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어탕국수와 도리뱅뱅이
몇 해 전 함박눈이 펑펑 오던 겨울날, 남편과 함께 기차를 타고 충북 옥천을 찾았다. 무척이나 추웠고 오래 걸어서 부츠 앞코가 홀딱 젖어 있었다. 잠시 발을 녹일 곳이 필요해 눈에 띄었던 식당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메뉴판에는 온통 낯선 이름들뿐이라 호기심에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를 시켰다. 어탕국수는 각종 민물고기를 푹 고아서 체에 거른 진한 국물에 삶은 국수를 만 것인데,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속까지 뜨끈해졌다. 도리뱅뱅이는 피라미나 빙어 같은 작은 민물고기를 살짝 익힌 뒤 매콤한 고추장 양념을 발라 튀긴 음식이다. 팬에 동그랗게 돌려서 만들었다고 해서 도리뱅뱅이라 부르는데 바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지금도 찬바람이 불거나 함박눈이 쏟아지면 그때 먹었던 어탕국수의 칼칼한 국물과 도리뱅뱅이가 그리워진다.
재료
빙어 350g, 튀김가루 1/2컵, 홍고추 1개, 대파 1/2대, 식용유 적당량, 양념(고추장·물 5큰술씩,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2큰술, 설탕 2큰술)
만들기
1 손질한 빙어는 튀김가루를 입힌다. 2 팬에 식용유를 자박하게 두르고 ①의 빙어를 노릇하게 튀긴다. 3 분량의 양념 재료를 모두 섞어 ②의 튀긴 빙어에 바른 뒤 팬에 원형으로 돌려 담고 5분 정도 조린다. 4 홍고추와 대파는 어슷썰어 ③ 위에 고명으로 올린다.
어탕국수
재료
민물고기 500g, 콩나물 300g, 감자·애호박 1개씩, 대파 3대, 청양고추 2개, 소면 400g, 된장 3큰술, 들깨가루 4큰술, 산초가루 약간, 물 1.2L, 양념(고춧가루 3큰술, 고추장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생강가루 1/2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손질한 민물고기는 씻어 믹서에 곱게 간다. 2 감자, 애호박은 한 입 크기로 반달썰기 하고 대파와 청양고추는 어슷썬다. 3 냄비에 ①의 민물고기와 된장, 물을 넣고 중간 불에 끓인다. 4 ③에 ②의 감자, 애호박, 청양고추, 들깨가루,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고 한 번 더 팔팔 끓인다. 5 ④에 ②의 대파와 콩나물을 넣고 3분 더 끓인 뒤 불을 끊다. 6 소면은 삶은 뒤 찬물에 식혀 그릇에 담고 ⑤의 어탕을 충분히 붓는다. 기호에 맞게 산초가루를 뿌린다.
* 모든 레시피 4인분 기준.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홍보이사. 저서로는 「내일로 기차로」, 「서울여행코스 101」, 「나홀로 진짜여행」 등이 있다.
터키, 쾨프테 케밥과 초반 살라타
터키를 여행하면서 먹었던 다양한 종류의 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적어도 1,000년의 세월이 녹아 있는 하나의 문명과도 같아 그 의미가 특별하다. 터키어로 ‘구운 고기’라는 뜻인 케밥은 야영지에서 유목민들이 고기를 모닥불에 구워 먹던 것에서 시작해 궁정 요리사들에 의해 술탄의 식탁에까지 올랐던 음식이다. 종류도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안탈리아 지역에 있는 로마 유적지 ‘시데(Side)’의 상점 거리에서 맛본 쾨프테 케밥은 우리나라의 떡갈비와 닮아 더욱 기억에 남는다. 다진 쇠고기나 양고기에 다진 생강, 마늘, 양파, 민트, 파슬리, 소금, 후춧가루, 계피 등을 넣어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어 불에 튀기거나 굽는다. 상큼한 채소 샐러드인 초반 살라타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초반 살라타
재료
토마토·오이·초록 피망 2개씩, 양파 1개, 레몬즙 1개 분량, 올리브유 3큰술, 말린 타임 잎 2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찬물에 담가 매운맛을 없앤 양파와 토마토, 오이, 초록 피망은 한 입 크기로 썬다. 2 볼에 ①의 채소와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잘 섞은 뒤 쾨프테 케밥에 곁들인다.
재료
다진 쇠고기 250g, 다진 양파 1/2개 분량, 다진 고수·다진 파슬리 2큰술씩, 코리앤더가루·큐민가루·파프리카가루 1/2작은술씩, 식용유 적당량,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볼에 식용유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손으로 5분 동안 치댄다. 2 ①을 5~6cm 길이의 원통 모양으로 8~10개 정도 만든다. 3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②를 넣어 중간 불에서 굴려가며 고루 익힌다.
여행 전문 작가. 강의, TV, 라디오, 잡지 등 여행 관련 방송 활동 및 국내외 여행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저서로는 「ENJOY 타이완」, 「타이완 홀릭」, 「오! 타이완」, 「부산에 반하다」 등이 있다.
제주도, 갈치국
한동안 책 작업으로 제주를 자주 오갔는데, 어느 날 취재 때문에 만난 제주 토박이 어르신께서 식당에서 갈치국을 시켜주셨다. 비리지 않다고 했지만 반신반의하며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는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배추의 시원한 맛과 늙은 호박의 달달한 맛, 고추의 칼칼한 맛이 갈치와 어우러지는데, 술을 잘 못하는 나도 술 한잔 생각이 절로 날 정도였다. 갈치국은 제주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라 어지간한 식당에는 꼭 있는 메뉴다. 제주에서 요리 좀 한 할망이라면 비리지 않게 잘 끓여내니 굳이 맛집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여행이 길어지면 아주 평범한 ‘집밥’을 찾게 되는데 제주에서 먹었던 갈치국은 집밥을 먹었을 때처럼 따뜻하고 푸근하게 기억된다.
재료
갈치 1마리, 무 1/3개, 배추 잎 10~12장, 늙은 호박 300~400g, 홍고추 1개, 쌀뜨물 750ml, 대파 1대, 다진 마늘 1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갈치는 칼등으로 긁어 비늘을 벗긴 뒤 4~5등분한다. 2 무와 늙은 호박은 나박썰기 하고 배추 잎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홍고추, 대파는 어슷썬다. 4 냄비에 ②의 무, 늙은 호박, 배추, 쌀뜨물을 넣고 끓인다. 5 ④가 끓어오르면 ①의 갈치, ③의 홍고추와 대파, 다진 마늘을 넣고 중간 불에 약 10분간 더 끓인 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여행 주간지 「프라이데이」와 영화 주간지 「씨네버스」 취재기자로 일했다. 저서로는 「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 「오!!! 멋진 서울」, 「엄마, 우리 여행 가자」, 「구석구석 제주올레길」, 「다른 제주에 가다」 등이 있다.
오스트리아, 비너 슈니첼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일주일이 넘는 긴 출장을 떠났을 때, 관광객 같은 행동은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일정의 반이 지날 때까지 오스트리아의 전통 음식인 비너 슈니첼을 먹지 않았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김소희 셰프를 인터뷰하면서 이 사실을 그녀에게 말했더니 김소희 셰프는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다른 것은 몰라도 비너 슈니첼은 꼭 먹어야 한다며 몇 번을 강조했다. 10유로 미만의 돼지고기로 만든 것이 아닌, 값이 좀 나가더라도 좋은 레스토랑에서 송아지 고기를 사용한 메뉴를 맛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날 저녁 비너 슈니첼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돈가스였다. 하지만 그 속은 우리가 즐겨 먹는 돈가스와는 확연히 달랐다. 큼지막한 사이즈의 비너 슈니첼은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했으며 감자 샐러드와 함께하니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재료
쇠고기 안심 1kg, 달걀 2개, 생크림 2큰술, 빵가루 2컵, 밀가루 1컵,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식용유 적당량, 감자샐러드(감자 1kg, 다진 적양파·다진 쪽파 1/3컵씩, 설탕 2큰술, 머스터드 2작은술, 비프스톡 300ml, 화이트와인식초 6큰술, 포도씨유 4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쇠고기 안심은 2장의 유산지 사이에 두고 밀대로 두들겨 약 1cm 두께로 얇게 만든 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2 밀가루에 소금을 약간 뿌리고 달걀은 풀어 생크림과 잘 섞어 달걀물을 만든다. 3 ①의 쇠고기 안심에 ②의 밀가루-달걀물-빵가루 순으로 튀김옷을 입혀 달군 식용유에 앞뒤로 각 1분씩 튀겨 기름을 빼고 접시에 담는다. 4 감자는 0.5cm 두께로 얇게 슬라이스한 뒤 아삭할 정도로 삶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5 볼에 설탕, 머스터드, 화이트와인식초, 포도씨유,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거품기로 고루 섞는다. 6 ⑤에 ④의 따뜻한 감자를 넣고 잘 섞은 뒤 뜨겁게 데운 비프스톡을 넣고 다시 섞는다. 7 ⑥에 다진 적양파와 다진 쪽파를 넣고 잘 섞은 뒤 ③에 곁들인다.
여행 잡지 「뚜르드몽드」의 기자. 타지에서 잠은 잘 못 자도 음식만큼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다는 그녀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넘치는 호기심으로 매달 세계 곳곳으로 취재를 떠난다.
스페인, 가스파초
겨울이 시작되는 어느 해 11월, 나는 오후 4시면 해가 지는 런던에 있었다. 한낮이어야 하는데 깜깜했고 내 온전한 하루를 도둑맞은 것처럼 억울하고 우울했다. 겨울에도 해가 길다는 스페인 발렌시아로 갔다. 오렌지로 유명한 발렌시아에는 동갑내기 스페인 친구 하비가 살았고 가스파초를 먹을 수 있었다. 가스파초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요리로 시초는 빵, 올리브유, 물, 마늘을 갈아서 죽처럼 먹던 형태였다. 이후 콜럼버스가 신대륙에서 가져온 토마토가 첨가되면서 오늘날의 새콤한 채소수프로 환골탈태했다. 우리에게 동치미가 있다면 스페인엔 가스파초가 있다. 차가운 토마토 스파게티소스에서 볶은 기름 맛을 없애고 동치미의 가벼움을 첨가한 맛이다. 뒤로 갈수록 감칠맛이 뛰어나 침샘을 자극하는 여우 같은 음식이다.
재료
바게트·초록 피망 1개씩, 토마토 700g, 오이 2/3개, 양파 1/3개, 마늘 1톨, 큐민가루 1/2작은술, 레드와인식초 2큰술, 올리브유 2/3컵,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바게트는 물에 담가 충분이 젖으면 손으로 물기를 최대한 많이 짜낸다. 2 피망은 꼭지를 떼어내고 반 가른 뒤 흰 부분과 씨를 제거하고 4~5등분한다. 3 토마토는 꼭지를 제거하고 4~5등분한다. 4 오이는 껍질을 제거하고 양파는 껍질을 벗겨 4등분한다. 5 푸드 프로세서에 ①의 바게트, ②의 피망, ③의 토마토, ④의 오이, 양파와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곱게 간 뒤 냉장고에서 1시간 정도 차게 식힌 뒤 먹는다.
2001년 시나리오작가협회 우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마이 메모리’로 우수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중앙일보, 「쎄씨」, 「앙앙」, 「유행통신」 등의 매체에서 기자 및 프리랜서로 일했다. 저서로는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 「행복한 멈춤 Stay」 등이 있다.
■진행 / 이진주 기자 ■사진 / 송미성(프리랜서) ■요리&스타일링 / 밀리(스튜디오 밀리), 김미은(어시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