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엎는 특별한 판결 이야기

법 이야기

세상을 뒤엎는 특별한 판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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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회가 온다면 그보다 좋은 세상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사고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법. 법을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다. 이번에는 여자친구의 성형수술 사실을 폭로해 명예훼손죄에 걸린 남성과 스키장 사고의 배상책임, 별거 중인 남편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가 무단침입 판결을 받은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법 이야기]세상을 뒤엎는 특별한 판결 이야기

[법 이야기]세상을 뒤엎는 특별한 판결 이야기

여자친구의 성형 사실 폭로, 명예훼손!
김지질은 여자친구 성현여의 집에서 로그인이 돼 있는 미니홈피에 들어갔다가 당혹감을 느꼈다. 성현여는 지난 휴가 때 김지질과 함께 태국 여행을 다녀왔으나 마치 혼자 다녀온 것처럼 사진과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김지질은 곧장 여자친구의 홈피에 욕조에서 거품목욕을 하는 사진을 올리고는 ‘해외 여행 중에 가슴 성형수술을 했으며 그 비용은 남자친구가 부담했다’는 식의 글을 올렸다. 나중에 이를 발견한 여자친구 성현여는 김지질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김지질의 행동이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김지질은 “해당 글을 올린 것은 비방할 목적이 아니라 상처받은 심경으로 남자친구로서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의를 확인하지 않은 채 글을 올린 이상 고의를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지질은 명예훼손죄로 벌금 3백만원을 선고받았다.

※ 명예훼손죄(형법 307조)란?
법과는 전혀 상관없이 살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 바로 명예훼손이다. 상대방의 구체적인 사실을 유포했을 때도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될 때는 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단지 사실을 유포했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 5백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허위를 유포했을 경우 죄가 가중돼 5년 이하의 징역, 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실수로 송금된 계좌 빼 쓰면 횡령죄
홍콩에서 회사를 운영하던 이슬적은 자신의 계좌로 잘못 입금된 홍콩 달러 3백만 달러(3억9천만원 상당)를 돌려주지 않았다. 이슬적은 이 돈을 출금해 개인적으로 써오다 입금한 사람에게 고소를 당했다. 1, 2심 재판부는 이슬적에게 “잘못 입금된 돈은 점유이탈물에 속하고, 입금자와 아무런 거래 관계도 없었기에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결을 뒤집어 횡령죄도 성립한다고 선고했다. “어떤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됐다면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보관 관계가 성립하므로 그 돈을 임의로 빼 썼다면 횡령죄에 해당하고 송금인과 별다른 거래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라고 판시해 이슬적은 점유이탈물횡령죄는 물론 횡령죄도 받게 됐다.

※ 점유이탈물횡령죄와 횡령죄의 차이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한 것으로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점유이탈물횡령죄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3백만원 이하 벌금을 과한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잘못 송금된 돈을 취하는 행위의 처벌을 더 가중시키는 판례를 남기게 됐다.


별거 중 남편 집 무단침입, 유죄

여장부와 해어조는 1991년 결혼했다. 그러나 사이가 나빠진 두 사람은 2007년 별거에 들어갔다. 여장부는 지난해 5월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남편 해어조의 집을 찾아갔다. 아무래도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을 것 같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내 여장부는 대문을 열고 들어간 뒤 열쇠 수리공을 불러 현관문과 방문의 잠금장치를 뜯어냈다. 남편 해어조는 아내 여장부를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그녀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2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여장부는 “남편과 난 오랫동안 별거를 해왔을 뿐 법률상 부부관계이기 때문에 남편이 사는 집에 들어갈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률상 부부라도 오랫동안 별거했기 때문에 남편의 집을 여장부의 거주지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열쇠 수리공까지 부르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쓴 것은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 주거침입죄의 범위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법률상 정해진 범위는 없지만 주거는 단순히 가옥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원 등까지 포함된다는 과거 판례가 있다. 또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계단과 복도도 주거침입죄의 범위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면 주거침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재판부의 판단이다.

골목길 통행료 1천4백원? 부당!
지난해 2월 김선달은 주택가의 땅(1,000㎡)을 샀다. 그 안에는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골목길과 통학로가 포함돼 있었다. 김선달은 주민 30명을 대상으로 골목길은 자신의 땅이라며 “다닐 때마다 통행료 1천4백원을 내게 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선달은 패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장기간 땅을 인근 주민에게 통행로로 제공한 경우,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후 이 땅을 경매로 취득한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판결했다. 김선달이 경매로 이 땅을 살 당시 이런 사정을 모를 리가 없었을 거라는 점도 패소 이유였다. 이 소송을 두고 인근 학교 학생들까지 탄원서를 제출해 ‘통행료 부과’의 부당함을 제기해왔다. 이번 판결은 통행로로 이용돼오던 땅을 구입해 주민들에게 사용료를 받으려 한 시도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김선달은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판결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스키장 충돌, 뒷사람 책임
스키를 탈 줄 몰랐던 전허세는 스키 강습을 받기로 했다. 4시간 정도 받아보니 생각만큼 어렵지 않아 보였다. 빨리 실력이 늘었으면 하는 생각에 중급 코스로 올라갔다. 사고가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전허세는 부족한 실력으로 슬로프를 활강하다가 앞에서 두 자녀와 함께 스노보드를 타던 나벼락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나벼락은 흉부 압박골절 및 경추간판탈출 등의 부상을 입었다. 나벼락은 전허세를 상대로 7천1백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전허세가 수준에 맞는 슬로프를 이용하고 활강 때 전방 좌우를 제대로 살피며 적절한 방향 전환 및 제동을 해 다른 사람과의 충돌을 방지할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로 나벼락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원고 나벼락에게 2천5백만원, 나씨의 자녀 두 명에게 각각 백만원씩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전허세는 “나벼락이 스노보드를 횡단으로 진행하면서 나의 주행을 방해한 과실이 있으니 배상책임이 반반씩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나벼락이 후방에서 접근해오는 전허세를 피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허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능력에 맞지 않는 스키장 코스에서 스키를 타다 앞사람을 치어 다치게 했다면 100% 책임지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겠다.

* 사례 내에 등장하는 사람 이름이나 지명의 표기는 모두 해당 사건과 관계가 없습니다.

■정리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자료 제공 /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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