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작가를 고르는 방법
미술품으로 투자를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재테크가 그렇듯 돈을 벌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미술품 투자의 순서는 첫 번째 작가에 대한 이해, 두 번째 작품 투자가치의 역사적 의의 체크, 세 번째 좋은 작품을 구입해보는 것이다.
과거 드라마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화가는 언제나 베레모를 쓰고 파이프를 입에 물고 있었다. 참으로 고리타분하고 천편일률적인 캐릭터다. 그런 모습의 화가를 만날 확률은 그런 모습의 일반인을 만날 확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반인과 화가의 차이점이라면 보통에 비해 감수성이 풍부하거나 사물을 보는 관점이 직관적이고 빠르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물론 이런 점은 좋은 작가를 말하는 기준에 따른 것이다.
가끔 화랑에 작품을 가지고 와서는 “나는 천재 작가인데, 세상이 아직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전시를 요구하는 이들이 있다. “어떤 평론가에 따르면 나는 피카소와 동급”이라며 “천재적인 재능을 이해할 눈은 얼마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스스로 천재라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 존재가 사람들에게 드러나기를 원하는 이들이다.
수많은 작가들 중 대중에게 작품이 알려져 성공할 확률은 10% 미만이다. 매년 5천여 명의 미대 졸업생이 배출되고 1년 뒤 이들 중 5백 명가량이 작가 생활을 영위하며, 10년 뒤에는 50명 정도가 남는다. 이런 현실은 수많은 작가들 중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는 소수에 불과하며, 붓을 들었다고 해서 모두 작가일 수는 없다는 의미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나는 유명 화가”라는 말은 곧 “나는 유명하지 않다”라는 말과도 같다. 진정한 작가는 작품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작가나 평론가, 세상이 그 작품성을 인정하면 좋은 기획전에 초대되고 미술 전문지나 매체에 소개될 것이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작품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작가가 사망한 후에야 빛을 발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미술에 대한 이해도가 커지고 비엔날레나 수많은 미술 전람회가 등장해 단기간에 대중에게 어필하는 작가가 늘어나고 있다. 좋은 작가가 소수라는 점은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여기서 좋은 작가란 착한 품성을 가지고 작품성이 높은 작품을 작업할 가능성을 가진 작가를 말한다. 어렵게 작업한 작품을 대중에게 인정받을 때 작가는 가장 행복하다.
2. 미술 작품은 과거에도 투자 상품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미술 투자 관련 책을 보면 중세 이전에도 미술에 대한 수집과 판매가 있었다고 기술되어 있다. 서양에서는 일찌감치 미술 투자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의 미술품 투자에 관한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고려시대, 삼국시대에도 미술품에 대한 투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접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삼국시대 뛰어난 미술품 제작에 대한 이야기와 그 작품을 손에 넣으려는 이들의 노력에 관한 일화는 설화로도 전해지고 있다. 그 시대의 미술품은 일반인보다는 왕족이나 귀족 등 특수한 계급의 투자 상품으로 다른 물건과 상호 교환의 의미가 강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작품 거래가 보다 활성화됐으며 작품을 이해하는 소수 사대부의 수집품에 미술 작품이 들어 있었다. 이후 미술 작품은 상속을 통해 집안의 가보가 되거나, 매매를 통해 부동산이나 동산으로 교환됐다. 영화 ‘취화선’을 보면 1800년대에 서화가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다. 당시에 비해 지금은 투자자의 계층이 확대됐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진품’을 판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조상의 유물이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이 자주 등장한다. 간혹 가짜로 밝혀지기도 하지만 작품 가격이 높게 책정될 때마다 부러움도 느낀다. 이처럼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문화 부흥기라 불렸던 조선 후기에는 더욱더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
3. 작품 구입을 더 이상 미루지 마라
영국이나 유럽의 경우 주거 지역 인근에도 갤러리가 있으며 만화 전용 갤러리, 아마추어 화가를 위한 갤러리, 공예품 전용 갤러리 등 용도도 다양하다. 자신의 집을 갤러리로 꾸며서 세상과 소통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 인사동 주변에 몰려 있던 갤러리가 청담동 등지에서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양에 비해 훨씬 적은 수지만, 최근 들어 나타난 각각의 특징을 가진 갤러리의 등장은 문화에 대한 대중의 욕구인 동시에 미술 투자가 유망한 재테크 수단이라는 증거로 볼 수 있다.
10년 전부터 결혼을 하는 지인이나 직원들에게 축의금 대신 그림을 한 점씩 선물해온 분이 있다. 선물을 받은 이들은 좋은 인테리어 소품을 받은 것처럼 고마워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후 작품의 가치가 높아져 소형차 한 대 가격에 육박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갤러리에 자주 들러 미술품에 대한 이해를 높여 자연스럽게 구입을 하게 된다고 한다.
미술품 투자는 결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일단 구입해보지 않으면 그 미묘한 재미를 느낄 수 없다. 필자도 미술품을 한 점 두 점 구입하며 일종의 취미로 여기지만, 그 작품의 가치가 상승할 때는 역시 미술품만 한 투자가 없다는 걸 실감한다.
■ 글&사진 / 박이찬국(갤러리 눈 대표)
필자 박이찬국은…
1980년대를 거친 이들이 대부분 걸어왔던 것처럼, 운동권에서 치열하게 청춘을 보내다 미술을 통해 뜨거운 가슴을 식혔다. 1997년 민족미술인협회 서울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6년 서울 종로구 창덕궁 앞에 3층짜리 건물 ‘갤러리 눈’을 열고 첫 전시회를 해서 80% 판매를 기록했다. 다음달 연속으로 가진 ‘꽃다방전’에서 100% 판매를 기록하며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전시 기획뿐 아니라 미술품 유통, 미술시장의 흐름 등 풍부한 산 경험을 토대로 ‘2008 블루닷아시아’의 사무총장을 맡아 성공으로 이끌었다. 현 PK미술투자연구소 소장, 현 갤러리 눈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