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와 축제가 있는 그림
삶은 즐겁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즐거워진다. 12월의 파티는 삶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잔잔한 일상을 한 번쯤 탈출해보고 싶을 때 파티처럼 적당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티는 예기치 않은 선물과도 같다. 그림 속에 담긴 파티의 희로애락.
12월은 파티 시즌이다. 그동안 아프게 했던 모든 것들 겨울바람에 날려버리고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 위해 축제를 벌인다. 그래서 12월은 즐겁다.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 차 있어서다. 파티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12월의 즐거움 중 하나다. 사람과의 만남처럼 어려운 것도 없지만 파티는 그런 어려움을 순식간에 없애준다.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밝고 경쾌한 모습과 혼란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베그만의 ‘축제’다.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 독일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온 축제가 절정에 이른 기간이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화려하게 차려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베크만은 전후에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해 이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누워 있는 남자와 서 있는 남자 그리고 여자 세 인물이 화면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16세기경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던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무대 의상을 입고 있다. 원숭이 가면을 쓰고 누워서 발에 트럼펫을 끼고 있는 남자가 베크만이다. 여자는 친구의 부인이자 베크만의 동료였다. 그녀는 베크만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을 때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당시 유행하던 할리퀸 복장을 한 남자는 미술상이다. 베크만은 이 작품에서 인물과 사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지만 원근법을 무시했으며 또 축제를 비판하기 위해 베크만은 가면을 쓰고 누워 있는 자신으로 표현했다.
파티에서 모르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즐겁지만 파티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도 아는 사람이 없다면 난감해진다. 특히 낯을 가리는 사람들에게 파티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다. 즐겁게 대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자니 무안하고 그렇다고 혼자 있자니 파티에서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모르는 사람과 어떤 대화를 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에 파티를 즐기기보다는 눈치 보기에 바쁘다. 그렇기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에 대화의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대화는 편하지만 파티의 진정한 즐거움은 느끼지 못한다.
베크만의 ‘파리의 사교계’ 작품은 파리 부유한 상류층 사교계의 모임을 그렸다. 여자들은 드레스를, 남자들은 턱시도를 입은 모습이다. 정장을 입은 그들의 모습은 상류층 파티임을 암시한다. 그들의 우아한 의상과 인물들의 밝지 않은 표정들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파티 참석자들에게 관심조차 없는 듯 인물들의 얼굴은 무표정에 가깝다. 비좁은 공간임에도 인물들의 시선은 제각각이다. 화면 뒤 가장 작게 그려진 인물이 가수다. 그는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파티에 참석한 누구도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지 않다.
막스 베크만(1884~1950)은 이 작품에서 격식 있는 모임과 반대로 검은색 윤곽선으로 인물들을 거칠게 표현했는데 그것은 파리 상류층의 허식을 상징한다.
파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춤이다. 춤은 모르는 사람도 빠른 시간 안에 서로를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파티에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 르누아르의 ‘도시의 무도회’다. 이 작품은 르누아르의 오랜 후원자였던 뒤랑 뤼엘이 기획한 전시회에 전시된 왈츠를 추고 있는 남녀를 그린 무도회장 그림 3점 중 하나로 세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은 식당에서 춤을 추고 있는 남녀를, 두 번째 작품은 전원에서 펼쳐진 파티를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파리시에서 주최하는 파티에서 모델 쉬잔 발라동이 화가 외젠 피에르 레스트랭게의 팔에 안겨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쉬잔 발라동은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로 인상파 화가들이 가장 많이 그렸던 모델이다. 그녀는 후에 인상파 화가들에게 그림을 배워 화가가 되었으며 아들 모리스 위트릴로도 발라동의 권유로 화가가 되었다. 이 작품은 르누아르가 새로운 양식으로 전환하던 시점에 그렸다. 화면의 전체적인 구성은 인상주의 특징이 나타나지만 선의 표현방식은 앵그르나 라파엘로 등 고전주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의 이 작품은 사랑에 빠져 춤을 추는 남녀를 그린 2점의 작품과는 다르게 춤을 추고 있는 남녀의 동작이 어색하다.
파티의 가장 특별함은 사랑하는 연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 어느 곳에서나 사랑이 존재하듯 파티는 꿈꾸는 사랑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파티에서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게 보여야 한다.
파티에 아름답게 치장하고 참석하는 여인을 그린 작품이 티소의 ‘무도회’다. 이 작품에서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은 파트너에게는 관심이 없고 사랑을 찾고 있는 듯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있다.
이 작품은 화면 가득 화려한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인이 중심이다. 젊은 여인은 백발의 노신사와 팔짱을 끼고 있다. 그녀의 드레스 밑자락은 화려한 레이스 물결을 이루고 있고 검은 바탕에 그려진 물고기는 레이스를 거슬러 올라갈 것 같다.
그녀는 노란색 부채를 들고 팔은 노신사에게 시선은 다른 사람에게 두고 있다. 두 사람 뒤에는 무도회장과 거실 입구를 가르는 붉은색의 커튼이 처져 있다. 커튼 앞에 있는 신사와 그 옆에 젊은 여인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다. 이 작품은 남자와 여자의 나이가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그와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여인 캐슬린 뉴턴을 모델로 했다. 6년 동안 그녀가 폐결핵으로 죽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있었다. 이혼 경력이 있는 그녀와의 사랑은 당시 인기 화가였던 그에게 스캔들이 되었다. 하지만 티소는 캐슬린이 죽은 후에도 잊지 못해 그녀를 모델로 해 작품을 제작했다. 제임스 티소(1836~1902)는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아 그 이후 드레스 색상만 바꾼 ‘야망을 품은 여인’이라는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 그 작품 역시 캐슬린을 모델로 했다.
▶박희숙씨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한 뒤 강릉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여덟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열었다. 저서로는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클림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