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무, 그리고 고양이 시인’이라고 불리는 황인숙 시인 또한 책 속에 파묻혀 지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누구보다 즐겁고 신나게 읽지만 또 누구보다 치열하고 깊게 활자 속을 거닐어왔다.
“어릴 적부터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이 책 저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담장 너머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집에 살았는데, 강을 놀이터 삼아 뛰놀던 추억도 많지만 방 한구석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만홧가게 소파에 앉아 한 손으로는 소라 과자를 한 움큼 쥐고, 다른 손으로 연신 책장을 넘기며 책에 푹 빠져 있던 시절도 생각나고요. 한때는 SF소설을 무척 좋아해서 잔뜩 쌓아놓고 줄곧 읽기도 했어요. SF 단편 중에는 의외로 슬프고 서정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 아세요? 읽다보면 감정이 뭉클해져서 눈물 콧물 쏟기도 했죠.”
“사람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독서가 사람을 똑똑하고 착하게 만들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착하다는 건 결국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한다는 것이고, 똑똑하다는 건 삶을 알아간다는 거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방에 휴대전화 대신 길고양이들을 위한 물과 음식을 넣어 다니며 밥을 챙기는 것도 같은 마음에서예요. 동물을 대하는 마음은 사람을 대하는 마음 그대로이니까요.”
“모두가 베스트셀러를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듯,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의 사랑스러움에 동의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길에서 고양이를 만났다면 반길 사람은 반기고, 무심할 사람은 무심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홱 외면하면 되는 거예요. 다만 더 약하고 작은 생명에게 야멸치게 굴진 않았으면 해요. 동물이든 사람이든 누군가를 이해하고 연민할 수 있는 마음, 책을 읽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그런 마음도 가질 수 있게 돼요.”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민음사)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별로 끌리지 않았는데 가만히 한 장 한 장 읽다 보니 ‘읽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했다’ 싶었어요. 무척이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예요. 사랑, 소통,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이죠. 니콜 크라우스의 남편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쓴 조너선 사프란 포어인데, 주변에서 그의 책을 많이 추천해줘서 읽어봤거든요. 두 사람 다 미국 문단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훌륭한 작가지만 저는 니콜 크라우스의 이야기가 더 끌리더라고요. 차분하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오는 소설이에요. 채워지지 못했던 마음의 공간을 채워준 좋은 책이었어요.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