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기자의 음식 이야기]짬뽕 라면 전성기](http://img.khan.co.kr/lady/201602/20160203151052_1_jjambbong1.jpg)
[이진주 기자의 음식 이야기]짬뽕 라면 전성기
짬뽕 라면의 탄생 배경은 역시나 지난해 ‘먹방’, ‘쿡방’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질 좋은 식재료로 만든 제대로 된 한 끼에 대한 현대인들의 갈망이 인스턴트 음식이라 치부됐던 라면 시장에 자극이 된 셈이다. 게다가 중식요리 열풍과 맞물린 짬뽕 라면의 등장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짬뽕은 중국 음식일까?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짬뽕의 출생 스토리는 동아시아 역사와 함께한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저서「차폰 잔폰 짬뽕」에서 “동아시아 음식 문화에는 20세기 동아시아가 겪은 질곡과 고통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 식민과 피식민 지배로 인해 3국의 음식 문화는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해왔다. 조금 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역사는 한·중·일 3국의 근대화 과정을 압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짬뽕의 유래 역시 한·중·일 3국의 관계에 영향을 받았다. 동양 최초의 자유무역 항구인 일본 나가사키에는 중국에서 유학 온 학생과 항구 노동자 등 중국 화교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중국 음식점을 하던 화교들에 의해 탄생한 것이 바로 일본식 짬뽕이다. 그렇다면 한국 짬뽕의 뿌리는 어디에서 찾으면 될까. 일제강점기 때 한국과 일본, 중국의 화교들이 서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한국으로 전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하얗고 뽀얀 국물의 일본식 짬뽕이었지만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고춧가루가 추가돼 매콤한 한국식 짬뽕이 탄생됐다.
짬뽕, 제대로 재현됐을까?
쫄깃한 면발과 얼큰하고 깊은 국물 맛이 관건인 짬뽕을 라면 브랜드에서는 얼마나 제대로 재현했을까. 지난해 출시된 프리미엄 짬뽕 라면 가운데 가장 먼저 선보인 오뚜기 ‘진짬뽕’은 고온에서 채소를 볶을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불 맛이 특징이다. 진한 닭 육수를 베이스로 홍합, 오징어, 미더덕 등을 조합한 시원한 국물에 면 폭 3mm 이상의 태면(太麵)을 넣어 진짜 짬뽕 맛을 재현하고자 애쓴 흔적을 볼 수 있다.
진짬뽕의 맞수로 떠오른 농심 ‘맛짬뽕’은 지난해 11월 출시된 짬뽕 라면 시장의 막내지만 판매량에서는 진짬뽕에 뒤지지 않는다. 굵은 면 열풍을 몰고 온 농심은 홈이 파인 면발을 사용해 독특한 식감은 물론 강한 불 맛의 해물 국물과도 잘 어울린다. 과한 불 맛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취향의 차이라고 해두자.
인기 중식당 ‘목란’의 이연복 셰프를 모델로 내세운 팔도 ‘불짬뽕’은 제품 이름에 반영됐듯이 강한 짬뽕 국물 맛과 함께 불 맛을 느낄 수 있다. 강한 국물 맛에 비해 면발이 일반 라면과 크게 다르지 않고 얇은데, 면과 국물의 조화가 다소 아쉽다.
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꽃게짬뽕’은 강한 불 맛을 자랑하는 짬뽕 라면 사이에서도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 맛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튀기지 않은 면발과 꽃게의 시원한 국물이 잘 어울려 자극적인 맛이 부담스러운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먹기에 알맞다.
하얀 국물 라면의 폭발적인 인기로 시작된 라면 시장의 핫 트렌드는 매운 라면, 짜장 라면에 이어 짬뽕 라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치 가요계처럼 계속해서 신인 가수들이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짬뽕 라면의 전성기는 지금부터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종류의 라면도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짬뽕 라면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좀 더 새로운 것을 찾는 이들에게 라면 브랜드는 또 어떤 맛을 선보일지 기대되는 것이 소비자의 얄궂은 마음 아닐까.
■진행 / 이진주 기자 ■사진 / 송미성(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