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유업이 내놓은 ‘데르뜨 크레이프 케이크’ 2종.
“회사 근처 편의점에는 다 ‘재고 없음’으로 뜨는데? 내일 출근하면서 재고 확인하다가 뜨면 버스에서 내려서 사 올게.”
식후감 데이를 하루 앞둔 퇴근 시간, 쟝슐랭이 말했다. 최대한 구하기 어렵게 만들기. 신종 마케팅 수법인가. 뜨기 위해 없는 건지, 없어서 뜨는 건지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우여곡절 끝에 편의점 앱 ‘재고없음’을 뚫고 ‘득템’한 오늘의 메뉴는 ‘데르뜨 바이 매일유업 크레이프 케이크’다. 커스터드 크레이프와 쇼콜라 크레이프 등 2종으로 구성됐다.
크레이프란 곡물가루와 달걀, 우유를 섞어서 얇게 부쳐 만들어 먹는 얇은 팬케이크를 의미한다. 프랑스의 ‘국민 간식’이지만 국내에서는 비교적 ‘고급 후식’으로 알려져 있다. 편의점으로 들어온 크레이프, 맛은?
먹생 진심, 초박
한때 디저트계를 강타했던 것이 밀 크레이프다. 트렌디한 카페마다 이 디저트를 들여놓곤 했다. 한겹 한겹 얇게 공들여 겹쳐진 이 케이크의 결을 일일이 음미하며 맛을 보며 감탄하다가 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에 이 케이크를 만드는 장면이 잠시 나온 것을 보고는 “나도 한번”하고 야무진 꿈을 꿔 본 적도 있다.
그러나 맛있고 분위기 살리고, 보기에도 정성과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이 디저트의 약점은 만만하게 먹기는 망설여지는 가격대.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나온 ‘커스터드 크레이프’는 가성비, 가심비를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크레이프의 결이 조금 거친 감은 있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시중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크레이프 케이크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딱히 구분하기는 힘들 수도 있겠다. 달기도 적당하고 고소한 우유의 맛도 느껴진다. 함께 나온 쇼콜라가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 초코 혐오자라 고민의 대상은 아니다. 초코 말고 다른 맛 크레이프를 더 만들어 달라!!

커스터드 크레이프에 대한 세 사람의 공통된 평은 ‘부드럽다’였다.
빵보다 밥, 쫑
개인적으로 편의점 디저트는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한다. 전문점 못지않게 맛있어 ‘핫’해지거나 실망감만 남기는 소문난 잔치 ‘망’이거나. 데르뜨 바이 매일유업 크레이프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려나.
일단 커스터드 크레이프는 커팅 촉감(?)부터 부드러웠다. 팬케이크 반죽 사이 크림의 양 또한 느끼함과 담백함의 중간. 한 겹 한 겹 벗겨 먹는 방법을 추천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성격 급한 나는 한입에 쏙. 역시 예상대로 촉촉하다. 브랜드명 탓인가. 우유 맛이 살짝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치즈 케이크를 먹는 것 같기도 하다.
이어 맛본 쇼콜라. 어라? 첫입부터 너무 달다, 느끼하다. 초콜릿의 단맛을 즐기는 편인데도, 두 입까진 도전하지 못했다. 극강의 초콜릿케이크 ‘몽○’ 맛이다. 일반 카페에서 파는 조각 케이크보다 저렴한 3천8백원의 가격. 통상적인 크레이프 가격을 고려했을 때도 나쁘지 않은 금액대다. 비주얼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포장이 조금 더 예뻤다면 손길이 더 갔을 텐데.
까칠, 장슐랭
층층이 아름다운 크레이프가 커스터드를 기반으로 안정감 있게 쌓아 올린 비주얼은 일단 합격. 혹시나 해서 분말커피를 챙겼는데, 생각보다 많이 달지 않아서 커피 없이도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만족. 다만 입안에 들어갔을 때 크레이프의 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씹는 맛까지는 아니더라도 크레이프 케이크 특유의 켜켜이 ‘절삭감’이 느껴졌다면 좋았을 것 같다.
우유명가에서 나온 제품이라, 넉넉한 우유 함량은 신뢰도를 높였다. 단 포화지방 60%, 콜레스테롤 22%라는 영양 정보에 조금 눈이 커졌지만, 트렌스지방 0g이라는 것에 또 급안심. 당 떨어지기 쉬운 오후에 따끈한 홍차나 연한 커피와 함께 여유 있게 즐기면 좋겠다.
쇼콜라 크레이프는 커피가 없이 한 입 이상 먹기 어려웠다. 초코크림에서 느끼함이 살짝 부대끼는 느낌이랄까. 크레이프와 초코크림의 부피 밸런스는 보기에는 좋으나, 입에는 부담스러웠다. 당 떨어지는 오후면 초콜릿을 달고 살긴 하지만, 쓴맛이 없이 크림과 만난 초콜릿 맛은 진짜 응급용 당 충전이 필요할 때가 아니라면 찾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