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작가 이선영씨의 맛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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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일에 싫증을 느껴 이탈리아로 떠나고, 20분 만에 레스토랑 오픈을 결정하고, 이내 또 다른 일을 계획한 그녀. 그 주인공은 바로 패션·뷰티 방송 작가로 오랜 기간 일하다 레스토랑 사업을 성공시킨 이선영 작가다. 그녀를 만나 다이내믹한 인생 이야기를 듣고 이탤리언 가정식 레시피도 배워봤다.

요리하는 작가 이선영씨의 맛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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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을 만나기 위해 연남동의 한 이탤리언 레스토랑에 들렀던 작년 어느 날, 해산물 요리를 주로 선보이는 그곳에서 기자는 지난 31년 동안 고수해온 입맛이 단번에 바뀌었다. 해산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그중에서도 어패류는 더더욱 입에 대지 않던 터라 가리비, 모시조개, 홍합 등은 어떤 형태의 음식이건 거들떠보지 않았던 기자. 하지만 연남동의 ‘바다 파스타’에서 맛본 ‘바다 파스타’는 그동안 느끼지 못한 해산물의 신세계를 알게 해줬다.

그 후 이 레스토랑을 자주 방문하다 우연히 오너 이야기를 듣게 됐다. ‘겟 잇 뷰티’,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등 패션·뷰티 방송작가로 활동하다가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다녀온 뒤 오픈한 곳이라는 것. 그리고 「이탈리아 할머니 레시피」라는 책의 저자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기자로서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력을 가진 그녀는 바로 이선영(30) 작가. 그녀를 만나기 위해 몇 차례 연락하는 동안 또 다른 일을 벌였다는 고백을 들었다. 레스토랑 근처에 라이프스타일 스튜디오를 열었고, 이곳에서 신진 도자 작가들의 접시와 직접 디자인한 리빙 제품을 판매하는 한편 쿠킹 클래스도 진행할 계획이란다. 바다 파스타도 오픈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매장을 또 열었다니. 이토록 추진력 강한 그녀에 대한 궁금증은 날로 커져갔다.

신진 도자 작가들의 그릇과 빈티지 그릇, 수입 그릇 등으로 가득한 노스트로 바다. 앞으로는 직접 디자인한 제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신진 도자 작가들의 그릇과 빈티지 그릇, 수입 그릇 등으로 가득한 노스트로 바다. 앞으로는 직접 디자인한 제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방송 일을 접고 훌쩍 떠난 이탈리아
시작은 이랬다. 23세부터 시작한 방송 일에 염증을 느끼며 다른 분야에 대한 갈증이 슬슬 피어나는 사회생활 6, 7년 차에 과감히 일을 그만두고 이탈리아행을 결심한 것. 그 정도 연차면 누구나 그런 갈증과 번뇌를 느끼며 일탈을 꿈꾸지만 실제로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많지 않은 사람’이 돼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

“쫄깃한 화덕 피자를 맛본 어느 날, 이탈리아와 사랑에 빠졌어요. 화덕 피자를 처음 먹어본 것도 아닌데 그날은 왜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졌는지 설명할 순 없지만 그 후로 영화, 레시피, 책 등 이탈리아에 관한 모든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죠. 그러던 중 ICIF라는 요리 학교를 알게 됐고, 경력자가 아니어도 공부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바로 유학을 결정했어요. 요리야말로 저의 갈증을 채워주고 인생의 한 부분을 멋지게 장식해줄 거라는 무언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탈리아 요리를 통해 인생의 또 다른 행복을 찾았다는 이선영 작가.

이탈리아 요리를 통해 인생의 또 다른 행복을 찾았다는 이선영 작가.

확신과 믿음을 갖고 떠난 이탈리아 유학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이론과 실습 기간이 끝나고 4개월간 현지 레스토랑에서 직접 일했는데, 진짜 셰프를 꿈꾸는 사람들이 버텨내야 할 시간들이 그녀에겐 버겁기만 했다. 재미있게 요리를 배우고 싶었는데 현장은 ‘현실’이었고, 취미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죽을 만큼 힘들다고만 생각했던 방송 일이 가장 쉬운 일이라는 걸 깨닫고 귀국 후 바로 방송 일에 복귀했다.

막내 요리사로 힘든 시간을 보낸 뒤에 맞이한 방송 현장은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다. 이탈리아 요리 유학은 그녀에게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의 차이를 극명히 느끼게 해준 시간인 셈이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자 또다시 슬럼프에 빠져 이탈리아가 그리워졌다는 이 작가. 유학 시절 동기들에게 많이 듣던 얘기 중 하나가 “네 요리는 할머니 요리 같다”는 놀림 섞인 평이었는데, 거기서 불쑥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아이디어는 「이탈리아 할머니 레시피」라는 이름의 책으로 발간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이탈리아 전역을 취재하며 할머니들을 한 분 한 분 찾아가 이탤리언식 집밥 레시피를 얻어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마음속에 있던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애정이 다시 살아났다.

노스트로 바다에서 구입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그릇들.

노스트로 바다에서 구입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그릇들.

시칠리아의 맛을 연남동으로 옮기다
책 발간 후 다시 방송 일을 하며 자료 조사차 연남동에 들렀던 이 작가. 뜻밖에도 마음에 드는 가게를 발견하고는 20분 만에 계약을 하고, 곧이어 ‘바다 파스타’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이곳의 메인 메뉴는 해산물파스타. 할머니들을 만나 취재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이 시칠리아의 해산물파스타였던 점에 착안했다. 지중해에서 건져 올린 갖가지 해산물을 올리브유에 볶은, 진짜 바다의 맛을 담은 파스타는 오래도록 그녀의 기억에 남았다.

“저처럼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제 요리를 찾아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갓 잡은 해산물로 요리해야 제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내부에 작은 수족관을 설치했고, 접시에 덜어내는 과정에서 팬에 남겨진 바다의 잔향들이 아쉬워 팬 그대로 테이블에 내야겠다고 생각했죠.”

요리하는 작가 이선영씨의 맛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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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적이기보다는 ‘즉흥적인’ 그녀의 감은 시쳇말로 대중의 취향을 ‘저격’했다. 덕분에 바다 파스타는 연남동의 대표 맛집으로 손꼽히며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처음에는 직접 주방에서 요리를 했지만 1분 1초도 지체하면 안 되는 주방 일은 전문 셰프에게 맡겨야겠다고 판단, 강남 유명 레스토랑을 한 달 넘게 찾아다니며 지금의 셰프 군단을 꾸렸다. 얼마 전에는 새로운 해산물파스타를 선보이기 위해 메뉴 개발차 셰프들과 함께 이탈리아로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곧 문어와 오징어 등을 활용한 지중해풍 파스타를 맛볼 수 있을 거라 귀띔하는 이 작가. 그 맛이 어떨지 생각하니 소개팅을 앞둔 전날처럼 벌써부터 설렌다.

‘우리의 바다’를 위해
바다 파스타가 오픈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이선영 작가는 또 한 번의 갈증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었는데, 손님이 많아지면서 그런 기회가 줄어든 것이 아쉬웠다. 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 바로 ‘노스트로 바다’. ‘우리의’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노스트로’와 ‘바다’를 합친 이름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행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노스트로 바다는 디자인 작업을 위해 쓰이기도 하지만 요리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그릇을 팔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천편일률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소통’과 ‘배움’이 공존하는 문화를 위해 문을 열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맛있게 먹고 마시고 행복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일하는 이탈리아 사람들 덕분에 제 인생관이 확 바뀌었어요. 방송 일을 하면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허기를 달래는 데 익숙했는데, 이제는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순간이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눠 먹을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나누며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요리를 배우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지금도 계속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컵라면으로 또 한 끼를 겨우겨우 해결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어떤 일이든 계획한 대로 다 이뤄지지는 않지만, 매 순간 내일 더 행복해질 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오늘보다 내일 더 열심히 달릴 수 있다고 말하는 이선영 작가. 더 행복할 내일을 위해 오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구체적이거나 거창하진 않지만 ‘즉흥적인’ 그녀 덕분에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뿐 아니라 읽고 있는 독자 역시 행복해지리라 확신한다.

이선영 작가가 소개하는 이탤리언 가정식 요리

요리하는 작가 이선영씨의 맛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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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미나리 해산물파스타

재료
파스타 350g, 바지락·모시조개·새우 400g씩, 기절낙지 1마리, 청도 미나리 4줄기, 방울토마토 300g, 마늘 1톨, 페페론치노 3개, 다진 파슬리 1큰술, 화이트와인 1/2컵, 파스타 삶기용 소금 1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적당량

요리하는 작가 이선영씨의 맛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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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1 바지락, 모시조개, 새우, 기절낙지는 흐르는 물에 씻고 기절낙지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청도 미나리는 씻어 다지고 방울토마토는 4등분하고 마늘은 편썬다. 3 냄비에 소금 1큰술과 물을 넣고 팔팔 끓인 뒤 파스타를 넣어 6분간 삶는다. 4 팬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두르고 ②의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넣어 약한 불에 볶다가 마늘이 갈색으로 변하면 ①의 해산물을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 뒤 센 불에 볶는다. 조개가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화이트와인을 붓고 알코올을 날린다. 5 ④에 ②의 청도 미나리와 방울토마토, 다진 파슬리를 넣고 중약 불에 국물이 졸아들지 않게 볶다가 ③의 파스타를 넣고 잘 섞어가며 볶은 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넣어 국물과 기름이 불투명한 상태가 될 때까지 볶는다. 6 ⑤의 팬을 불에서 멀어지게 들고 1분 정도 더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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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사과 버섯샐러드

재료
미니 사과 10g, 양송이버섯·새송이버섯·
표고버섯 20g씩, 각종 쌈채소(비타민·로메인 등) 적당량, 소금·후춧가루·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블록 약간씩, 올리브유·파프리카를 재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발사믹 리덕션 적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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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1 각종 쌈채소는 찬물에 씻어 물기를 털고 끝부분을 썰어낸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미니 사과는 흐르는 물에 씻고 그 중 1~2개는 슬라이스 한다. 2 양송이버섯, 새송이버섯, 표고버섯은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넣고 센 불에 3분 정도 볶는다. 3 접시에 ①, ②를 차례대로 담고 파프리카를 재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뿌린 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 다음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블록을 갈아 얹고 발사믹 리덕션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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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스테이크

재료
연어 350g, 시판용 참치 통조림·파프리카 1개씩, 케이퍼 10g, 마요네즈 25g, 아스파라거스 2대, 소금·후춧가루 1작은술씩, 다진 파슬리 약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4큰술, 올리브유 적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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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1 연어는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 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큰술과 다진 파슬리를 뿌려 30분간 재운다. 2 파프리카는 큼직하게 썰고 아스파라거스는 깨끗이 씻는다. 3 참치 통조림은 기름을 빼고 마요네즈, 케이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3큰술과 함께 믹서에 넣고 곱게 갈아 소스를 만든다.
4 달군 그릴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①의 연어를 올려 앞뒤로 3분 정도 굽는다. 5 ④의 그릴 팬에 ②의 파프리카와 아스파라거스를 올리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해 함께 굽는다. 6 접시 위에 ③의 소스를 적당량 붓고 그 위에 ④의 연어와 ⑤의 채소를 차례대로 올린 뒤 남은 소스를 다시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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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탤리언 반찬

재료
미니 양배추·방울토마토 5개씩, 파프리카·홍고추·청양고추 4개씩, 마늘 2톨, 화이트와인 비네거 1큰술, 소금·후춧가루 1작은술씩, 바질 잎 2장, 환만식초 700g, 물 1L,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적당량

만들기
1 파프리카는 토치로 그을려 껍질을 태운 뒤 껍질을 벗겨 5등분한다. 토치가 없으면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파프리카를 얹어 쿠킹 포일로 싼 다음 250℃로 예열한 오븐에 15분간 굽는다. 2 냄비에 분량의 물과 환만식초를 붓고 팔팔 끓으면 홍고추, 청양고추, 미니 양배추를 넣고 3분간 삶은 뒤 채로 건진다. 3 방울토마토는 윗부분에 십자로 칼집을 미세하게 넣고 끓는 물에 20초간 데쳐 건진 뒤 껍질을 벗긴다. 4 소독한 유리병에 ①, ②, ③의 모든 재료를 차곡차곡 담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소금, 후춧가루, 화이트 와인 비네거, 바질 잎을 넣어 병 끝까지 채운 다음 상온에 뒀다가 3일 뒤 파스타나 빵 등에 곁들여 먹는다.

■진행 / 박솔잎 기자 ■사진 / 김성구 ■헤어&메이크업 / 남우, 자연(순수 홍대점, 02-3143-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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