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지 부부, 이혼해라
‘김잔솔’씨와 ‘왕여유’씨는 1969년 혼인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성격 차이는 결혼생활 내내 불화를 낳았다. 잔솔씨는 가부장적인데다 매사에 꼼꼼하고 자린고비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여유씨는 소비생활에 비교적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잔솔씨는 2008년 8월 깻잎 반찬을 상에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유씨의 멱살을 잡고 폭행을 휘둘렀다. 참다못한 여유씨는 집을 뛰쳐나갔고 후에 열쇠 수리공을 대동해 몰래 집에서 가지고 나온 각종 서류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 가사부는 여유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 잔솔씨에게 재산 분할로 2억9천만원을 여유씨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잔솔씨가 메모지 생활이라는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여유씨를 통제하고 간섭하며 폭력까지 휘둘러 혼인 관계가 파탄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서 남보다 못했던 두 사람의 40여 년 결혼생활은 끝이 났다.
이혼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협의상 이혼’과 ‘재판상 이혼’이다. 협의상 이혼은 당사자 간의 의사 합의를 통해 이뤄진 것을 말한다. 재판상 이혼은 민법 제840조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 재판으로 이혼 확정 판결을 받으면 상대방이 이혼을 원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제840조 재판상 이혼 원인 ①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했을 때 ②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③ 배우자 혹은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④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⑤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⑥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변호사니까 음주운전 가중처벌!
지방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무법자’씨는 지난 4월 혈중 알코올 농도 0.066%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돼 기소됐다. 게다가 그는 무면허였고 전에도 음주운전 전력을 갖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의 직업이다. 법의 테두리에서 사람의 억울함을 대변해주는 변호사였다.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2년, 80시간 사회봉사라는 가중 처벌을 내렸다. 같은 범죄라도 사회적 책임을 지닌 위치에 있다면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판결문에서는 ‘피고인의 직업, 사회적 지위에 비춰 그 누구보다 투철한 법규 준수가 요청됨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동종 범죄를 저지를 점 등을 고려해 판결했다’고 밝혔다.
※ 음주 단속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0.10일 경우 50만~100만원 상당의 벌금과 100일 운전 정치 처분을 받는다. 0.1~0.5일 경우 벌금 100만~200만원에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는다. 징역형을 받는 경우는 0.05% 이상에서 사고를 냈을 때, 혈중 알코올 농도가 0.36% 이상일 때다.
내연관계, 위자료 약정 인정
‘상간여’씨는 지난 2008년 ‘나지질’씨와의 내연관계를 청산하는 조건으로 2억4천만원을 받기로 하고 현금지불각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나지질’이 3천만원을 주고 나머지를 주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위자료 지급을 위한 약정을 인정해 ‘나지질은 상간여에게 2억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서 ‘각서 작성 당시 나지질이 정신적, 심리적으로 궁박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고 내연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위자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이는 공서양속(사회적 타당성이 인정되는 도덕관)에 해당 한다’며 원고 승소 이유를 밝혔다.
개인 블로그라도 공적인 공간
‘김비방’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블로그에 ‘김비방의 정치 이야기’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정치와 관련된 자신의 견해를 올리곤 했다. 김비방씨는 6·2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자신의 블로그에 ‘지방선거는 지방 토호들의 경연장’, ‘기초의원 있으면 뭘 해, 국민 혈세만 먹어’ 등의 제목으로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를 비난했다. 김비방씨는 이 일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되고 벌금 50만원을 선고받게 됐다. 그는 즉각 반발했다. 개인 블로그에 사견을 올리는 것이 죄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비방의 블로그는 일반인 열람에 제한이 없고 글을 기사 형식으로 썼을 뿐 아니라 김비방도 특정 후보의 비위 사실을 유권자에게 알리기 위해 게재했다고 진술한 점에서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블로그의 일반적 성격에 대해 ‘사적 기록 공간 의미로 시작됐으나 현재는 친목을 도모하고 인맥을 관리하는 개인적 형태에서부터 불특정 다수에게 의견이나 지식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1인 미디어 형태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 블로그를 순수한 개인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가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판례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별 생각 없이 인터넷 공간에 쓴 글이 남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네티즌들은 앞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데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 사례 내의 사람 이름이나 지명으로 쓰인 표기는 모두 해당 사건과 관계가 없습니다.
위장결혼으로 만났으나 사실혼 판결
40대 한국 남성인 ‘남몰래’씨는 2006년 이혼한 전처가 재혼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재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위장결혼 알선업자를 찾아갔다. 돈도 필요했고 결혼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알선업자가 대준 돈으로 중국에서 30대 ‘소겨요’씨를 만나고 돌아왔다. 비록 위장결혼이었지만 남몰래씨는 소겨요씨가 단박에 마음에 들었다. 남몰래씨는 방황을 끝내고 자비를 들여 소겨요씨와 그녀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또 방문했다. 이후 소겨요씨가 입국해 함께 살며 두 사람은 부부의 정을 쌓았다. 남몰래씨는 혼인신고의 대가로 받았던 돈을 소겨요씨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4년 만에 두 사람의 결혼이 위장결혼이었음이 밝혀지면서 검찰은 남몰래씨와 소겨요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1심과 2심에서 두 사람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이 위장결혼 알선업자를 통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진정한 혼인 의사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고 확신하기 부족하고 허위 혼인신고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 ‘남몰래씨가 중국을 재차 방문해 혼인의 뜻을 밝혔고 혼인 대가로 받은 돈을 돌려준 점 등 사건 기록을 토대로 봤을 때 두 사람이 위법을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법원도 비록 자연스러운 만남은 아니었으나 두 사람이 4년간 함께 살며 쌓아온 부부의 정을 인정해준 셈이다.
■정리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자료 제공 / 대법원 종합법률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