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자」의 주인공은 대부분 30대의 강을 건너온 중년 여성 혹은 남성이다. 철 늦은 사랑 노래, 시든 꽃의 고백, 가을 깊어갈 무렵 마흔 등의 작은 타이틀은 짐짓 쓸쓸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유쾌한 반전과 함께 담아낸 콩트와 같은 25편의 단편을 읽다 보면 어느덧 무릎을 치거나, 슬며시 미소를 짓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짧지만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하는 오정희의 글에서 데뷔 41년의 내공이 묻어난다.
외동아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려 했다가 덜컥 위층 말썽쟁이 형제들을 떠맡게 되어 속앓이를 하는 명우 엄마는 우리 아파트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고, 연하 남성의 호의를 넙죽 받아들였다가 ‘술값만 잔뜩 물린’ 노처녀 실연녀는 내 친구인 것만 같다. 혹 내 남편은 보험 컨설턴트로 변신한 첫사랑과 우연이라도 재회한 적이 있을까?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한동안 우리 주변을 맴돌 듯하다.
오정희 / 10,000원 / 랜덤하우스
new Book
‘내집 마련’은 입에 달고 살면서 정작 집 자체에 대한 소망은 잊고 산 지 오래다. 22년간의 아파트 생활을 끝내고 똑같이 생긴 집은 하나도 없는 부암동 골목의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서 진짜 삶을 찾은 저자의 넉넉한 일상이 부러워진다. 3년 전부터 마당 있는 집을 가꾸면서 저자와 가족들은 ‘언젠가’에서 ‘지금’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친구들과 쏘다니던 거리보다 집에 머물기를 좋아하고 나무 그늘이 있고 꽃향기가 퍼지는 집에서 비로소 지금 이대로의 행복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서화숙 / 13,000원 / 웅진지식하우스
커피전문점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커피 천국이다. 요즘은 로스팅까지 직접 하는 전문점도 늘고 있다. 커피에 대한 관심을 한 차원 높은 지식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면 27년의 커피 경력을 가진 전문가의 노하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8년 동안 커피 스쿨을 운영해온 저자는 커피 가공에서부터 보관법,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추출법 등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핸드드립, 에스프레소 머신, 프렌치 프레스 등의 추출법을 담은 동영상 CD가 포함돼 있다.
허형만 / 18,000원 / 팜파스
1 금융 비타민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많다. 재테크 책의 출간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저자는 재테크는 금융상품에서 시작되고 금융상품으로 완성된다고 말한다. 잘못된 금융상품을 선택하면 돈을 불리기는커녕 어렵게 모은 종자돈마저 잃을 수 있다는 것.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는 예금 적금에서부터 좀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펀드, 위험 관리를 위한 보험, 투자만큼이나 전략이 필요한 대출에 이르기까지 금융 가이드를 자청한 책이다.
이성호 / 13,000원 / 리더스하우스
2 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이 책에서 결혼을 망설이는 여성들의 심리를 다뤘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뿐만 아니라 결혼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우울증, 결혼의 장애요인 등 현실적인 부분까지 짚어본다. 저자는 결혼과 동시에 출산과 양육 문제까지 짊어져야 하는 여성들에게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일본 주부들이 왜 ‘욘사마’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해석, 우리와 같이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의 고민과 전문가가 제시한 대안도 읽어봄직하다.
가야마 리카 / 10,000원 / 예문
3 때로는 나에게 쉼표
일상의 답답함을 느낄 때 막연히 여행을 동경한다. 답답한 숨통을 트이게 하는 응급조치로 마음에 꼭 드는 여행서만 한 게 없다. 시인 정영의 여행 산문은 목적 지향적이지 않아서 더욱 좋다. 대륙별, 나라별과 같은 분류가 없이 베트남 북부의 소수 마을에서 쿠바와 멕시코, 독일로 또 미국으로 정처 없이 떠다니는 나그네 발길마냥 섞여 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흐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특히 시인이 직접 담아낸 인물사진은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정영 / 13,000원 / 달
4 엄마 아빠가 함께 쓰는 태교일기-선물
태교일기를 쓰는 엄마들이 많다. 임신 기간 동안의 변화를 남기는 기록의 의미도 크지만, 나중에 아이가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궁금해할 때 보여주는 것으로의 가치도 클 것이다. 이 책은 아이가 열 달 동안 엄마의 배 속에서 커가는 과정과 엄마의 몸의 변화, 엄마 아빠의 기쁨과 기다림의 시간을 표현해놓은 그림책이다. 열 달간 변화하는 아기 그림과 더불어 엄마가 자신의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어 아기를 위한 책 한 권을 완성하는 보람을 얻을 수 있다.
제니퍼 데이비스 / 16,800원 / 마고북스
5 나는 가능성이다
패트릭 헨리는 곧게 펼 수 없는 팔, 걸을 수 없는 다리, 영원히 빛을 볼 수 없는 무안구증을 안고 태어났다. 신이 버린 끔찍한 기형아에 머물 수 있었던 그는 생후 9개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하며 기적을 체험한다. 점자를 익혀 당당히 루이빌 대학에 입학한 그는 마칭밴드에 입단해 트럼펫 연주자로 활약한다. 불굴의 의지와 부모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세상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의 스토리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되어 전 세계에 감동을 전했다.
패트릭 헨리 휴스 외 / 12,000원 / 문학동네
6 차폰 잔폰 짬뽕
한국의 중국식당에서는 짬뽕과 우동, 다쿠앙이 나온다. 일본 나가사키의 중국식당에서는 한국식 자장면이 판매된다. 일제강점기에 있던 한국 화교들이 만든 자장면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또 나가사키에 정착한 화교들이 현지화한 잔폰(나가사키 짬뽕)은 한국식 변형을 거쳐 오늘날의 짬뽕이 되었다. 저자는 짬뽕과 유사한 음식의 분포를 조사하며 그 정치사회적 맥락을 풀어낸다. 수년간 현지 조사와 문헌 연구를 통해 한·중·일 3국의 음식문화와 역사를 상세하게 다룬 리포트가 흥미롭게 읽힌다.
주영하 / 16,000원 / 사계절
■담당 / 장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