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트렌드를 읽으면 그림이 보인다

미술투자특강

①트렌드를 읽으면 그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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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상품의 마지막 투자처는 미술품


미술 작품에 대한 관심은 문화의 길로 접어드는 길목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갤러리 눈’의 박이찬국 대표와 함께 미술 작품에 대한 접근, 그림 수집, 그림을 사고파는 법, 나아가 미술 재테크 등에 대해 알아보며 미술가 산책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미술투자특강]①트렌드를 읽으면 그림이 보인다

[미술투자특강]①트렌드를 읽으면 그림이 보인다

첫 번째 강좌
마지막 남은 투자처는 이제 미술품이다

삼성 특검이 계속되면서 이건희 회장 일가와 호암재단에서 엄청난 미술품을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 화제가 됐다. 미술가에서는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처럼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중에서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계기 중에는 삼성의 미술품 수집 사실도 한몫을 한 것 같다.

단언하자면 미술품 수집 자체는 굉장히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다. 미술뿐 아니라 음악, 출판 등은 한 나라의 문화 자양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문화가 성숙하고 떠오르는 시기는 경제가 발달했던 시대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돈이 뒷받침되어야 문화도 산다.

선진국에서는 항상 문화가 상품으로 등장하고 그 마지막 투자처는 언제나 미술품이다. 미술 재테크는 처음에는 익숙한 말이 아니었으나, IMF 경제 위기 때 그 진가를 발휘했다. 필자의 측근 중 한 사업가는 IMF 경제위기 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부도를 내고 말았다. 재기를 하고 싶어도 금융권에서는 돈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오래전에 구입한 작품이 구입가의 30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되팔아 꽤 넉넉한 사업 자금을 마련해 재기할 수 있었다. 이제는 미술계에도 잘 알려진 컬렉터로 자리하고 있다.

물론 무조건 작품을 구입한다고 해서 다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분은 젊은 시절부터 인사동거리를 자주 다니면서 좋은 작품들이 어떤 것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20대부터 열심히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만나 우리나라 작가들의 면면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작품을 구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특징이라면 2006년과 2007년 부동산 경기의 하락으로 자본이 미술품으로 급격히 유입되어 미술시장이 활성화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정아 사건, 삼성 특검 등의 이슈로 인해 현재는 미술시장의 활황은 사그라지고 오히려 주식처럼 조정세가 이루어져 작품 가격이 적정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미술품이 언제나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먼저 미술품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이 만들어져야 한다. 좋은 작품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기획 전시를 여는 화랑에 초대되고 미술관이나 외국의 저명한 갤러리 등에 전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해외 아트페어나 옥션 등에 미술품이 상품으로 자주 등장해 작품 가격이 공정하게 형성되어야 한다.

[미술투자특강]①트렌드를 읽으면 그림이 보인다

[미술투자특강]①트렌드를 읽으면 그림이 보인다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 중에도 몇 년 전부터 해외 미술시장에 등장해 좋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제법 등장하고 있다. 그중 몇몇은 이미 투자하기 좋은 작가로 인식되어 있다. 이 말은 이전처럼 국내에서 이름만 나면 옥션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공정 가격이 형성되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자주 거래되어 좋은 미술품으로 인정받아 국제 컬렉터들에게 팔리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는 4천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에서 미술시장의 규모가 가장 작은 나라로 1인당 국민소득과 비교해보면 아주 작은 미술시장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 말은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가 앞으로 적어도 4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콩나물 값이 오르면 그림 값도 오른다
미술품의 가격은 어떻게 변할까? 과연 내가 산 그림의 가격이 오르는 걸까? 그림 수집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은 물가 상승세와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좋은 작품을 구해놓으면 10년 뒤에는 물가와 비례해서 (혹은 그보다 훨씬 높이) 오를 수 있다. 그리고 작가의 작품성이 좋다면, 혹 해외에서 거래가 잘 이루어진다면 작가의 작품 가격은 수직에 가까운 상승곡선을 그으면서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미술품을 구입할 때는 좋은 작품을 구하고 싶지만 사실 좋은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경매회사 사장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으로 큰 수익을 내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경매회사 사장은 그 방법을 안다면 자신이 그 작품을 사겠다고 대답한 재미난 일화가 있다. 이처럼 좋은 작품을 고르기는 쉽지 않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작품을 구입할 수도 없다.

투자 가치가 있는 작품을 구입하는 방법은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패션이나 텔레비전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올해의 트렌드를 잘 읽는 사람이 좋은 작품을 고를 확률이 높다.

미술품도 유행이 있고 시대상이 있다. 무조건 작고 작가라고 해서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작품이 나오지 않아서 희소가치가 커지는 것이지 무조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미술품에 투자하려면 먼저 대안 공간처럼 자유롭게 등장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라고 말하고 싶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작품을 구할 수 있다. 예전에 어떤 대안 공간에서 (지금은 알려져서 유명한 작가지만) 데뷔 시절 3만원에 작품을 팔았으나 구입자가 몇 명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1천만원이 넘는다. 이마저도 쉽게 구하기 힘들 정도다. 이 말은 좋은 작가를 고르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다. 무조건 인상파 시대의 전시나 100년 전의 작품들만 보러 다닌다면 자신의 눈은 자연스럽게 100년 전의 시각으로 작품을 볼 수밖에 없다.

뒤샹은 변기에 사인만 한 것을 작품이라고 해서 화제를 낳았지만 (이도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이처럼 공산품인 변기도 작품이 될 수 있으며 백남준의 설치 작품처럼 텔레비전도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이미 철학에서나 미학에서 ‘예술은 편견이 존재하지 않는 자유로움 그 자체이며 예술은 그 무엇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엔디워홀이 그러했으며, 이전에는 피카소 또한 그랬다.

마지막 남은 투자처가 미술품인 이유는 변화하는 것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미술은 그 어느 것보다 시대를 앞서 간다. 그 유명한 데미안 허스트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포르말린액 속에 동물 사체를 넣은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복제양 돌리의 등장과 동시에 유명세를 타 10년 만에 가격도 1백40배나 올랐다(이게 팔렸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성공한 작가들 뒤에는 항상 좋은 컬렉터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동어 반복식의, 똑같이 그리는 작가들이 인기다. 누구네 집에 유명 작가 그림이 있으니 나 또한 비슷한 작품을 구매해야지 하는 생각인데, 동어 반복보다는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생각해서 실험적이거나 철학이 담긴 작품을 구입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비단 미술품뿐 아니라 ‘안정적이거나 편리한 것은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High Risk High Return, Low Risk Low Return)’. 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무모한 도전도 해볼 만하다. 물론 신진 작가일 경우에는 즐기는 마음으로 적은 돈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비싼 작품이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비싼 작품은 더 이상 오르기도 힘들 뿐 아니라 구하기도 힘들다.

현재 저평가되어 있는, 앞으로 뜰 작품을 고르는 것이 훨씬 현명한 그림 수집의 비결이다. 앞으로 그런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과 좋은 미술관 가는 길을 함께 산책할 예정이다. 즐거운 동행길이 되시길.

▶필자 박이찬국은…
1980년대를 거친 이들이 대부분 걸어왔던 것처럼, 운동권에서 치열하게 청춘을 보내다 미술을 통해 뜨거운 가슴을 식혔다. 1997년 민족미술인협회 서울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6년 서울 종로구 창덕궁 앞에 3층짜리 건물 ‘갤러리 눈’을 열고 첫 전시회를 해서 80% 판매를 기록했다. 다음달 연속으로 가진 꽃다방전에서 100% 판매를 기록하며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전시 기획뿐 아니라 미술품 유통, 미술시장의 흐름 등 풍부한 산 경험을 토대로 ‘2008 블루닷아시아’의 사무총장을 맡아 성공으로 이끌었다. 현 PK미술투자연구소 소장, 현 갤러리 눈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사진 / 박이찬국(갤러리 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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