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새로운 음식을 맛본다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어릴 때 제주도 여행에서 갈치 미역국을 먹고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도 값비싼 갈치는 기껏해야 조림이나 구이로만 먹었는데, 그 귀한 갈치를 미역국에 넣어 끓인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물에 빠진 생선에 대한 거부감은 국물을 떠 한 입 맛보는 순간 모두 사라졌다. 담백한 국물과 부드러운 갈치 살을 먹으며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으니 말이다.
이런 새로운 음식에 대한 놀라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많은 산해진미를 맛봤지만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새로운 음식과 놀라운 맛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3년간 진행해온 MBC-TV ‘찾아라! 맛있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달에 2회 이상 시골의 가정집을 찾아 지역 특산물로 만든 고향의 맛을 소개했다. 여행을 가봤자 관광지 혹은 친척집이 고작일 텐데, 요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전국 방방곡곡 시골의 가정집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집안의 솜씨를 맛본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그 맛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음식과 조리법을 소개하고, 맛을 아는 이에게는 추억을 선사하니 말이다.
맹기용, 맛집 탐방으로 요리를 배우다
요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을 많이 맛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여행을 가면 하루 네다섯 끼는 기본, 최대 여덟 끼까지 음식을 맛본 적도 있다. 그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소개한다.
신보라, 대구의 명물인 납작만두에 반하다
바쁜 스케줄을 뒤로하고 개그맨 선배의 결혼식 참석차 동료들과 대구로 당일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어렵게 얻은 휴식이니만큼 맛있는 음식을 실컷 즐기리라 다짐하고 갔는데, 대구 출신의 개그맨 동료 김민경, 김대성이 적극 추천한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납작만두였다. 동성로 옆 시장 골목으로 안내할 때만 해도 ‘만두가 뭐 얼마나 특별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이름처럼 납작한 모양은 그동안 먹던 만두와 생김새부터 달랐다. 얇은 만두피에 고기소가 조금 들어 있는 만두를 기름에 튀겨 간장 양념에 찍어 먹는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손이 갔다. 지금은 대구에 가면 찾는 나의 ‘완소’ 음식이 됐다.
제주도에서 먹는 광어 미역국도 페이버릿 음식 중 하나다. 원래 쇠고기 미역국을 좋아하는데, 광어가 무척 싱싱해서인지 살도 부드럽고 국물도 무척 담백했다. 엄마에게는 참 죄송하지만 제주도에서 맛본 광어 미역국은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미역국 중 최고라 하겠다.
‘찾아라! 맛있는 TV’를 1년 정도 진행하면서 내 입맛이 얼마나 한정적이었는지 새삼 깨닫는 중이다. 또 그 전에는 레시피가 있어도 막상 요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요리하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나니 요리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아직까지 가족에게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레시피를 따라 뚝딱 만든 요리가 나름 내 입맛을 만족시키니 말이다.
또 방송을 통해 맛있는 음식을 자주 접하다 보니 아무리 산간 오지로 떠나도 촬영 전날 소풍을 앞둔 것처럼 늘 마음이 설렌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번 겨울 전라도 여수에서 먹은 갓김치다. 알싸한 갓김치가 식욕을 자극해 공깃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게 한 것은 물론, 2년 묵은 갓김치 한 잎을 먹었을 때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그 시원한 맛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묵은 갓김치를 집에 싸와 물에 밥을 말아 혼자 다 먹어치웠을 정도였다. 원래 채소보다는 고기를 좋아하는데, 오랜 나의 입맛을 흔든 놀라운 음식이라 하겠다.
동료들을 초대한 김호진이 맹기용 셰프와 함께 요리를 대접하기로 했다. 김호진이 선택한 요리는 두반장으로 맛을 낸 닭볶음탕이다. 닭 요리를 좋아하는 신보라를 위해 준비한 음식으로, 두반장을 넣으면 고추장과 고춧가루만으로 맛을 냈을 때보다 닭 누린내를 잘 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운맛과 감칠맛을 더 풍부하게 낼 수 있다. 닭볶음탕의 포인트는 감자와 당근이 푹 익을 정도로 중간 불이나 약한 불에 뭉근하게 오래 끓이는 것이다. 이렇게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끓이면 닭고기 속까지 국물이 배어들어 맛있는 닭볶음탕을 만들 수 있다. 김호진이 만든 닭볶음탕을 맛본 동료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두반장으로 맛을 내 지금껏 먹었던 양념과 맛이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또 닭고기는 뼈가 그대로 발릴 정도로 잘 익어 살이 매우 부드러웠다. 소문으로 듣던 김호진의 요리 실력에 모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맹기호 셰프가 선택한 안심 로스트는 브라이닝 액에 36시간 재워 고기 살이 부드럽고 간이 적당히 배 따로 소금이나 소스를 가미하지 않아도 무척 맛있는 쇠고기 요리다. 평소 어리숙한(?) 모습과는 달리 요리 하나만큼은 정말 똑 부러지게 잘한다는 신보라의 칭찬이 이어졌다. 국물 맛이 일품인 해산물 스튜는 광어와 조개, 새우가 잘 어우러져 담백하고 향긋한 맛이 좋은데, 차예린은 빵에 국물을 찍어 먹으니 정말 맛있다며 맹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정식 메뉴로 올릴 것을 적극 추천했다.
김호진과 맹기용이 추천하는 파티 요리
재료
닭고기(볶음탕용) 2마리, 감자 4개, 당근·양파 2개씩, 대파 1대, 물 1L, 맛술 4큰술, 후춧가루 약간, 양념장(두반장 7큰술, 고추장·설탕 4큰술, 간장·고춧가루·물엿·다진 마늘 3큰술씩, 굴소스·맛술 2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닭고기는 볶음탕용으로 조각낸 것으로 준비해 손질한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건져내 맛술과 후춧가루를 뿌려 재운다. 2 볼에 분량의 재료를 넣고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3 감자, 당근은 한 입 크기로 썰어 모서리를 둥글게 깎는다. 4 양파는 한 입 크기로 썰고 대파는 3cm 길이로 썬다. 5 팬에 ①의 닭고기와 ③, ④의 손질한 채소를 넣고 분량의 물을 부어 센 불에 올린다. 6 ⑤의 물이 끓으면 ②의 양념장을 넣어 중간 불에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푹 끓인다. 7 그릇에 ⑥의 닭고기와 채소를 담고 국물을 끼얹는다.
Tip 김호진식 닭볶음탕의 비밀 병기인 이금기소스 두반장은 대두와 고추가 주성분으로 고추 양념이 들어가는 고기 요리나 해물탕 양념으로 사용하면 좋다. 신선한 굴 추출물로 만든 굴소스는 독특한 향과 달콤한 맛으로 요리의 풍미를 높여줘 육류를 재우거나 볶을 때 간장 대신 소량 사용하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중화 두반장 3천1백원·프리미엄 굴소스 6천5백원, 이금기소스.
재료
광어 1마리, 새우 6개, 대합 5개, 양파·감자 1개씩, 마늘 6톨, 쥐똥고추 3개, 화이트와인 210ml, 버터 70g, 타임 1줄기, 레몬 1/2개, 식용유 적당량,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물 200ml
만들기
1 광어는 머리를 썰어내고 세 장 포 뜨기 해 살만 발라 소금과 후춧가루를 앞뒤로 뿌린다. 2 감자는 얇게 썰고 양파와 마늘 3톨은 잘게 다진다. 3 ①의 광어 머리와 뼈는 팬에 살짝 볶은 뒤 분량의 물을 붓고 ②의 얇게 썬 감자를 넣어 20분 정도 끓여 국물을 우린다. 4 달군 팬에 버터를 넣고 ②의 양파를 넣어 볶다가 마늘 3톨을 넣고 한 번 더 볶는다. 5 ④에 대합과 화이트와인 200ml, ③의 국물을 붓고 끓인다. 6 ①의 광어살은 한 입 크기로 썬 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앞뒤로 굽다가 마늘 3톨, 쥐똥고추, 타임을 넣고 충분히 익힌다. 7 새우는 후춧가루와 화이트와인 10ml를 뿌려 재운 뒤 팬에 익힌다. 8 볼에 ⑤를 담고 ⑥의 광어와 타임, ⑦의 새우를 올린 뒤 레몬즙을 넣어 마무리한다.
재료
쇠고기 안심 600g, 양송이버섯 4개, 파프리카 2개, 고구마·가지·당근 1개씩, 대파 1대, 타임 1줄기, 버터 100g, 식용유 적당량, 브라이닝 액(통후추·말린 타임 2큰술씩, 머스터드 시드 1큰술, 월계수 잎 6장, 소금 150g, 물 600ml)
만들기
1 냄비에 물을 붓고 통후추, 말린 타임, 머스터드 시드, 월계수 잎, 소금을 넣어 한소끔 끓여 브라이닝 액을 만든다. 2 ①에 쇠고기 안심을 넣어 36시간 재운다. 3 ②의 쇠고기를 흐르는 물에 헹군 뒤 물기를 제거하고 살이 풀어지지 않게 2cm 간격으로 실로 단단하게 묶는다. 4 당근, 고구마, 가지, 파프리카는 한 입 크기로 썰고 대파는 2cm 길이로 썬다. 양송이버섯은 4등분한다. 5 팬에 버터 30g을 두르고 ④의 당근-고구마-양송이버섯-가지-파프리카-대파 순으로 넣어 볶는다. 6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③의 쇠고기 안심을 넣어 앞뒤로 굴려가며 겉면을 살짝 익히다가 버터 70g을 넣고 한 번 더 익힌다. 7 오븐 팬에 ⑤의 채소를 넓게 깐 뒤 ⑥의 쇠고기 안심과 타임을 올려 200℃로 예열한 오븐에 25분간 익힌 뒤 10분간 실온에 둔다. 8 그릇에 ⑦의 채소를 담고 쇠고기 안심을 썰어 올린다.
■진행 / 이서연 기자 ■사진 / 신채영(신채영스튜디오) ■제품 협찬 / 금강제화(02-514-9006), 나무하나(02-512-4395), 닥스골프·봄빅스엠무어·유니클로(02-3442-3012), 마크론슨(02-514-8070), 보스 by 갤러리어클락(02-540-4723), 빈폴맨(02-3446-7725), 오프너샵(02-456-9854), 이금기소스(02-2010-0114), 지오송지오(02-516-5611), 포에버21(02-6900-6656), 차르와인(02-557-1531), 프란시스케이(02-508-6033), 효베로루시(070-7574-7858), CM900(02-542-0385), TNGT(02-2138-7782) ■장소 협찬 / 퍼블리칸바이츠(02-324-0076) ■헤어&메이크업 / 이순철·지미(순수 청담설레임점, 02-518-6221), 아빈·권선영(오블리쥬, 02-518-8532), 임종수·최희선(제니하우스 올리브점, 02-512-1563), 보미·지연(순수 홍대점, 02-3143-5505) ■패션 스타일리스트 / 장성희 ■푸드 스타일리스트 / 김형님(st.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