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시인의「해방촌 고양이」

소문난 독서가들의 책 이야기

황인숙 시인의「해방촌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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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시인, 삶이 녹아 있는 거리를 걸으며 축적한 이야기

[소문난 독서가들의 책 이야기]황인숙 시인의「해방촌 고양이」

[소문난 독서가들의 책 이야기]황인숙 시인의「해방촌 고양이」

자신의 숨을 불어넣은 글자들을 엮어 세상에 내어놓는 작가들은 ‘쓰기’ 이전에 먼저 ‘읽는’ 사람들이다. 그 누구보다 책과 가까이 생활하는 작가들에게 ‘독서’는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잘 ‘쓰기’ 위해 ‘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읽기’ 때문에 ‘쓰기’도 한다.

‘시와 나무, 그리고 고양이 시인’이라고 불리는 황인숙 시인 또한 책 속에 파묻혀 지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누구보다 즐겁고 신나게 읽지만 또 누구보다 치열하고 깊게 활자 속을 거닐어왔다.

“어릴 적부터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이 책 저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담장 너머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집에 살았는데, 강을 놀이터 삼아 뛰놀던 추억도 많지만 방 한구석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만홧가게 소파에 앉아 한 손으로는 소라 과자를 한 움큼 쥐고, 다른 손으로 연신 책장을 넘기며 책에 푹 빠져 있던 시절도 생각나고요. 한때는 SF소설을 무척 좋아해서 잔뜩 쌓아놓고 줄곧 읽기도 했어요. SF 단편 중에는 의외로 슬프고 서정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 아세요? 읽다보면 감정이 뭉클해져서 눈물 콧물 쏟기도 했죠.”

[소문난 독서가들의 책 이야기]황인숙 시인의「해방촌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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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황인숙 시인에게 있어 책은 ‘놀이의 대상이었고 놀이의 또 다른 주체’였다. 책을 읽으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세상을 그려보기도 했고 딴 사람이 된 듯한 아찔한 상상에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과거를 떠올리며 그리워하기도 했고 내일을 꿈꾸며 웃음 짓기도 했다.

“사람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독서가 사람을 똑똑하고 착하게 만들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착하다는 건 결국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한다는 것이고, 똑똑하다는 건 삶을 알아간다는 거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방에 휴대전화 대신 길고양이들을 위한 물과 음식을 넣어 다니며 밥을 챙기는 것도 같은 마음에서예요. 동물을 대하는 마음은 사람을 대하는 마음 그대로이니까요.”

[소문난 독서가들의 책 이야기]황인숙 시인의「해방촌 고양이」

[소문난 독서가들의 책 이야기]황인숙 시인의「해방촌 고양이」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로 시작하는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로 1994년 등단한 뒤 고양이를 향한 깊은 애정을 담은 여러 작품을 발표해온 황인숙 시인에게 고양이는 좋은 친구이자 가족이며 한편으로는 이야기를 물어다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집에서 함께 사는 고양이 세 마리 외에도 용산 해방촌 골목 구석구석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과 거의 ‘같이’ 살다시피 하는 그녀는 고양이와 사람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고샅고샅 담은 「해방촌 고양이」(이숲)를 내놓기도 했다.

“모두가 베스트셀러를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듯,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의 사랑스러움에 동의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길에서 고양이를 만났다면 반길 사람은 반기고, 무심할 사람은 무심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홱 외면하면 되는 거예요. 다만 더 약하고 작은 생명에게 야멸치게 굴진 않았으면 해요. 동물이든 사람이든 누군가를 이해하고 연민할 수 있는 마음, 책을 읽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그런 마음도 가질 수 있게 돼요.”

[소문난 독서가들의 책 이야기]황인숙 시인의「해방촌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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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시인이 추천하는 책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민음사)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별로 끌리지 않았는데 가만히 한 장 한 장 읽다 보니 ‘읽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했다’ 싶었어요. 무척이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예요. 사랑, 소통,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이죠. 니콜 크라우스의 남편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쓴 조너선 사프란 포어인데, 주변에서 그의 책을 많이 추천해줘서 읽어봤거든요. 두 사람 다 미국 문단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훌륭한 작가지만 저는 니콜 크라우스의 이야기가 더 끌리더라고요. 차분하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오는 소설이에요. 채워지지 못했던 마음의 공간을 채워준 좋은 책이었어요.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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