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떠난 6개월의 배낭여행을 통해 유럽 맥주에 눈을 뜨고 ‘여자들만을 위한 맥주 책’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의 글을 쓰고 그림까지 그린 윤동교 작가로부터 맥주 추천을 받았다. 그야말로 여자를 위한, 여자 맥주광의 추천이다.

여자가 추천하는, 세계의 여자 맥주
태국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작렬하는 태양을 피해 그늘 아래 앉아 갓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싱하 맥주 한 잔의 짜릿한 추억이 새록새록 할 듯. 고대 태국의 신화에서 유래한 수호신과 같은 싱하가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라벨이 이국적인 묘미를 더하는 맥주다.
작가의 추천 코멘트
“혓바닥 위에 황금빛 사자들이 폭포처럼 달려들어 ‘사와디캅’을 외치고 사라지는 것처럼 시끌벅적한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태국 배낭여행자들의 메카인 카오산로드를 혓바닥으로 옮겨 놓은 듯한 기분이 드는 맥주이다.”

여자가 추천하는, 세계의 여자 맥주
필리핀 여행을 가면 ‘이렇게 맛있는 맥주가 이렇게 싸다니’라는 찬사를 연거푸 하게 된다. 여러 가지 버전의 산미구엘이 있지만 맛으로는 단연 패일 필센이 최고라는 평. 2014년 필리핀에서 100세 할머니가 자신의 장수 비결이 바로 이 맥주라며 100세 생일 파티에 초대 손님들에게 나눠줬다는 얘기까지도 훈훈하다. 산미구엘은 영어로 성미카엘. 가톨릭에서 악에 맞서 싸우는 대천사 미카엘을 뜻한다고.
작가의 추천 코멘트
“산미구엘을 마시면 농축된 에너지가 입안에서 펑~ 터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고속도로처럼 쭉 뻗은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매력적이다.”

여자가 추천하는, 세계의 여자 맥주
일명 ‘수도원 맥주’로 정평이 난 맥주. 여느 맥주보다 가격대가 있는 편이지만, 수도사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기꺼이 지불하고 감사히 마시게 되는 후광 효과도 있다. 시메이 맥주는 숙성될수록 맛이 좋아진다. 이를 위해 맥주 라벨에 생산년도를 표시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기본적으로 2년은 넘어야 맛이 난다고 한다.
작가의 추천 코멘트
“시메이 블루는 아주 중후하고 달콤하다. 말린 과일을 오물오물 씹는 것 가은 맛. 말린 블루베리와 건포도가 입 안을 휘젓고 있는 듯한 맛이 난다. 맥주가 혀 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여자가 추천하는, 세계의 여자 맥주
원래 크리스마스 시즌용으로 제작됐다가 반응이 좋아서 연중 판매에 들어간 맥주다. 와인잔과 비슷하게 생긴 전용 잔에 마시면 더욱 맛이 근사해진다. 우리에게는 칸국제영화제 공식맥주로도 알려져 있다. 이렇게 세련된 디자인의 맥주를 편의점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새삼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추천 코멘트
“마치 파인애플을 잘라서 들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맥주다. 달콤하고 향긋한데 부드럽고 상쾌하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크리스마스 날, 굴뚝에서 떨어진 산타할아버지와 함께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는 듯 평화롭고 기분 좋은 맛이 난다.”

여자가 추천하는, 세계의 여자 맥주
호주에서 날아온 패일 라거. 호주로 이민간 영국인들이 영국식 비터 에일의 맛을 살려보고자 호주 환경에 맞춰 만든 맥주라고 한다. 통통한 병째 그대로 차갑게 마셔야 제 맛이 난다고.
작가의 추천 코멘트
“오늘이 힘든 언니들이라면 빅토리아 비터를 마시며 쓴맛 뒤의 달콤함을 찾아보자. 강한 씁쓸함 뒤에 숨겨진 달콤한 캐러멜을 만나면 무거웠던 어깨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글 / 장회정 기자 ■자료 제공 /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윤동교 글·그림, 류강하 감수/도서출판 레드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