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보석을 찾아내는 눈을 기르자

미술 투자 특강

②보석을 찾아내는 눈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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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강좌- 미술품은 부동산이 아니다


일찍이 미국이나 유럽에선 부동산보다 미술품이 훨씬 안정적인 재테크로 인정받아 왔다. 그 이유는 일단 양도소득세와 같은 세금이 없는 데다가 ‘돈만 좇는 투기꾼’으로 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술품을 구입함으로써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명분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주목할 이유가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 자, 그럼 어떤 작품을 주목해야 할까.


[미술 투자 특강]②보석을 찾아내는 눈을 기르자

[미술 투자 특강]②보석을 찾아내는 눈을 기르자

미술품의 매력
필자가 잘 아는 어떤 교수는 부모님이 생전에 모은 작품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부모님이 월급 외 보너스로 한 점 두 점 마련한 작품은 무려 1백20여 점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천○○화백, 박○○화백, 김○○화백 등 부모님이 젊은 시절 구한 작품들이었다. 부모님이 남긴 작은 아파트 한 채는 고향의 자선단체에 기부한 뒤, 아들 삼형제는 각자 가지고 싶은 작품을 상속받았다. 이후 큰아들 내외가 그 작품 중 한 점을 옥션에 내놓은 뒤 부모님의 선견지명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20~30년이 지난 지금 그 작품들은 모두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래를 내다본다면 미술품보다 좋은 투자처는 없다. 주식에서도 좋은 투자는 튼실한 기업에 오랫동안 투자하는 것이다. 미래가 준비된 미술품들에 투자를 한다면 짧게는 3년, 길게는 6~7년 기다리면 여타의 상품보다 훨씬 나은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현재 뉴욕의 이름난 컬렉터들은 중국이나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에 투자하고 있다. 이유는 세계의 흐름이(문화나 경제)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시아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변방이라고 불리던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 등이 신흥 부국으로 떠오르기도 하거니와 좋은 작가를 많이 배출하고, 비엔날레나 아트페어 등의 수많은 미술제를 통해 신진 작가를 계속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한 부부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좋은 작품을 골라서 수익을 많이 올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필자는 이런 답을 주었다. “먼저 욕심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작품을 보세요”라고.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 마 투자’식으로 아무 작품에나 투자할 것이 아니라 미래가 보장되는 작품, 즉 젊은 작가들의 작품 중에 작가들과 평론가들이 센세이션하다고 평가하는 작품과 기존에 보지 못했던 작품, 이미 작가들 사이에 유명하거나 존경하는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다면 미래에 좋은 투자라 할 만하다.

앤디 워홀이나 리히텐슈타인의 작품도 처음부터 비싼 것이 아니었다. 대중은 가볍다고 했고, 심지어 “저것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미술계에서는 센세이션이라 불릴 만큼 충격적이었고, 다양한 담론들이 형성되고 수많은 토론들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됐다.

부동산 투자에서 앞으로 발전할 지역이라는 호재가 수익으로 이어지듯이, 미술품 투자시에는 그 작가가 작업을 하게 된 계기와 철학, 그 작가만의 남다른 기법이 미래(작가의 성공과 컬렉터의 수익)를 보장한다.


위작 시비를 경계하라
미술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위작 논쟁이 발생했다. 박수근, 이중섭 등 작고 작가부터 천경자, 변시지 등 생존 작가들까지 위작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위작, 이 말은 아마 동어반복식(비슷한 작업의 작품들이 오랫동안 계속해서 나오는 것)의 작품들이 많아지고 미술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많아질 것이다. 위작을 구입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정해놓으면 된다.


[미술 투자 특강]②보석을 찾아내는 눈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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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한다(위작 논쟁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둘째, 위작이 생길 수 없는 작품들을 구입한다(설치 작품이나 개념 미술 성격의 작품들).
셋째, 동어반복식의 작품보다는 변신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작가의 작품을 고른다.
넷째, 아트페어 등 전시장에서 구입한다.
다섯째, 작품 보증서를 잘 챙긴다.

즉 전시가 열리는 화랑이나 아트페어 등 확실한 근거가 있는 곳에서 작품을 구입하라는 뜻이다. 마치 부동산 투기처럼, 작품만 들고서 파는 일명 ‘낫가마’라 불리는 상인들에게 구입하면 위작을 살 확률이 높다. 무조건 작품의 보증서를 받아야 하며, 작품에 사인이 있는 경우와 캔버스 뒤에 사인을 하는 경우 등을 살피고(사인이 없는 경우도 있다) 사인이 없어도 정확한 연도와 보증서, 판매 화랑만 확실하다면 믿고 구입해도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유명 화랑만 찾다가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비싼 가격에 구입할 확률도 높아진다. 평이 좋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실험적인 전시를 하는 화랑에 관심을 갖는 것이 미술품 투자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

위작에 얽힌 재미난 사연을 소개한다. 첫 번째, 몇 년 전 진품 확인 요청이 들어온 작품이 있었다. 이미 작고한 유명한 동양화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진품이었다. 2호 정도의 크기에 기법이나 사인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문제는 어이없게도 판매하는 사람이 작품을 가로 세로로 넓혀서 여백을 30cm 이상 확장해 크기가 20호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10호 크기에 달하는 그림은 진품인데 옆으로 종이를 이어서 더 큰 풍경을 그려 넣었다. 세 번째, 부산의 어떤 컬렉터가 감정을 위탁한 작품이 있었다. 유명한 서양화가가 반을 그린 뒤 사망하고 나서 제자가 절반을 그려 완성했다고 한다. 그럼 이 작품은 진품일까? 위작일까? 참 난감한 작품들이 많다. 위의 작품들은 더 큰 수익을 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돋보이지만(?), 전부 위작에 속한다.


앞서 결정하라
세계적인 컬렉터인 하워드 파버는 남들이 구입하지 않는 작품에 먼저 투자하는 걸로 유명하다. 10년 전에 이미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했고 요즘은 쿠바나 아시아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는 그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보석을 골라내는 재주가 탁월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컬렉터가 몇 명 있다. 이들은 작품을 볼 때 전시장에서 3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한다. 작품을 보고 또 보고,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마무리까지 본다. 앞으로 계속 작업을 할 작가인지, 전시 한두 번 하다가 말 작가인지도 화랑 측에 문의한다. 스스로 작품을 보는 눈과 작품에 투자하는 기법을 익혀가는 이들이다. “누구의 작품을 누가 샀는데…” 하는 말에 솔깃하기보다는, 스스로 고민하고 미술사와 연결해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 엥포르멜 같은 미술운동과 1970년대 미니멀회화, 1980년대 민중미술,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이 주목받더니 2000년대 들어서는 10년 주기의 회화사가 몇 년 만에 바뀌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수의 컬렉터들이 아직도 100년 전 회화에 감동 받고 작품을 구입하지만 투자로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인상파 화가나 샤갈 등의 그림에 익숙해져 이런 작품들을 구입하다 보면 금방 미술사의 흐름과 동떨어지게 된다.


예쁜 그림보다 새로운 그림에 눈 돌려라
많은 미술기획사들이 학생들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당장의 수입만 계산해 대형 미술관이나 공공 미술관에서 ‘00전’이나 ‘00파전’ 등의 전시를 열고 있지만, 그런 전람회 중엔 대표작이 빠져 있거나 아류작들로 채워진 전시도 더러 있다.

이런 전시보다는 규모가 작아도 미술의 역사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고 우리나라의 미술과 해외의 미술을 비교하면서 지금 동시대의 미술이 왜 기존의 미술과 다른지 논의할 수 있는 전시를 찾아다니는 것이 미술을 이해하는 데 훨씬 이롭다.

미술품은 가족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다. 휴일 온 가족이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찾아 작품들을 관람하는 것이 곧 어릴 적부터 문화와 미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 된다. 부모와 함께 이런 전시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 미술에 대한 이해가 높아 미술 재테크도 자연스레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미술품이 투자라는 생각을 갖기 보다 문화적 기호의 수준을 높인다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술품을 수집하다 보면 집 안 분위기도 바뀌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된다. 또 미술의 역사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된다면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은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

들뢰즈가 ‘이제 예술은 죽었다’고 했지만 그 속뜻은 이전과 다른 모든 행위나 설치 그리고 다양한 모든 것이 예술이란 것이다. 이 말을 되새김질하는 것은 미술품 수집을 시작할 때 우리가 그동안 보아왔던 ‘예쁘다’는 것에서 벗어나보자는 말이다. 그것이 미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첫걸음이다.

글&사진 / 박이찬국(갤러리 눈 대표)


필자 박이찬국은…
1980년대를 거친 이들이 대부분 걸어왔던 것처럼, 운동권에서 치열하게 청춘을 보내다 미술을 통해 뜨거운 가슴을 식혔다. 1997년 민족미술인협회 서울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6년 서울 종로구 창덕궁 앞에 3층짜리 건물 ‘갤러리 눈’을 열고 첫 전시회를 해서 80% 판매를 기록했다. 다음달 연속으로 가진 꽃다방전에서 100% 판매를 기록하며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전시 기획뿐 아니라 미술품 유통, 미술시장의 흐름 등 풍부한 산 경험을 토대로 ‘2008 블루닷아시아’의 사무총장을 맡아 성공으로 이끌었다. 현 PK미술투자연구소 소장, 현 갤러리 눈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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