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바삭 쫀득한 가을, ‘깍둑 표고버섯전’

단순한 재료들이 빚어내는 드라마가 담겨있는 표고버섯 요리

씹을수록 ‘쫀득’하게 터지는 표고버섯의 풍부한 채즙과 감칠맛 최고

‘새미네부엌’ 요리법연구소 제공

창문 밖으로 서늘한 기운이 내려앉을 때, 우리의 오감은 자연스럽게 가을의 깊이를 감지한다. 코끝에 닿는 포슬한 흙냄새, 낙엽 밟는 소리, 휘몰아치는 바람의 궤적을 따르다 보면 숲이 내어주는 가장 고귀한 선물에 다다르게 되는데. 자, 드디어 버섯의 시간이 왔다! 그중에서도 가을 식탁의 왕좌를 차지하는 표고버섯을 챙겨본다. 넉넉하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제철 표고를 한없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바삭 쫀득한 표고버섯 전’. 가을의 정취가 따뜻하게 응축된 아주 맛난 것.

단순한 재료들이 빚어내는 드라마가 담겨있는 표고버섯전. 숲의 모든 향을 끌어안은 듯한 표고버섯을 한입 크기의 주사위 모양으로 썰기 시작하는데, 칼끝에 전해지는 쫄깃한 탄력에 먹어보기도 전에 버섯이 가진 생동감이 손끝으로 와닿는다. 여기에 아삭한 양파와 붉고 푸른 청양고추, 홍고추를 다져 넣어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전에 색감과 은은한 매운맛을 더해준다. 이 알록달록한 재료들을 한데 모으는 것은 감자전분과 물로 빚은 순백의 반죽. 버섯의 겉을 바삭하게 감싸는 이 전분 옷은, 버섯의 수분과 깊은 맛을 안에 가두는 역할까지 해준다. 거기에 요리에센스 연두순으로 간을 맞추면 복잡한 양념 대신 재료 본연의 맛을 존중하는, 조리법까지 겸손한 가을 요리가 다 되지, 뭐.

가장 맛있는 순간은 역시, 달궈진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올릴 때! “치이익-” 소리와 함께 피어오르는 열기는 주방을 순식간에 따뜻한 공간으로 변신시킨다. 허여멀건 했던 반죽이 점차 황금빛으로 물들면 고소하고 진한 표고버섯의 향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데, 버섯이 익어가며 풍기는 그 향은 단순한 음식 냄새가 아니라, 드디어 가을이 우리 집에도 찾아왔구나 일깨워주는 그것이다. 중불에서 느긋하게 앞뒤를 노릇하게 부쳐내는 동안, 잠시 멈춰 서서 색과 맛이 변하는 이 작은 변화와 가을 냄새를 오롯이 즐겨본다.

‘새미네부엌’ 요리법연구소 제공

마침내 완성된 표고버섯 전은 두꺼운 전 같기도, 일순 튀김 같기도. 젓가락으로 쭈욱- 뜯어진 대로 한 조각을 들고 새미네부엌 양파절임소스와 고춧가루를 섞은 양념장에 푹 찍어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난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맛은 예상했던 밀가루 반죽의 무거움이 아니라 전분 특유의 ‘바삭’ 터지는 경쾌한 식감이다. 그 뒤를 이어 씹을수록 ‘쫀득’하게 터지는 표고버섯의 풍부한 채즙과 감칠맛이 깊은 여운을 남기고, 고추의 은은한 매콤함과 양념장의 새콤달콤함이 버섯의 진한 향을 더욱 돋보이게 해 주니 그야말로 가을의 축제.

이 한 접시의 표고버섯 전에는 가을을 만끽하고자 굳은 의지가 다 담겼다. 제철의 버섯을 왕창 사용하여, 가장 솔직한 형태로 그 맛을 즐기는 것. 화려하지 않아도 깊은 만족감을 선사하는 소박하지만 완벽한 ‘깍둑 표고버섯전’,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