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하는 남정네의 봄날의 파스타
‘요리하는 남정네’라는 블로그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유성준씨(29). 지금은 본명보다 더 익숙한 닉네임을 내건 작은 비스트로를 운영하고 있는 어엿한 오너 셰프지만, 지난 2012년 여름만 하더라도 지금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다. 여느 대한민국의 대학교 4학년 남학생처럼 미래를 위해 방에 틀어박혀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 소위 ‘흔남 중의 흔남’이었던 것. 쳇바퀴 돌듯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공부를 하던 중 허기를 채우기 위해 만들었던 파스타 하나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평소 요리를 즐겨 하는 것도 아니고 파스타를 유달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어요. 그날따라 왜 파스타를 만들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희한하게 시판 소스를 이용해 만든 보잘것없는 파스타가 왜 그렇게 맛있던지! 그날 하루 집에 있는 각종 재료를 이용해 3개의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다고 느껴졌고 기록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리하는 남정네의 파스타 100개 도전기’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요리하는 남정네의 봄날의 파스타
“당연히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나 조리학과 학생들의 눈에는 제 요리가 어설프게 보였을 거예요. 그런 저의 요리가 그렇게 관심을 받는 게 못마땅했을 수도 있고요. 크림파스타에 왜 루(버터와 밀가루를 볶아 소스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 쓰는 것)를 넣지 않느냐, 토마토소스에 허브를 왜 그렇게 많이 넣느냐, 안 봐도 맛이 상상되니 버려라…. 이런 내용의 쪽지와 댓글을 두 달 넘게 받다 보니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더라고요.”
요리를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한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처럼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팬(Pan)을 놓고 다시 펜(Pen)을 잡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던 어느 날, 문득 든 생각 하나가 다시 그를 일으켰다. ‘대한민국의 모든 된장찌개 레시피가 똑같을 순 없다!’ 여러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그는 6개월 만에 100개의 파스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요리하는 남정네의 봄날의 파스타
파스타 100개 만들기 도전은 결국 그에게 40곳이 넘는 레스토랑에 이력서를 쓰게 만들었다. 요리를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 하나로 도전했지만 나이 스물일곱에 경력이라곤 블로거뿐인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이제 막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입사한 스물두세 살 막내가 있는 상황에서 제가 들어가게 되면 분위기와 상황이 애매해질 것 같다는 얘기만 들었어요. 그렇게 거의 포기 상태로 또 다른 면접을 보던 어느 날, 한 레스토랑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연락을 처음 받았죠.”
1월부터 시작한 레스토랑 일은 그해 8월에 끝이 났다. 졸업까지 반년을 앞둔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하든 졸업만큼은 꼭 할 것을 바란 부모님을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하려면 최소한의 의무는 다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다시 학생이 됐다. 하지만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요리에 대한 욕구는 참을 수가 없었고, ‘요리하는 남정네의 시즌2’라는 타이틀로 블로그 이웃들의 미션을 받아 각종 요리를 만들었다. 장을 보고, 요리하고, 촬영을 하고,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그 과정이 가장 즐거운 순간이라고 말하는 유성준씨. 마침내 2014년 1월 1일, 주변에 상권이 전혀 없는 주택가 한가운데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독학으로 요리를 시작한 지 2년 6개월 만의 일이다.
남정네의 즐거운 부엌
지금 살고 있는 단독주택의 반지하 공간이 바로 유성준씨의 레스토랑이다. 이전에 전세로 살던 사람이 나간 지 10년이 넘어 사람 한 번 들지 않았던 공간을 전기공인 아버지와 목수 아저씨 그리고 그가 힘을 합쳐 13평의 작은 레스토랑으로 만들었다. 가로수길, 경리단길처럼 트렌디하진 않지만 ‘맛있는 요리’를 ‘정성스럽게’ 만드는 ‘가정집’ 같은 분위기가 ‘남정네의 작은 부엌’의 컨셉트다. 이 집, 저 집 사이에 오롯이 혼자있는 레스토랑에서 그는 손님들을 위한 맛있는 파스타와 요리를 만드는 동시에 블로그를 하던 시절처럼 여전히 파스타를, 요리를 연구하고 있다.

요리하는 남정네의 봄날의 파스타
“이곳을 발판 삼아 더 큰 레스토랑을 오픈해 최고의 셰프가 돼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즐겁게 요리하는 셰프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2012년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부터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지금까지 저의 상황은 많이 바뀌었지만, 변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요리할 때 느끼는 즐거움이죠. 제가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해야 제 요리를 먹는 손님들도 즐거워질 테니까요. 즐거운 일은 더 즐겁게, 슬픈 일이 있을 땐 위로해줄 수 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어요. 가족을 위해 된장찌개를 끓이는 어머니의 마음처럼요.”
추천! 입 안 가득 봄이 느껴지는 파스타

요리하는 남정네의 봄날의 파스타
재료
식용 꽃·조개 국물 1컵씩, 삶은 파스타 130g, 칵테일 새우 3마리, 베이컨 1줄, 색깔별 파프리카 40g, 애호박 30g, 슬라이스 양파 50g, 마늘 3톨, 올리브유 적당량, 그라나파다노치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칵테일 새우는 씻어 껍질을 벗기고 베이컨과 애호박, 색깔별 파프리카는 1×1cm 크기로 썬다. 2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슬라이스한 마늘을 넣어 노릇하게 볶는다. 3 ②의 팬에 ①의 새우, 베이컨, 애호박과 슬라이스 양파를 넣고 볶다가 후춧가루로 간한다. 4 ③에 조개 국물과 삶은 파스타를 넣고 졸이다가 ①의 색깔별 파프리카를 넣어 한두 번 섞은 뒤 접시에 담고 식용 꽃을 올린 다 음 그라나파다노치즈를 갈아 뿌린다,

요리하는 남정네의 봄날의 파스타
재료
다진 쇠고기 100g, 모둠 버섯 80g, 레드와인·
토마토소스 1컵씩, 생수 1/2컵, 달걀 1개, 삶은 파스타 130g, 마늘 3톨, 양파 50g, 돌나물 20g, 그라나파다노치즈·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올리브유·달걀 삶는 물 적당량
만들기
1 모둠 버섯은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하고 양파는 얇게 슬라이스한다. 2 달걀은 소금을 약간 넣은 물에 7분간 반숙으로 삶는다. 3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슬라이스한 마늘을 넣어 노릇하게 볶다가 다진 쇠고기를 넣고 센 불에 볶은 다음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4 ③에 레드와인을 붓고 끓이다가 알코올을 충분히 날린 뒤 와인이 졸면 ①의 모둠 버섯과 양파, 토마토소스, 생수, 삶은 파스타를 넣고 볶는다. 5 ④를 접시에 담고 그라나파다노치즈를 갈아 뿌린뒤 손질한 돌나물을 올린 다음 ②의 달걀을 반 갈라 올린다.

요리하는 남정네의 봄날의 파스타
재료
성게알 20g, 주꾸미·칵테일 새우 3마리씩, 모시조개 18~20개, 삶은 파스타 130g, 조개 국물 1컵, 슬라이스 양파 50g, 마늘 3톨, 올리브유 적당량
만들기
1 성게알은 물에 살짝 담갓다가 건지고 주꾸미는 흐르는 물에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칵테일 새우는 껍질을 벗기고 모시조개는 해감시켜 깨끗하게 씻는다. 2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슬라이스한 마늘을 넣어 노릇하게 볶고 슬라이스 양파와 ①의 칵테일 새우, 모시조개, 주꾸미를 함께 넣고 볶는다. 3 ②의 팬에 분량의 조개 국물을 붓고 삶은 파스타를 넣은 뒤 국물이 거의 졸면 ①의 성게알을 넣고 한두 번 섞은 다음 불을 끄고 접시에 담는다.

요리하는 남정네의 봄날의 파스타
재료
쇠갈빗살 100g, 모둠 버섯 80g, 생크림 250ml, 삶은 파스타 130g, 양파 50g, 마늘 3톨, 브로콜리 10g, 그라나파다노치즈가루·소금·후춧가루·식용 꽃 약간씩, 올리브유 적당량
만들기
1 쇠갈빗살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소금, 후춧가루를 뿌린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연기가 올라오면 쇠갈빗살을 올려 겉이 노릇해지면 불을 끈 뒤 1분 정도 남은 열로 더 익힌다. 2 모둠 버섯은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하고 양파는 슬라이스하고 브로콜리는 아주 작게 송이를 나눈다. 3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슬라이스한 마늘을 넣어 노릇하게 볶다가 ②의 버섯, 양파, 브로콜리를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해 볶는다. 4 ③에 삶은 파스타와 생크림을 넣고 졸이다가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맞추고 크림이 졸아 면에 감겨 올라오면 접시에 담고 ①의 쇠갈빗살과 그라나파다노치즈가루, 식용 꽃을 순서대로 올린다.
■진행 / 박솔잎 기자 ■사진 / 장태규(프리랜서) ■헤어&메이크업 / 김수인, 김세미(황현 커팅스테이션, 02-336-6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