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스레인지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은 특히 폐에 자극을 주는 물질로,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픽셀즈
가스레인지는 사용 중 다양한 유해물질을 배출해 건강과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 지구 시스템 과학 교수인 롭 잭슨에 따르면, “자동차 배기구에서 나오는 매연을 들이마시는 사람은 없지만, 가스레인지 사용은 같은 결과”라고 말한다. 가스레인지가 열을 내기 위해 연소하는 천연가스나 프로판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이 그 이유다. 이 중 일부 유해물질은 심지어 레인지를 꺼둔 상태에서도 배출된다.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
가스레인지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은 특히 폐에 자극을 주는 물질로,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분석에 따르면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가정의 어린이는 천식 발병 위험이 13% 증가하며, 일부 연구에서는 이 위험도가 최대 42%까지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2021년 WHO는 질소산화물 노출 기준을 기존보다 75% 낮췄으며, 미국 공공보건협회와 미국의사회 역시 가스레인지가 소아 천식과 공기 오염을 유발한다고 발표했다.
가스레인지에서 배출되는 또 다른 유해물질인 벤젠은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흡연자에게서 발생하는 이차 흡연에서도 발견된다. 벤젠은 레인지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배출될 수 있다. WHO는 2019년에 벤젠의 안전한 노출 수준은 없다고 발표했다. 또한 일산화탄소 역시 가스레인지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통 가스레인지 고장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중독은 잘 알려져 있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해도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심혈관 질환 악화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
가스레인지는 인간 건강뿐 아니라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PSE 헬스 에너지의 수석 과학자인 에릭 르벨 박사는 가스레인지가 꺼진 상태에서도 메탄이 누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온실가스이므로, 이 작은 누출도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전기레인지보다 가스레인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위험 줄이는 방법
가스레인지의 위험성을 낮추는 방법은 여유가 있다면 전기레인지로 교체하는 것이 최선이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에콰도르에서 진행된 가스레인지를 전기 인덕션으로 교체하는 프로그램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을 뿐 아니라 호흡기 질환 관련 입원율도 감소시켰다.
교체가 어렵다면 환기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요리 중에는 항상 환풍기를 켜고 창문을 여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환풍기가 실외로 배출되는 방식이라면 더욱 효과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실내 오염 물질을 순환시키는 효과밖에 없다. 추가적으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도 실내 공기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