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지 못하기에 더 꿈꾸게 되는 금지된 사랑… 불륜

미술 이야기

인정받지 못하기에 더 꿈꾸게 되는 금지된 사랑… 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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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사랑은 왠지 모를 환상을 갖게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결혼의 신성한 약속을 깨뜨리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미술사에서도 불륜에 대한 흔적은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아름다울 것이라는 환상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파멸의 길에 도달하게 되는 불륜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공개한다.


<귀네비어 왕비>1858년, 캔버스에 유채, 72*50, 런던 데이트 갤러리 소장.

<귀네비어 왕비>1858년, 캔버스에 유채, 72*50, 런던 데이트 갤러리 소장.

살면서 거추장스러운 사랑을 훨훨 날려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수도자가 아니라면 사람은 항상 사랑에 속박된다. 사랑처럼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할 때는 기쁨 뒤에 숨어 있는 긴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사랑이 끝난 후에야 그 허허로움을 알 뿐이다.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가는 모래알처럼 허허로운 사랑을 잡고자 연인들은 결혼을 하지만 그 순간부터 사랑은 현실 밖 이상의 세계에 머문다. 결혼은 사랑의 열정보다는 안정을, 자유보다는 속박을 주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일부일처제로 사랑을 묶어놓아도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비록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사랑을 깨지 못하지만 그래도 사랑을 열망하기에 불륜이 일어나는 것이다. 열망하는 사랑도 이성과 서로 마음이 맞아야 이뤄진다. 아무리 혼자 하고 싶어도 사랑만큼은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쯤 열린 창문의 의미는 ‘절제’
이성과 마음이 어우러져 불륜에 빠진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 베르베르의 ‘포도주 잔-귀족 남성과 포도주를 마시는 여인’이다. 이 작품에서 남자는 여인에게 술을 따라주고 여자는 술을 마시고 있다. 네 개의 꽃잎으로 장식된 반쯤 열린 창문 앞에 있는 식탁에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포도주 잔을 입에 대고 있고 남자는 그런 여자를 살피고 있다. 페르시아 양탄자가 덮인 식탁 위에는 도자기로 된 술병과 악보가 놓여 있고 남자는 오른손으로 술병을 잡고 있다. 화면 앞에 있는 의자에는 류트 악기가 놓여 있다. 이 작품에서 류트 악기는 포도주와 마찬가지로 사랑을 나타내며 포도주 잔이 여인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은 남자의 유혹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얀 베르베르(1632~1675)의 이 작품에서 반쯤 열린 창문에는 도덕적 의미가 있다. 절제를 상징하는 인물이 새겨져 있으며 여인의 시선 방향으로 열려 있는 창문은 여인에게 향하는 경고의 메시지다.


결혼의 구속을 암시하는 소품 ‘벨트’
사람은 외로운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받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비록 불륜이라고 해도 사랑에 빠지는 순간 죄의식보다는 행복감이 가슴을 누른다. 불륜에 빠진 여인의 행복을 표현한 작품이 모리스의 ‘귀네비어 왕비’다. 이 작품은 서기 500년경 영국의 위대한 아서왕의 아내 귀네비어와 그의 기사 렌슬롯의 이야기 중에서 렌슬롯과 정사가 끝나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귀네비어 왕비를 묘사했다. 아서왕의 최고 충성스러운 기사 렌슬롯은 왕의 명령으로 아름다운 왕비 귀네비어의 기사가 된다. 두 사람은 아서왕의 눈을 피해 사랑을 속삭이는 사이가 됐다. 이 작품에서 귀네비어는 자신의 침실에서 거울을 보며 허리 벨트를 채우려 하고 있다.

그 뒤에 있는 흐트러진 침대에는 개가 웅크리고 있다. 침대 옆에 있는 탁자에는 술과 오렌지가 놓여 있다. 이 작품은 성적 암시가 곳곳에 드러나 있는데 허리 벨트는 결혼의 구속을 암시하지만 귀네비어는 허리 벨트를 채우고 있지 않아 결혼의 구속에서 벗어났음을 나타낸다. 또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술과 오렌지는 육체의 쾌락을 나타내고 있으며 흐트러진 침대는 정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귀네비어는 침대에서 일어나 정사 후 죄의식을 느끼기보다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있다. 윌리엄 모리스(1834~1896)의 이 작품 모델은 그의 아내 제인 버든이다. 그는 중세의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이 작품의 배경을 중세풍 분위기로 연출했다.


1 <포도주잔> 1658~1660년경, 캔버스에 유채, 66*76 베를린 국립 미술관 소장. 2 <과거와 현재> 1858년, 캔버스에 유채, 63*76, 런던 테이트 갤러리 소장. 3 <부르군도 공작에게 자기 정부의 나신을 보여주는 오를레앙 공작> 1825~1826년, 32*25, 마드리드 티센 보르네미싸 미술관 소장.

1 <포도주잔> 1658~1660년경, 캔버스에 유채, 66*76 베를린 국립 미술관 소장. 2 <과거와 현재> 1858년, 캔버스에 유채, 63*76, 런던 테이트 갤러리 소장. 3 <부르군도 공작에게 자기 정부의 나신을 보여주는 오를레앙 공작> 1825~1826년, 32*25, 마드리드 티센 보르네미싸 미술관 소장.

기발한 전략으로 불륜 현장을 무마한 작품
불륜 커플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어 몰래 사랑을 속삭이지만 결국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들통이 나게 되어 있다. 사랑은 감기처럼 속이지 못한다. 불륜 커플의 위기의 순간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들라크루아의 ‘부르군도 공작에게 자기 정부의 나신을 보여주는 오를레앙 공작’이다. 이 작품은 불륜의 현장을 묘사했다. 타고난 바람둥이 오를레앙 공작은 상사의 아내를 유혹한다. 공작 부인과 정사를 나누고 있던 중 부인의 남편 부르군도 공작의 기습적인 방문을 받게 된다. 위기의 순간 오를레앙 공작은 기발한 전략을 세운다. 여자의 벌거벗은 몸은 비슷하기 때문에 얼굴만 가리면 된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오를레앙 공작은 침대 시트를 높게 들어올려 여인의 벌거벗은 육체는 노출하고 얼굴은 가려버린다. 침대 시트는 여인의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남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여인은 고개를 돌리고 있다. 침대에 벌거벗고 누워 있는 여인을 보고 부르군도 공작은 자신의 아내인 것 같다고 의심하지만 얼굴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부르군도 공작 역시 바람둥이여서 아내와 사랑을 자주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의 벌거벗은 몸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는 이 작품을 문학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소리 소문 없이 금지된 사랑에서 빠져 나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인생이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배우자에게 들통이 나면 불륜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진다. 특히 여자가 남편에게 불륜 사실이 발각됐을 때에는 남자보다 사회적으로 책임을 더 묻는다.


‘카드의 집’은 가정 파괴의 의미
불륜이 남편에게 들통 난 여인을 그린 작품이 에그의 ‘과거와 현재’다. 불륜에 빠진 여자가 남편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으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화면 오른쪽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의 손에 편지가 있다. 아내에게 배달된 연서를 가로챈 남자는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불륜을 들켜버린 아내는 남편의 발밑에 쓰러져 용서를 구하고 있지만 남자의 표정을 보면 아내의 불륜을 용서할 것 같지 않다.

아이들은 어머니를 바라보며 의자 위에 카드로 집을 짓고 있고 아이들 발아래에는 카드가 놓여 있다. 이 작품에서 아이들의 카드로 만든 집은 이 가정이 깨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남자 뒤 거울에 비친 열려 있는 문은 여인이 불륜 때문에 가정에서 쫓겨날 운명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또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가 그려져 있는 액자가 아이들 위에 걸려 있다. 이브의 잘못으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것처럼 여인의 잘못을 나타낸다.

어거스티스 리오폴드 에그(1816~1863)의 이 작품은 불륜의 결말을 경고하는 세 편의 연작 중 하나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배경은 깨질 가정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박희숙씨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한 뒤 강릉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여덟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열었다. 저서로는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클림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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