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명인 윤미월 셰프와 함께 담근 김장 김치

김호진의 미각 여행

김치 명인 윤미월 셰프와 함께 담근 김장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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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와 배추가 물오른 요즘, 한 해 동안 가족의 밥상을 책임질 김장을 담가야 할 시기다. 냉장고에 맛있는 김치만 가득 차 있어도 반찬 걱정을 절반은 더는 법. 1년 내내 먹어도 물리지 않는 김치의 비결을 찾기 위해 올가을 김치 명인으로 지정된 윤미월 선생을 찾아 창원으로 향했다. 김장의 기본인 배추김치부터 명인이 개발한 독특한 총각무 김치까지 다양한 김치를 담그고 온 경험을 공유한다.

[김호진의 미각 여행] 김치 명인 윤미월 셰프와 함께 담근 김장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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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셰프에게 김치 비법을 배우다
조선 말기에 편찬된 조리서 「시의전서」에는 당시 음식에 대한 기록이 한글로 적혀 있다. ‘좋은 통배추를 절여서 실고추, 파, 마늘, 생강, 밤, 배는 모두 채치고 조기젓은 저며 넣고 청각, 미나리, 소라, 낙지 등을 섞어 넣은 다음 간을 맞춘다. 무와 외지는 사등분으로 썰어 넣고 3일 후에 조기젓국을 달여 물을 타서 부으면 좋다.’ 1800년대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숭침채, 그러니까 통배추김치에 대한 기록이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윤미월(58) 셰프가 「시의전서」에 전해 내려오는 숭침채라는 전통 김치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제66호 식품 명인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축하의 뜻을 전할 겸, 배추와 무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김장철을 맞아 윤미월 셰프에게 전통방식대로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워보기로 했다. 그녀가 운영하는 한식 레스토랑, ‘수금재’를 향해 창원으로 출발했다.

[김호진의 미각 여행] 김치 명인 윤미월 셰프와 함께 담근 김장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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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창원까지는 KTX로 3시간 남짓. 윤미월 셰프의 요리를 생각하니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윤 셰프는 김치 명인이 되기 이전에 일본에 건너가 김치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고, 도쿄 긴자에서 3년 연속 미슐랭 2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윤가’를 운영하고 있다. 부모님의 손맛을 이어받아 충청도에 뿌리를 둔 한식을 선보이는 윤 셰프는 최근 김치 공장과 직접 운영하는 한식당 수금재가 있는 창원과 도쿄를 왔다 갔다 하며 제 식구들을 돌본다. 옛 생각을 하다 보니 금세 창원에 도착. 곧바로 수금재로 향했다. 윤 셰프가 반가운 얼굴로 서울서 오는 객을 맞아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마침 점심시간이라 우선 셰프의 밥상부터 맞게 됐다. 전국 각지에서 온 제철 재료로 차린 소박하지만 대지의 에너지를 품은 찬들과 어머니의 정성 어린 손맛이 깃든 갈비찜, 담백하지만 자꾸만 손이 가는 들깨탕 등 그릇의 밑바닥이 보이도록 싹싹 긁어 먹고 말았다.

[김호진의 미각 여행] 김치 명인 윤미월 셰프와 함께 담근 김장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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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먹던 배추김치를 재현하다
김치를 배워보고 싶다는 얘기에 스승은 며칠 전부터 시장에서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뒀다. 김장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 며칠간 고생했을 것이 눈에 선했다. 배추김치에 들어가는 속 재료만 한 상 가득 올라왔다. 전복, 낙지부터 밤, 배, 미나리 등 부재료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다듬어놓았다. 햇볕을 한 몸에 머금어 빛깔이 고운 햇고춧가루에 귀한 재료들을 넣고 한데 버무린다.
수많은 재료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손바닥 절반만치 작은 생선으로 담근 젓갈이다.
“창원에 본진을 두고 있지만 우리 집에서 담그는 김치는 경상도 김치랑은 달라요. 경상도 김치는 멸치젓을 사용해 검은빛을 띠고 처음엔 비린내가 나지만 익으면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납니다. 반면 우리 집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숭침채에는 황석어(참조기)젓이 들어가지요. 황석어젓으로 담근 김치는 깔끔한 맛이 나고 잘 삭은 다음엔 구수한 맛이 일품입니다.”
정성스럽게 다듬어놓은 절인 배추, 전복, 낙지, 밤, 배, 미나리 등 배추김치에 들어가는 재료가 한 상 가득 올라왔다.

정성스럽게 다듬어놓은 절인 배추, 전복, 낙지, 밤, 배, 미나리 등 배추김치에 들어가는 재료가 한 상 가득 올라왔다.

대대로 내려온 김치 명인의 김치 레시피 비밀은 바로 이 황석어젓이다. 황석어젓은 살을 발라 양념에도 넣고 분리한 뼈와 머리는 달여서 나중의 발효 과정에 이용한다. 비밀을 알고 나자 금서를 들춘 듯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수의 비법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숨이 잘 죽은 절인 배추에 마법의 젓갈, 황석어젓이 들어간 양념을 골고루 버무려 항아리에 담고 그다음엔 양념에 버무린 무를 담는다. 그 위에 다시 김장배추와 무를 차례로 쌓는 것이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이란다. 잘 쌓은 김장독 위는 절인 배추 겉잎으로 덮어 4일간 숙성시킨 뒤 뚜껑을 열어 미리 준비해둔 황석어젓 뼈를 달인 국물을 붓고 다시 잘 닫아 100일이 지나면 먹음직스러운 통배추김치가 완성된다. 내년 입춘이나 돼야 김치를 맛볼 수 있냐고 툴툴거려도 돌아오는 건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답뿐이다.
이어 윤 셰프가 직접 개발한 총각무 더덕 물김치 담그는 비법도 알려줬다. 배추김치에 비하면 짧은 시간에 절여서 빨리 숙성시켜 맛볼 수 있다. 총각무에 열십자로 칼집을 내 더덕을 넣을 생각을 어떻게 하였을까. 쪽파와 총각무청으로 둘둘 감은 뒤 배를 항아리에 깔고 차곡차곡 쌓아 김치 국물을 부으면 끝! 간단하게 총각무 더덕 물김치가 완성됐다. 물김치가 삭아가면서 항아리 안은 점점 향긋한 더덕 향으로 가득 찰 것이다. 잘 삭은 총각무를 한 입 베어 물었다고 상상해보자. 국물에 밴 배의 단맛을 가득 품은 총각무에서 나는 은은한 단맛이 입 안에 맴돌 것이다. 얼른 시간이 흘러 맛있게 삭은 김치를 먹을 수 있길 바란다.

[김호진의 미각 여행] 김치 명인 윤미월 셰프와 함께 담근 김장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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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침채(통배추김치)
재료
배추 5통, 무·배 1개씩, 전복 3개, 낙지 1마리(혹은 문어), 대파 2대, 청각·미나리 한 줌씩, 황석어젓·마늘 간 것 100g씩, 밤 50g, 생강 간 것 30g, 고춧가루 160g, 소금 500g, 물 40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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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1
전복은 내장을 떼고 깨끗이 씻어서 먹기 좋게 저민 다음 하루 전날 소금을 가볍게 뿌려 냉장고에서 24시간 숙성시킨다.
2 낙지는 소금물에 씻은 뒤 먹기 좋게 저며 냉장고에서 24시간 숙성시킨다.
3 배추는 사이사이에 소금을 뿌려 6시간 정도 절인 뒤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4 무는 큼직하게 썬다.
5 배는 껍질을 벗겨 채썰고 대파는 흰 부분만 준비해 어슷썬다.
6 청각은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썰고, 미나리는 잎을 떼어내고 3cm 길이로 썰고 밤은 채썬다.
7 황석어젓은 살을 바르고 뼈와 머리를 따로 모아둔다. 냄비에 황석어젓 뼈와 머리를 넣고 물 400ml를 붓고 달인 다음 국물만 걸러서 식힌다.
8 볼에 ⑦의 황석어젓 살과 ①의 전복, ②의 낙지, ⑤의 배와 대파, ⑥의 청각과 미나리, 밤, 마늘 간 것, 생강 간 것, 고춧가루를 넣고 양념을 만든다.
9 ③의 절인 배추와 ④의 무에 ⑧의 양념을 버무린 뒤 항아리에 배추 한 켜, 무 한 켜를 번갈아가며 차례로 쌓는다.
10 ⑨의 항아리가 꽉 차면 절인 배추 겉잎으로 잘 덮어 상온에 둔다.
11 4일 후 배추가 숨이 죽어 가라앉으면 배추 겉잎 뚜껑을 열어 ⑦의 황석어젓 뼈와 머리를 넣고 달인 국물을 붓는다. 다시 배추 겉잎을 덮고 비닐로 항아리를 싼 다음 항아리 뚜껑을 닫아두고 100일 후에 먹는다.

총각무 더덕 물김치
재료
총각무 1단, 배 1/2개, 더덕 3뿌리, 쪽파 한 줌, 총각무 절임용 소금 120g, 쪽파 절임용 소금 1/2큰술, 밀가루 풀(밀가루 2큰술, 물 400ml), 김치 국물(마늘 간 것·소금 1큰술씩, 생강 간 것 1/3쪽 분량, 새우젓 1/2큰술, 물 1L), 소금·설탕 약간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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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1 총각무는 깨끗이 씻어 절임용 소금을 골고루 뿌려 1시간 정도 절인다.
2 더덕은 껍질을 벗겨 총각무 길이 정도로 썰어 소금과 설탕을 각각 한 꼬집씩 넣고 밑간한다.
3 쪽파는 절임용 소금을 뿌려 10분 정도 절인다.
4 냄비에 분량의 밀가루 풀 재료를 넣고 풀을 쑨다.
5 ①의 절인 총각무 뿌리 부분에 열십자로 칼집을 내고 그 사이에 ②의 더덕을 넣고 ③의 쪽파와 총각무청으로 둘둘 감는다.
6 항아리 맨 밑에 1/4로 조각낸 배를 깔고 ⑤의 총각무를 차곡차곡 쌓는다.
7 ④의 밀가루 풀과 마늘 간 것, 생강 간 것, 새우젓, 물 1L, 소금 1큰술을 섞어 김치 국물을 만든 다음 ⑥의 항아리에 붓는다.
8 항아리를 상온에 3일간 뒀다가 냉장 보관하고 상온 숙성 포함 15일 후 먹는다.

■기획 / 이서연 기자 ■진행 / 김윤정(프리랜서) ■사진 / 신채영(신채영스튜디오) ■촬영 협조 / 수금재(055-264-2272) ■제품 협찬 / 이금기소스(080-433-8888), 오니츠카타이거(02-543-5231), 잭앤질(070-4870-0232), 타임옴므(02-3444-1730), H&M(02-515-0201) ■패션 스타일리스트 / 김기동(케이디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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