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플라스틱 공포로 차 한 잔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매일 반복하는 소비일수록, 조금 덜 쓰고 조금 더 오래 쓰는 쪽이 결국 몸에도 부담이 적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프리픽 이미지
따뜻한 차 한 잔은 힐링 그 자체다. 그러나 얼마 전 연구 결과 하나가 이 평온한 풍경에 공포를 불러왔다. 일부 티백이 뜨거운 물에 닿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을 방출할 수 있다는 결과였다.
2024년 국제 학술지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티백을 뜨거운 물에 우릴 경우 밀리리터당 수백만~수십억 개의 초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연구진은 폴리프로필렌, 나일론, 셀룰로오스 기반 티백을 실험했고, 이 중 일부 소재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입자가 방출됐다. 정말 티백 차를 마실수록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 몸에 쌓일까? Yahoo Health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검증했다.
“위험하다고 단정하긴 이르다”…그러나 찜찜함은 남는다
Yahoo Health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이 장 세포 표면에 달라붙거나 일부 세포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이동하는지 여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마신 즉시 해롭다’고 말할 근거는 부족하다는 것.
다만 전문가들은 이 연구가 하나의 신호라고 해석한다.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물, 음식, 공기 전반에 존재하며, 차처럼 매일 반복되는 섭취 행위는 누적 노출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생활 속 미세플라스틱, 가장 큰 원인은 ‘포장’이다. 환경 단체와 식품 과학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상당수는 식품 그 자체보다 포장과 가공 과정에서 유입된다. 일회용 플라스틱 병, 식품 포장 필름, 그리고 티백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
문제는 소비자가 이 정보를 라벨만 보고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식물성’, ‘친환경’이라는 표현이 붙어 있어도, 접합부에 플라스틱 성분이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는 ‘차를 마셔도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까지를 감수하고, 어디서부터 줄일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에 가깝다. 전문가들 역시 “모든 플라스틱을 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다만 일상에서 반복되는 소비 습관 중 일부는 비교적 부담 없이 조정할 수 있다. 일회용 포장 사용 빈도를 줄이거나 우림 도구를 오래 쓰는 방식으로 바꾸거나 불필요한 ‘편의성 프리미엄’ 소비를 재검토하는 식이다.
‘불안 소비’ 대신 ‘정보 소비’로
미세플라스틱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암, 심혈관 질환, 호르몬 교란 등과의 연관성이 거론되지만, 개별 식품 하나를 특정해 위험성을 단정하기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논의가 의미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가 무심코 선택해온 소비 방식이 건강, 환경, 지출 구조와 동시에 연결돼 있다는 점을 다시 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차 한 잔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매일 반복하는 소비일수록, 조금 덜 쓰고 조금 더 오래 쓰는 쪽이 결국 가계에도, 몸에도 부담이 적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