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풍과 태양이 담긴 스페인 와인, 전문가들과 읽어내다

해풍과 태양이 담긴 스페인 와인, 전문가들과 읽어내다

까바부터 레드와인까지, 스페인 와인의 매력 재발견… 다섯 잔의 풍미 여행

“스페인의 와인 산지는 대부분 고온지대에 자리합니다. 풍부한 일조량으로 충분한 당도를 확보하고, 대륙성 기후 특유의 큰 일교차 덕분에 과일 풍미와 산미가 함께 살아 있죠.”

지난 11월 4일, 스페인 와인 협회(Spanish Wine Interbranch Organization)가 주최한 시음회에서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주요 산지의 와인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날 행사는 주요 와인 생산국의 공인 인증 강사인 이인순와인랩 이인순 원장이 진행을 맡았으며, 레끌레드 크리스탈의 장운경 소믈리에가 함께 참여해 그동안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스페인 와인 5종의 매력을 세심하게 풀어냈다. 역사·지리적 특성은 물론 화학적 지식에 기반한 풍미 해석까지 더해져, 스페인 와인을 이해하고 즐기는 법을 깊이 있게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왼쪽부터) DOMINIO DE LA VEGA No.1, TIO PEPE FINO SHERRY, TERRAS GAUDA O ROSAL, ARZUAGA CRIANZA, HI

(왼쪽부터) DOMINIO DE LA VEGA No.1, TIO PEPE FINO SHERRY, TERRAS GAUDA O ROSAL, ARZUAGA CRIANZA, HI

DOMINIO DE LA VEGA No.1 ORGANIC BRUT 2023

카바(Cava)는 스페인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이 와인은 발렌시아 지역에서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마카베오(Macabeo) 품종 100%로 만들어졌다. 알코올 도수는 12%.

마카베오는 스페인 카탈루냐와 리오하, 프랑스 남부 등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두꺼운 껍질의 품종이다. 이 품종으로 만든 카바는 신선한 청사과, 시트러스, 서양배, 자몽 등 상큼한 과일 향이 특징이다. 첫맛은 가볍지만, 이어지는 달콤하고 크리미한 여운 덕분에 식전주로 제격이다.

장운경 소믈리에는 “사과나 배처럼 잘 익은 과실향이 먼저 느껴지고, 요거트와 밀크초콜릿, 치즈, 브레드 도우의 느낌도 함께 난다”며 “당도의 균형이 좋다”고 평가했다.

TÍO PEPE FINO SHERRY

곤살레스 비야스(González Byass)에서 생산하는 피노(Fino) 스타일의 드라이 셰리다. 100% 팔로미노 피노(Palomino Fino) 품종으로 만들어졌으며 알코올 도수는 15%. 투명하고 옅은 금빛을 띠는 이 와인은 한 모금 마시는 순간 한국인에게 익숙한 약주의 향이 스쳐 신선한 인상을 준다. 세비체를 먹은 뒤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도 했다.

정 소믈리에는 “아몬드와 너트류의 풍미가 우아하게 표현되며, 아세트알데하이드 향이라 부르는 누룩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스민·카모마일 같은 꽃향과 드라이한 질감, 약간의 짭짤한 맛 덕분에 해산물과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고 평했다.

페어링으로는 잣 페스토 파스타, 구운 생선, 스페인식 타파스가 추천됐다. 섬세한 풍미를 즐기기 위해서는 6~8도의 낮은 온도가 적당하다.

TERRAS GAUDA O ROSAL 2024

리가스 바이샤스(Rías Baixas) 지역에서 생산된 화이트 와인으로, 알바리뇨(Albariño) 70%, 카이뇨(Caíño) 25%, 루레이로(Loureiro) 5%의 블렌딩이 특징이다. 일조량 2000시간 이상에서 잘 자라는 알바리뇨 품종 특유의 천도복숭아, 라임, 자몽, 살구, 멜론 향과 생동감 있는 산미가 살아 있다.

연푸른 색을 띠는 이 와인은 짙은 시트러스 계열의 풍미로 첫인상을 남긴다. 장 소믈리에는 “오렌지꽃 향을 분명히 지닌 와인”이라며 “해풍에서 오는 짭조름한 바닷내음과 풍부한 미네랄이 프레시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굴·조개류, 아시안 요리, 흰살생선 등과의 페어링이 추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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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ZUAGA CRIANZA 2022

카스티야 이 레온(Castilla y León)의 고원지대는 덥고 건조한 여름과 긴 겨울 덕분에 템프라니요(Tempranillo) 품종이 천천히 숙성되며 풍미가 응축되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템프라니요는 강렬한 색감, 높은 탄닌과 산도 덕분에 장기 숙성에 적합하며, 전통적인 미디엄 풀바디 레드 와인의 베이스가 된다. 체리·자두·블랙페퍼·바닐라·담배·가죽 등 다양한 아로마를 품는다.

이인순 원장은 “지역마다 스타일이 극명하게 달라 리오하는 우아하고,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는 단단하며, 토로(Toro)는 파워풀한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장 소믈리에는 “초콜릿, 캐러멜, 담뱃잎, 가죽, 로즈마리, 갓 볶은 커피 원두 향을 느낄 수 있고, 블랙베리 과실 향이 중심을 잡으며 오크 숙성이 구조적으로 단단함을 더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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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2018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 중 하나인 후미야(Jumilla)의 대표 품종 모나스트렐(Monastrell) 100%로 만든 레드 와인이다. 진한 루비빛, 강렬한 향, 풍부한 탄닌, 묵직한 바디를 모두 갖춘 점이 특징이다.

이 원장은 “후미야는 젊은 와인메이커들의 혁신적인 시도가 활발한 지역”이라며 “일조량이 풍부해 과실 풍미와 산미, 알코올 도수가 균형 좋게 형성된다”고 말했다.

장 소믈리에는 “달콤함보다는 로즈마리·타임·라벤더 같은 허브 뉘앙스가 두드러지고, 오크 숙성으로 인한 바닐라, 발사믹 비네거, 블랙올리브 향도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은한 가죽 향과 과실·허브의 조화가 입안을 기분 좋게 마무리해준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와인은 평소엔 검은색 라벨처럼 보이지만, 열을 가하면 글자와 이미지가 드러나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겉모습만으로 알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아 맛 못지 않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이번 행사는 스페인 와인의 향과 맛, 그리고 이를 해석해내는 전문 소믈리에의 언어를 통해 스페인 와인의 세계에 한 걸음 다가서는 시간이었다. 익숙함이라는 장벽만 넘으면 열정과 기발함이 살아 있는 스페인 와인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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