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하는 이 없는 국민 간식, 치킨
닭을 일상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말부터로 본다. 닭은 사위나 와야 잡을 수 있는 음식이었고 프라이드치킨이 보급되기 시작한 뒤에도 아버지 월급날이나 돼야 먹을 수 있는 귀한 메뉴였다. 소풍처럼 특별한 날에 반장 엄마들이 선생님께 프라이드치킨을 사다드리는 풍경도 당시에는 흔했다.

‘수요미식회’에서 배우는 미식 상식
치킨 세계의 계보를 따지자면, 뜨거운 전열기통에 돌려 기름을 쫙 뺀 전기구이 통닭은 원조 격으로 통한다. 이후 식용유가 출시되면서 커다란 가마솥에서 높은 온도로 튀겨내는 시장 통닭이 대세가 됐다. 일반적으로 시장 통닭은 물반죽을 한 번 입혀 민무늬 치킨이라고 부른다. 림스치킨과 둘둘치킨, 보드람치킨은 마늘, 생강 등이 들어간 튀김가루만 입혀 튀기는 엠보 치킨이다. 튀김옷이 얇은 것이 특징. KFC의 크리스피 치킨은 가루를 입힌 다음 물반죽을 거쳐 그 위에 다시 튀김가루를 입혀 튀김옷이 두껍고 바삭하다.
추천 식당
명동 영양센터 국내 최초로 전기구이 방식을 도입했다.
서울 중구 명동2길 52 / 02-776-2015
용천통닭 1971년 개업한 의정부 제일시장 통닭 골목의 터줏대감.
경기 의정부시 태평로89번길 8 / 031-846-4717
반포치킨 마늘치킨의 원조. 추억의 햄버그스테이크와 비프가스로도 유명하다.
서울 반포구 신반포로 38 반포상가 J동 21 / 02-599-2825
한추 튀김옷에 고추를 넣은 고추치킨과 고추 속에 다진 고기를 넣은 고추튀김이 대표 메뉴.
서울 강남구 논현로175길 68 / 02-541-0969
추억의 돈가스
한때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반찬이자, 명동 뒷골목 경양식집의 대표 메뉴였던 돈가스. 우리나라의 돈가스 문화는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렇다고 딱히 일본의 전통 음식은 아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1868년) 이전에는 고기를 안 먹었다고 볼 수 있다. 675년 덴무 천황이 살생 저지를 위해 육식 금지령을 선포한 이래 약 1,200년 동안 육식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메이지유신으로 서양 문물이 도입되면서 일본인들은 서양인에 비해 왜소한 체구 개선을 위해 육식을 장려했다. 그러나 다양한 육식 조리법을 몰랐기 때문에 초기에는 고기를 튀겨 밥, 국, 양배추를 추가해 먹었는데 이를 지금의 일본식 돈가스의 효시로 본다.

‘수요미식회’에서 배우는 미식 상식
추천 식당
금왕돈까스 얇고 넓적한 고기와 느끼하지 않은 소스의 전형적인 한국식 돈가스를 내놓는다.
서울 성북구 성북로 136 / 02-763-9366
사모님돈가스 가게 이름을 딴 사모님돈가스, 맛깔스러운 매운 돈가스 등 창작 돈가스로 유명한 집.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51-9 / 02-337-2207
한성돈까스 돈가스, 비프가스, 생선가스, 치킨가스 오직 네 가지 메뉴로 승부를 본다.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97길 10 / 02-540-7054
긴자 바이린 1927년 오픈한 일본 긴자의 유서 깊은 돈가스집의 한국 분점.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37 / 02-734-9765
남녀노소 사랑하는 탕수육
중국음식점의 인기 메뉴 탕수육. 그러나 사실 중국에서는 탕수육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탕수육을 한자로 병기하면 당초육(糖醋肉)인데, 이는 달고 신 돼지고기라는 뜻이다. 라스베이거스나 홍콩에서 이 메뉴를 시키면 한국식 탕수육이 나오지만, 중국 상하이나 베이징에서는 그렇지 않다. 대신 중국 동북 지방의 궈바오러우라는 탕수육과 비슷한 메뉴가 있다. 이 탕수육의 원형은 토마토케첩이 들어간 빨간 소스의 꾸루로우로 볼 수 있다. 꾸루로우의 고향은 홍콩이다. 아편전쟁 이후 홍콩이 영국령이 되면서 많은 영국인들이 이주했지만, 중국 음식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때문에 중국 요리사들이 그들의 입맛에 맞고 포크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게 됐다. 새로 만들어진 음식에 이렇다 할 이름이 없었는데 영국인들이 음식의 이름을 물으며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을 보고 즉석에서 지은 이름이 꾸루로우다. 꾸루는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를 뜻하는 의성어.

‘수요미식회’에서 배우는 미식 상식
탕수육이 중국집의 대표적인 음식이 된 데는 어떤 고기를 쓰는지 숨길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저렴한 부위를 바삭하게 튀겨내고 새콤달콤한 소스를 얹어 그럴듯하게 만들어 팔기에 딱 좋았다는 것. 한편으로는 중식 외에 별다른 외식거리가 없던 시절 만만한 가격의 짜장면 외에 특별한 날 아버지의 위엄을 세울 수 있는 요리라는 점도 그럴싸하게 들린다.
맛있는 탕수육의 조건으로는 바삭한 식감을 꼽는다. 밀가루 반죽에 소금이 섞이면 글루텐이 활발하게 형성돼 튀김옷 자체가 뻣뻣해질 수 있다. 따라서 물 대신 보드카를 반죽에 넣기도 한다. 무색, 무취의 보드카는 튀기는 과정에서 알코올 성분이 모두 날아가 글루텐 형성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 또 일본의 튀김처럼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쓰기도 한다. 고기의 부피가 1일 때 튀김옷의 부피를 0.8~0.9로 하면 바삭하게 튀겨낼 수 있다.
추천 식당
도원 호텔 중식당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과일을 넣어 새콤달콤한 탕수육이 인기.
서울 중구 소공로 119 더플라자호텔 3층 / 02-310-7300
대가방 49년 경력의 오너 셰프가 지휘하는 주방에서 만드는 바삭한 옛날식 전통 탕수육.
서울 강남구 선릉로145길 13 / 02-544-6336
주 두툼한 고기의 질감이 살아 있는 탕수육을 만든다. 불을 잘 사용한다는 평.
서울 서초구 동광로19길 16 / 02-3482-3374
뒤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떡볶이
무엇을 추가하느냐,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내지만 한결같이 맛있는 요술 같은 음식, 떡볶이. 우리가 알고 있는 즉석 떡볶이는 마복림 할머니의 손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신당동 떡볶이 골목의 대모이자, “며느리도 몰라”라는 멘트의 고추장 CF로도 잘 알려진 마 할머니가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우연히 동네 중국 음식점 개업식에서 짜장에 빠뜨린 떡을 먹었는데, 그게 의외로 맛있어서 떡볶이에 춘장을 섞은 양념을 개발했다는 것. 이 양념으로 만든 즉석 떡볶이집이 인근에 늘어나면서 신당동 떡볶이 타운이 형성됐다. 재료를 한데 넣어서 바로 끓여 먹는 즉석 떡볶이의 유행은 부탄가스와 휴대용 가스버너의 보급과도 연관이 깊다.

‘수요미식회’에서 배우는 미식 상식
한때는 밀가루 떡으로 만드는 떡볶이는 가짜 혹은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밀가루 떡이 더 맛있다는 이들도 많다. 밀가루 떡은 조리할수록 떡이 부풀어 오르면서 삼투압 현상으로 양념이 떡 안쪽으로 밀려들어가 맛이 고루 배어 간이 잘 맞기 때문. 이에 비하면 쌀떡은 간이 덜 밴다. 밀떡과 쌀떡의 가장 큰 차이는 단백질 성분이다. 밀가루는 쌀보다 단백질 함량이 2배가량 많은데 그중 물에 녹지 않는 글리아딘, 글루테닌 단백질이 많다. 이 둘이 만나면 끈기 있는 글루텐으로 바뀐다. 대개 길거리 떡볶이는 오래도록 끓이지만 밀떡을 쓰기 때문에 잘 퍼지지 않는 것이다.
추천 식당
윤옥연 할매 떡볶이 올해로 40년 된 강렬한 후추 맛의, 일명 마약 떡볶이. 전국 택배 배송도 한다.
대구 수성구 들안로77길 11 / 053-756-7597
모꼬지에 고추장 양념과 짜장 양념이 들어간 즉석 떡볶이와 함께 딸기빙수가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36길 5-13 / 02-424-6150
다리집 굵은 가래떡으로 만드는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이 간판 메뉴.
부산 수영구 수영로464번길 7 / 051-625-0130
풍년쌀농산 방앗간에서 뽑은 쌀떡과 직접 담근 집 고추장이 제맛을 낸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5가길 32 / 02-732-7081
■정리 / 장회정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자료 제공 / 「수요미식회」(수요미식회 제작팀 저, 시드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