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원고? 세상을 뒤엎는 특별한  판결 이야기

법 이야기

당신도 원고? 세상을 뒤엎는 특별한 판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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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회가 온다면 그보다 좋은 삶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사고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법. 법을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다. 이번 법 이야기는 작년 알몸 뒤풀이 졸업식으로 물의를 일으킨 청소년들의 판결과 종교적 갈등도 이혼 사유로 정당하다는 판결, 법을 녹인 절도범 부인의 사연 등을 담았다.

[법 이야기]당신도 원고? 세상을 뒤엎는 특별한  판결 이야기

[법 이야기]당신도 원고? 세상을 뒤엎는 특별한 판결 이야기

종교적 이유로 갈등, 이혼 사유
난불자와 교혜인은 캠퍼스 커플로 연애해 결혼에 골인했다. 딸을 낳고 알콩달콩 살아갔지만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종교 갈등이었다. 남편 가족이 불교 집안인 반면 교혜인은 교회 목사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갈등이 된 것은 설날이었다. 시부모가 차례를 지내러 가자는 말에 교혜인은 ‘교회에 가야 한다’고 완강히 거부했다.

이에 시부모는 ‘절은 안 해도 되니 어른들께 인사나 드리자’고 설득했지만 교혜인은 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렸다. 난불자와 교혜인은 두 달 뒤 다시 만나 해결책을 논의했고 양가 부모도 가족회의를 했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감정만 더욱 상하고 말았다. 이후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갔고 난불자는 부인을 상대로 이혼, 양육권 소송 그리고 3천만원의 위자료 소송을 했다. 법원은 종교적 이유로 제사 참석을 거부하면서 시집과 지속적으로 불화를 일으킨 부인과의 이혼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이혼하고 부인은 남편에게 딸이 성년이 될 때까지 매달 3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한 원인이 부인에게 있으므로 딸은 남편 쪽에서 기르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한편, 교혜인은 난불자가 청구한 위자료 3천만원에 대해 ‘종교 문제로 힘들 것을 예상했고, 결혼한 책임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 재판상 이혼(소송) 사유 및 원인은?
재판상 이혼 사유는 크게 여섯 가지다. ①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② 배우자의 동거, 부양, 협조의 의무 유기 ③ 배우자 혹은 그 직계존속에 의한 부당한 대우 ④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부당한 대우 ⑤ 배우자의 3년 이상의 생사불명 ⑥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이렇게 나눌 수 있다. 여섯 번째 사유에는 성관계 거부나 의처증, 의부증 등 정신적인 질환, 사치로 인한 가정경제 파탄, 심한 종교적 갈등 등이 속한다.

졸업 알몸 뒤풀이 사과 편지 쓰기 과제
2010년 2월 경기도 고양 지역 고교생 15명은 졸업식 뒤풀이 관행으로 중학교 후배들의 옷을 찢고, 밀가루 등을 뿌린 뒤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다. 사회적 파장이 커져 올해는 졸업식을 하는 학교 주변에 경찰을 배치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의 가해 학생 2명이 이번에 법적 처벌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현직 교사의 진행으로 중학생 3명과 고등학생 6명이 참여인단으로 참석한 청소년 참여법정으로 치러졌다. 참여인단은 사건을 심리한 뒤 회의를 거쳐 가해 학생들이 이미 30~60시간 사회봉사활동을 한 점을 고려해 독후감, 사과 편지 등 매일 특별한 과제가 부과된 일기 쓰기, 다른 사건의 청소년 참여인단으로 활동하기, 건전한 졸업식 방안 만들기 등의 과제를 재판부에 건의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해당 과제를 가해 학생 2명에게 부과했다.

즉 법원은 사과 편지 쓰기 등 각각 6개 과제를 부과했는데 이들이 부과된 과제를 두 달 동안 성실히 이행하면 재판은 종결된다. 그러나 이행이 불성실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다시 정식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 청소년 참여법정이란?
교육청에서 추천받은 중3~고2 학생들로 구성된 참여인단이 재판부의 심리에 앞서 적합한 과제를 선정해 건의하고, 재판부가 건의된 과제 중 선별해 이행을 명령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과제를 성실히 이행해 재비행의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재판부는 별도 처분하지 않고 심리불개시 결정으로 사건을 종결한다. 청소년 참여법정은 기소된 학생의 품행과 환경을 바로잡기 위해 2010년 6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처음 열렸으며, 경기 북부 지역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머리!’라 지칭, 명예훼손죄 아니다!
김놀림은 작년 6월 인터넷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 접속해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네티즌에게 ‘벗겨진 대머리’란 글을 올렸다. 모욕감을 느낀 상대 네티즌은 김놀림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그러나 김놀림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대머리는 머리털이 많이 빠져 벗어진 머리 혹은 그런 사람을 뜻하는 표준어일 뿐 단어 자체에 경멸이나 비하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머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혹은 평가를 떨어뜨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판사는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 유행 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할 때에 이러한 것까지 유죄로 인정한다면 처벌의 무분별한 확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혼 재결합, 유족연금 받을 권리 없다
고무신은 1962년 현역 군인으로 복무 중이던 이근대와 결혼했다. 2남 1녀를 두고 36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오다가 1998년 이혼을 했다. 그러나 고무신은 세 명의 자녀를 두었고 병까지 얻은 전남편을 두고 볼 수 없어 10년 후인 2008년에 이근대와 재결합했다. 그러나 이듬해에 이근대는 사망했다. 사망 후, 당연히 유족연금을 신청한 고무신은 깜짝 놀랐다. ‘퇴직 후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이므로 수급권자가 아니다’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고무신은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심에서 ‘재직 중 혼인관계였고 군 복무하는 데 성실히 협조한 점이 인정된다’며 고무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군인연금법상 유족연급 지급 대상에서 군인 재직 중 혼인관계가 있었는지는 불문하고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 전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결국 대법원에서도 이혼 후 재결합한 나이가 61세를 넘었다면 군인 가족에게 지급되는 유족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났고 고무신은 결국 패소했다. 도의적으로는 안타까운 일이나 정해진 연금법상으로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절도범 부인의 눈물, 법을 녹였다
이도독은 공범 2명과 함께 전자상가 출입문을 뜯고 현금을 훔치는 수법으로 수십 차례 절도행각을 벌여온 절도범이다. 전국 곳곳을 돌며 26차례에 걸쳐 5천3백여만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구속됐다. 이도독의 과거 행적을 알지 못했던 부인인 현양처는 남편이 구속되자 과거 절도 전과를 모두 알게 되었다. 결혼생활을 포기하려 했지만 돌을 앞둔 아들이 눈에 밟혔다. 현양처는 그때부터 전국으로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합의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현양처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법원은 이도독을 선처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반면 이도독과 공범이었던 두 사람은 각각 징역 3년과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도독의 부인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갖은 수모를 받으면서도 28명의 피해자 중 27명과 합의하고 1명에게는 일정 금액을 공탁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이는 현양처가 가족을 살리려고 애절한 몸짓으로 눈물겨운 기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피고인 이도독에게 법이 베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엄중히 경고하고 가장으로서 제대로 살아갈 것을 당부하며 집행유예의 판결을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의 진심은 어디서든 통하는 법이다.

* 사례 내의 사람 이름이나 지명으로 쓰인 표기는 모두 해당 사건과 관계가 없습니다.

■정리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자료 제공 /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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