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유럽으로 불리는 마카오는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약 3시간 40분, 홍콩에서는 배로 1시간 남짓 걸려 한국인이 부담 없이 여행하기에 좋은 나라다. 우선 규모가 작아 홍콩과 중국 여행 중 하루 일정으로 잠시 둘러봐도 좋을 뿐 아니라 며칠 동안 머무르며 관광하기에도 손색없다. 마카오 도심 한복판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당과 건물이 즐비하며, 길고 긴 다리를 10분 남짓 차로 달리면 도착하는 해안 매립지에는 고층의 화려한 호텔이 들어서 있어 볼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밤이면 세나도 광장의 낭만적인 야경을 즐길 수 있고, 세계적인 카지노 천국답게 이색적인 재미도 흠뻑 느낄 수 있다.
마카오는 100년 남짓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역사를 통해 중국 속의 유럽으로 서서히 변모해왔다. 흔히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마카오 음식을 매캐니즈(Macanese)라 부르는데, 마카오 인구의 대부분이 광둥 지역 출신의 중국인으로 마카오 음식은 담백한 광둥 요리와 가까울 뿐 아니라 중국 음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경계가 모호하다. 유럽의 다양한 나라를 여행했지만 아직 포르투갈을 가보지 못한 나에게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마카오 음식은 또 어떻게 다를지 새삼 궁금했다.
우선 마카오는 해산물 요리와 커리 음식이 발달했다. 재미있는 것은 포르투갈 커리는 일본에 영향을 줘 일본식 카레로 발전했고, 그것이 우리나라에 전파돼 많은 가정에서 카레를 즐기게 됐다는 점이다. 즉 우리가 즐기는 카레도 포르투갈 커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카오 커리의 맛과 향은 먹어본 듯한 친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여행을 할 때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여행의 즐거움은 반으로 줄어드는 법. 그런 의미에서 친숙하면서도 색다른 마카오 음식은 먹는 즐거움을 배로 전해주는 매력적인 음식이라 하겠다.
남유럽풍 건물의 식당과 카페, 상점을 비롯해 물결무늬 타일로 수놓은 바닥이 이국적인 세나도 광장에 있노라면 마치 유럽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마카오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이곳은 기념사진을 찍는 것 외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육포와 아몬드 쿠키를 마음껏 시식하는 것이다. 세나도 광장에서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골목에 육포와 아몬드 쿠키 전문점이 모여 있는데 천천히 걸으며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육포는 마카오의 명물 간식으로 바짝 말린 우리나라의 육포와 달리 두껍고 부드러운 육질과 함께 달짝지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종류가 다양하며 달콤한 맛, 매운맛 등 상점마다 독특하고 다양한 양념을 사용해 시식의 재미를 더해준다. 아몬드 쿠키 전문점에서는 즉석에서 아몬드 쿠키를 굽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처음 먹을 때는 조금 퍽퍽하게 느껴지지만 차와 함께 먹으면 은근히 맛있다. 상점이 무척 많아 어디서 구입할지 결정하기 어렵다면 ‘거기(鉅記)’로 갈 것. 1997년 문을 연 이후 마카오와 홍콩, 싱가포르 등에 지점을 두고 있는 이곳은 아몬드 쿠키와 과자, 육포 등을 파는 가장 유명한 상점이다.
길거리 음식만 제대로 즐겨도 마치 현지인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묵이나 우유 푸딩, 파르페 등 세나도 광장을 중심으로 많은 간식이 판매되고 있지만 현지인들이 가장 즐기는 길거리 음식 중 하나는 바로 주빠빠오(Pork Chop Bun)다. 납작하게 썬 돼지고기 안심을 그대로 구워 바게트 사이에 끼워 먹는 음식으로 특별한 소스가 없지만 짭조름하니 맛있다.
맛있는 음식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즐기면 더욱 맛있는 법. 본격적으로 마카오의 음식, 매캐니즈를 즐기기 위해 홍콩에 거주하는 한국인 친구를 이곳으로 불렀다. 홍콩 교민들 사이에서 유명한 맛집 블로거(andyjin.com)로 통하는 앤디 진(39)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중국과 홍콩 교민들이 보는 홍콩 수요저널(www.wednesdayjournal.net)에 칼럼을 기고하는 푸드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그에게 현지인에게 인기 있는 매캐니즈 음식점을 추천해달라고 청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마카오 현지인들이 가장 맛있는 맛집으로 꼽는 ‘번가옥포식미식’. 20년 전통의 이곳은 포르투갈 음식을 마카오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곳으로 유명하다. 세나도 광장 골목 안쪽에 위치해 찾아가기 어렵지만 2개의 매장을 갖출 정도로 현지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는 바로 포르투갈식의 치킨 스테이크 라이스. 치즈와 바닐라, 고기 페이스트를 주재료로 특제 비법 소스가 더해져 깊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추천 메뉴인 커리 등심 요리와 감자채 대구볶음, 돼지목살 등도 함께 맛보았다. 모든 음식이 포르투갈식으로 만들어졌는데, 분명 처음 맛보는 음식임에도 중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돼서인지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았다.
information
번가옥포식미식(番茄屋葡式美食)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30분
주소 (본점) 4 Cal, da Rocha, Avenida de Almeida Ribeiro,
(지점) Shop 4&6, G/F, Edificio Fu On, Tv. de Dom Quixote, Avenida de Almeida Ribeiro
문의 +853-2836-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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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미식(新益美食)
영업시간 오후 6시~다음날 오전 4시
주소 Shop 1B, G/F, Block 1, Povacao de New Village Mong-Ha, Rampa dos Cavaleiros, Mong-Ho
문의 +853-2848-1046
마카오식으로 맛낸 특별한 카레 요리
국내 여행을 할 때면 한두 끼는 직접 해 먹는 편이다. 여행 중 가장 즐기는 메뉴는 바로 카레라이스. 인스턴트 카레 한 봉지와 채소 두세 가지만 있으면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별다른 반찬 없이도 맛있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카레지만 마카오 여행 후 ‘카레’ 하면 마카오가 생각날 정도로 마카오식 카레는 인상적이었다. 마카오에서 맛본 감자채 대구볶음이나 주빠빠오처럼 카레로 요리에 향과 색감만 더해도 별미 요리로 업그레이드된다.
버섯이 많이 나는 가을에 버섯과 카레를 이용해 채소 부침개를 만들어보자. 버섯과 채소를 잘게 다져 부침개를 만드는데, 카레가루 1큰술로 풍미가 더해져 버섯과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굴소스까지 넣으면 그 맛이 더욱 이국적으로 변한다.
카레가루가 더해지면 평범한 볶음밥도 더욱 풍성해진다. 먼저 스크램블드에그를 만들어둔 뒤 닭고기 안심에 중화 닭요리소스로 풍미를 더한 다음 다진 채소와 함께 팬에 볶다가 스크램블드에그와 찬밥 한 공기를 넣고 볶으면 중국식 볶음밥 완성. 이때 카레가루 1큰술을 넣으면 연한 노란빛을 띠면서 색감이 더욱 풍부해져 특별한 일품요리가 완성된다.
재료
돼지고기 다짐육 100g, 양파·당근 1/4개씩, 양배추 1/10개, 표고버섯 3개, 부침가루 1과 1/2컵, 달걀 1개, 굴소스·카레가루 2큰술씩, 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양파와 당근, 양배추, 표고버섯은 잘게 다진다. 2 볼에 ①과 돼지고기, 부침가루, 달걀, 굴소스, 카레가루를 넣고 잘 섞어 치댄다. 3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②를 떠올려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 약한 불에 앞뒤로 노릇하게 익힌다.
재료
닭고기 안심 2장, 양파 1/2개, 당근·브로콜리 1/3개씩, 밥 1공기, 닭요리소스·카레가루 1큰술씩, 달걀 2개, 후춧가루 약간, 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닭고기 안심과 양파, 당근은 2×2cm 크기로 깍둑썰고 브로콜리는 잘게 다진다. 2 볼에 달걀을 푼 뒤 식용유를 두른 팬에 부어 덩어리가 지도록 젓가락으로 저어가며 익힌다. 3 ①의 닭고기 안심에 닭요리소스를 넣고 버무려 재운다. 4 식용유를 두른 팬에 ①의 양파와 당근을 넣고 볶다가 브로콜리와 ③의 닭고기 안심을 넣어 볶는다. 5 ④에 밥과 카레가루, ②의 스크램블드에그, 후춧가루를 넣고 한 번 더 볶는다.
중화 닭요리소스
간장을 베이스로 달콤한 맛을 내는 소스로 닭의 누린내를 없애준다. 주로 조림용으로 쓰이며 음식에 윤기를 더하고 육류를 재울 때 사용하면 독특하고 달달한 향이 잡내를 없애고 풍미를 살려 맛을 더욱 좋게 한다. 닭 이외에 두부나 생선 등 다른 재료를 재울 때 사용해도 좋다.
2천3백원, 이금기소스.
■진행 / 이서연 기자 ■사진 / 신채영(신채영스튜디오) ■제품협찬 / 빅토앤롤프by갤러리어클락(02-540-4720), 시리즈·ST.듀퐁(02-6911-0742), 아클림(02-3445-6427), 티에르(02-543-5231), booth(02-6401-0742) ■촬영 협찬 / 이금기소스(080-433-8888) ■패션스타일리스트 / 장성희 ■푸드스타일리스트 / 김형님(형님st.) ■헤어&메이크업 / 은빛, 권선영(오블리쥬, 02-518-8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