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이 모든 것들을 맛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철학이 깃들어 있다. 해양학자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에 대한 그리움을 오마주로 삼아 헌정 요리를 만들고, 고향인 부산과 자연에 대한 동경을 요리에 담아 네이처라는 테마로 손님들에게 섬세한 미각의 아름다움을 전하기도 했다. 지금은 또 다른 테마로 요리에 대한 그의 철학을 전하고 있는 중이다.
류 셰프의 요리에서 3가지 보물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스토리, 철학 그리고 완벽한 테크닉의 트리니티다. 이러한 삼위일체는 퓨전 그 이상의 레시피를 완성해내는데, 정월 대보름을 맞아 그에게 이날을 위한 색다른 요리를 청했다. 과연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정월 대보름 요리는 어떤 모양과 맛을 지니고 있을까? 요리를 예술의 장르로 승화시킨 류 셰프의 하이브리드 퓨전 정월 대보름 요리를 공개한다.

철학을 요리하는 류태환 셰프의 하이브리드 퓨전 정월 대보름 요리
재료
무 15g, 데친 시금치 5g, 채썬 홍고추 1/2개, 생 연어뱃살 50g, 블랙 올리브 150g, 아보카도 퓨레(아보카도 1개, 올리브유 1작은술, 레몬주스 10ml, 소금 약간), 타이풍 드레싱(피시소스 2작은술, 물 3과 1/2작은술, 설탕 1작은술, 화이트와인 비네거 2/3작은술, 올리브유 1큰술, 소금 약간), 올리브유파우더(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1/2컵, 몰토 덱스트린 250ml, 소금 약간)
만들기
1 무는 얇게 돌려 깎아 1.5cm 폭으로 썬 뒤 찬물에 담가둔다. 2 볼에 분량의 타이풍 드레싱 재료를 넣고 섞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3 아보카도는 잘 익은 것으로 준비해 반 갈라 씨를 제거하고 껍질을 벗긴 뒤 4등분해 믹서에 곱게 간 다음 분량의 올리브유, 레몬주스, 소금을 넣고 다시 곱게 갈아낸 뒤 고운체에 내려 아보카도 퓨레를 만든다. 4 블랙 올리브는 건조기에 넣고 바짝 말린 뒤 믹서에 곱게 갈 블랙 올리브파우더를 만든다. 5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에 몰토 덱스트린을 천천히 붓고 소금을 약간 넣은 뒤 천천히 젓는다. 6 접시에 ③의 아보카도 퓨레를 빗살 모양으로 플레이팅하고 그 위에 적당한 크기로 썬 생 연어뱃살을 올린 뒤 ④의 블랙 올리브파우더와 ⑤의 올리브유파우더로 주변을 장식하듯 뿌린다. 7 볼에 데친 시금치와 채썬 홍고추, ①의 무를 넣고 섞은 뒤 ②의 타이풍 드레싱을 먹기 직전에 뿌려 ⑥의 접시 한쪽에 담는다.

철학을 요리하는 류태환 셰프의 하이브리드 퓨전 정월 대보름 요리
재료
약밥(밥 130g, 설탕·간장 2작은술씩, 계핏가루 1/2작은술, 참기름 1/3작은술, 맛술 1작은술, 버터 3g), 대추 5개, 배 그라니타(배주스·배즙 1컵씩, 젤라틴 2와 1/2작은술, 레몬즙 1작은술, 설탕 10g, 소금 약간), 사워크림 파르페(사워크림 1컵, 생크림 125ml, 꿀 43g, 소금 약간), 연유소스(우유 82ml, 연유 50ml), 라즈베리소스(라즈베리 과육 200g, 설탕 24g, 물 적당량), 캐러멜소스(설탕 1/2컵, 생크림 2큰술, 버터 1큰술)

철학을 요리하는 류태환 셰프의 하이브리드 퓨전 정월 대보름 요리
1 냄비에 약밥 재료 중 밥을 제외한 분량의 나머지 재료를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끓인 다음 따뜻한 밥을 넣고 잘 섞은 뒤 랩에 싸서 소시지 모양으로 만들어둔다. 2 깨끗하게 씻은 대추는 씨를 빼고 건조기에 잘 말린 뒤 믹서에 곱게 갈아 대추파우더를 만든다. 3 ①의 약밥은 랩을 벗기고 2cm 폭으로 썰어 ②의 대추파우더에 굴린다. 4 배 그라니타 재료 중 젤라틴은 찬물에 불린 뒤 물기를 꼭 짠다. 젤라틴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소스 팬에 넣고 따뜻하게 데운 뒤 젤라틴을 넣어 녹이고 냉동실에 얼려 배 그라니타를 만든다. 5 볼에 분량의 사워크림 파르페 재료를 넣고 섞은 뒤 냉동실에 보관한다. 6 볼에 분량의 연유소스 재료를 넣고 주걱으로 부드럽게 저어 섞는다. 7 소스 팬에 라즈베리소스 재료를 넣고 뭉근히 끓인 다음 믹서에 곱게 갈아 체에 내린다. 8 마른 팬에 캐러멜소스 재료 중 설탕을 넣고 볶으면서 태워 색깔을 낸 뒤 생크림과 버터를 넣어 캐러멜소스를 만든다. 9 접시에 ⑥의 연유소스와 ⑦의 라즈베리소스를 붓 터치 느낌으로 모양내어 플레이팅하고 그 위에 ③의 약밥을 각각 하나씩 올린다. 10 ⑨의 접시 한쪽에 ⑤의 사워크림 파르페를 담고 그 위에 ④의 배 그라니타를 포크로 긁어 올린 뒤 ⑧의 캐러멜소스를 주변을 장식하듯 뿌린 다음 ②의 대추파우더를 요리 전체에 흩뿌린다.

철학을 요리하는 류태환 셰프의 하이브리드 퓨전 정월 대보름 요리
재료
잡곡 150g, 닭다리살 100g, 양파 25g, 비타민·적상추 2g씩, 래디치오 1g, 치킨스톡 2컵, 미소된장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올리브유 적당량, 미소폼(생크림·치킨스톡 1컵, 미소된장 1작은술, 버터 1작은술), 진저 소이소스(간장·설탕 21g씩, 맛술 10.5g, 슬라이스 생강 1.4g, 으깬 통후추 0.3g, 물 6ml)
만들기
1 잡곡은 잘 씻어 물에 불려 밥을 짓는다. 2 양파는 채썰어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볶다가 ①의 잡곡밥을 넣은 뒤 치킨스톡을 붓고 밥이 풀어질 때까지 푹 끓인다. 3 ②가 거의 다 익으면 미소된장으로 간한다. 4 닭다리살은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 뒤 마른 프라이팬에 껍질이 노릇하게 될 때까지 굽는다. 5 비타민, 적상추, 래디치오는 먹기 좋은 크기로 뜯어서 얼음물에 담가둔다. 6 냄비에 분량의 진저 소이소스 재료를 넣고 5분 정도 끓인 뒤 고운체에 거른다. 7 냄비에 분량의 미소폼 재료를 넣고 끓인 뒤 거품기로 저어 거품을 낸다. 8 그릇에 ③의 리소토를 담고 ④의 닭다리 살을 올린 뒤 ⑤의 채소를 얹은 다음 ⑥의 진저 소이소스를 뿌리고 ⑦의 거품을 자작하게 붓는다.
호두 리코타치즈샐러드
재료
리코타치즈(우유 500ml, 생크림 250ml, 식초 1작은술, 레몬즙 1/2작은술, 소금 약간), 돼지감자 5개, 호두 에멀션(호두 25g, 올리브유 12g, 소금 약간), 으깬 호두 2개분, 소금 약간, 유자드레싱(유자청 25g, 화이트와인 비네거 1작은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6ml, 레몬즙 1ml, 물 1큰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냄비에 리코타치즈 재료 중 생크림과 우유를 넣고 팔팔 끓인 뒤 레몬즙, 식초, 소금을 넣는다. 몽글몽글하게 응고되기 시작하면 면포에 걸러 냉장고에 넣고 식혀 리코타치즈를 만든다. 2 돼지감자는 깨끗이 씻어 슬라이스하고 건조기에 넣어 바짝 말린다. 3 볼에 분량의 호두 에멀션 재료를 넣고 고루 섞는다. 4 볼에 분량의 유자드레싱 재료를 넣고 액체와 기름이 분리되지 않도록 거품기로 잘 섞어 유자드레싱을 만든다. 5 ①의 리코타 치즈에 ②의 돼지감자를 붙인 뒤 소금을 뿌린다. 6 접시에 ③의 호두 에멀션을 모양내어 플레이팅하고 ⑤의 돼지감자를 붙인 리코타치즈를 올린 뒤 으깬 호두와 ④의 유자드레싱을 뿌린다.
■기획 / 박솔잎 기자 ■진행 / 이다혜(프리랜서) ■사진 / 원상희 ■촬영 협조 / 류니끄(02-546-9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