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연복 셰프, 중화요리를 말하다 ①
유쾌한 셰프, 즐거운 요리
이연복(56) 셰프를 처음 만난 건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식 요리에 대한 기사를 진행하면서 만난 그는 오랜 경력의 소유자로, 주방에서는 날카롭고 무서울지 몰라도 요리 초자였던 기자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상냥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당시 서대문 외진 골목에 있었던 중식당 목란은 이미 맛집으로 소문이 나 예약이 쉽지 않았는데, 지난해 연희동으로 이사한 뒤로는 줄을 서지 않으면 예약조차 어려운 특급 맛집이 돼 있었다.
이연복 셰프가 이렇게 주목을 받은 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주한 대만 대사관의 최연소 주방장’,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 중식당 ‘호화대반점’ 요리사 등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일찌감치 알려진 스타 셰프였다. 최근 ‘쿡방’, ‘먹방’이 방송가 전반에 대세로 자리 잡으며 셰프들이 방송 출연을 하게 되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된 것이다.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중식을 알리고 중식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는데 올리브TV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에 출연하면서 기회가 왔죠. 의기양양하게 출연을 했는데 평소 하지도 않던 실수를 하고 만 거예요. 배추를 썰다 칼에 손을 베인 거죠. 그게 인상적이었는지 그때부터 여러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가 왔고 중식을 소개할 기회가 찾아왔어요.”

이연복 셰프, 중화요리를 말하다 ①
“중식이 배달 음식이라는 편견을 깨고 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다채로운 요리로 즐길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또 불이 세지 않으면 중식 요리를 만들지 못한다는 편견도 깨고 싶었죠. 한 번에 10인분 이상의 요리를 만드는 레스토랑에서는 불이 세야 하지만 3, 4인분 정도의 요리를 하는 가정에서는 센 불이 없어도 얼마든지 맛있는 중식 요리를 만들 수 있거든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이 셰프지만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와 판이하게 달라진 요리사에 대한 인식에 지금도 종종 놀라곤 한다.
“지금은 요리하는 사람이라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창피해서 비밀로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모처럼 쉬는 날 놀러 갈 때도 파스를 붙이고 나갔어요. 하루 종일 주방에 있다 보면 음식 냄새가 온몸에 스며들어서 씻어도 가시질 않거든요. 또 저야 일찍 결혼을 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장가가려고 여자를 만나 직업이 요리사라고 하면 여자 쪽 집안에서 대번 반대를 했죠.”
지금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요리사라는 직업이 인정받고 있어 요리할 맛이 난다지만 여전히 힘든 직업임에는 변함이 없다.
“아들딸이나 손주들이 요리사를 한다고 하면 기필코 반대할 거예요. 일 자체가 힘들고 개인 시간이 없기 때문이에요. 자식들은 인생을 좀 더 여유롭게 살길 바라죠.”
이연복 셰프는 최근 SBS Plus에서 새롭게 방영되는 ‘강호대결 중화대반점’에 출연해 호화롭고 다채로운 중식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 셰프를 포함해 화려한 중화요리 경력을 자랑하는 4인의 셰프들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데, 군침 도는 비주얼의 요리를 보고 나면 바로 식당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중식의 편견을 깨고 일상적인 중식 요리가 아닌 아주 특별하고 맛있는 요리들을 소개하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어요. 방송을 통해 멋진 중식 요리의 세계를 경험하셨으면 좋겠어요.”
방송 일정이 아무리 많아도 영업시간에는 항상 레스토랑 주방에서 요리를 만든다는 이연복 셰프. 변함없이 인간적인 면모와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우리나라의 중식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요리는 제 인생이고 전부죠. 눈앞에 웅장하게 서 있는 히말라야 산맥처럼 오르고 또 올라도 끝이 없고, 연구하고 노력해도 완벽한 결과에 다다르기 힘든 높은 산 같은 존재예요. 힘들 때도 있지만 보람이 있고 설레는 일이라 멈출 수 없어요.”
■진행 / 이진주 기자 ■사진 / 송미성(프리랜서) ■요리 / 이연복 ■푸드 스타일리스트 / 메이(www.maystable.com), 주현진·안주희·장가윤(어시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