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위반 징역 3년, 1억8천만원 배상
오정의는 1974년 버스에서 여고생에게 정부와 유신헌법을 비판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1977년 7월까지 복역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악명 높았던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였다.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이었다.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오씨 사건에 대해 재심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법원은 “긴급조치 1호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이라며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가 확정된 오정의씨는 1억8천만원을 지급받게 됐다. 구금된 피고인이 재심 등을 통해 무죄가 확정되면 일수와 재산상의 손실 등을 고려해 형사보상법에 의해 보상금이 정해진다. 그가 복역한 1천1백23일 동안 하루 보상액을 16만4천4백원으로 정한 것이다.
※ 형사보상법이란? 구금 혹은 형의 집행을 받은 자가 무죄를 받은 때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상속인도 청구할 수 있다. 구금 및 각 형의 종류에 대한 보상 기준에 대해서는 각각 자세한 규정이 있다. 보상을 받을 자가 동일한 이유로 다른 법률에 의한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에는 그 손해배상의 액수가 형사보상금의 액수보다 적을 때에 한해 그 손해배상액을 공제하고 보상금의 액수를 정한다. 단, 보상 청구는 무죄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1년 이내에 해야 한다. |
돈 받고 교제 거부하면 반환해야
결혼이 급한 노충각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티켓다방에서 일하는 나래지에게 청혼했다. 나래지는 노충각과 결혼을 조건으로 자신이 티켓다방에서 나올 수 있도록 ‘정산비용’을 대신 요구했다. 노충각은 선불금 명목으로 1천4백7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자 나래지는 다방을 그만두고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교제도 거부하자 화가 낸 노충각은 그녀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나래지는 노충각에게 1천3백9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나래지가 돈을 받고 동거나 교제를 거절하는 등 노충각과의 약속을 불이행했으니 돈을 반환할 책임이 있다”며 노충각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이 결혼을 조건으로 ‘티켓다방 정산비용’을 지급하기로 한 두 사람의 약정을 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이 같은 약정이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인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관련된 판례 ● 첩 계약은 무효이나 첩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비 등에 관한 약정은 유효. ● 간호사 채용시 근무기간 중 혼인하지 아니할 것을 약정하는 것은 무효. ●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매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유효. ● 아들이 부모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무효. ● 영업의 자유를 무기한으로 제한하는 것은 무효. ● 장래 부첩관계의 사전승인도 선량한 풍속에 위배됨으로 무효 (첩관계를 단절하면서 생활비, 첩 자녀의 교육비, 양육비 지급계약은 유효하며 부정행위의 용서를 대가로 한 양도행위는 반사회적 행위가 아님). |
미성년자에게 담배 팔아도 무죄?
노안목씨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한 슈퍼마켓에서 조숙양에게 담배 한 갑을 팔았다. 사실 조숙양은 학교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던 17세의 미성년자였다. 노안목은 검찰에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당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안목의 손을 들어줬다. 조숙양은 담배를 구입하던 당시 교복도 입지 않고 부츠를 신는 등 학생 신분으로 보기 어려운 옷차림과 화장까지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담배를 구입한 조숙양이 평일인데도 사복을 입고 한낮에 돌아다녔고 색조화장까지 한 상태였기 때문에 노안목이 그녀를 청소년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특히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노안목이 청소년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담배를 판매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미성년자란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어렵다면 청소년에게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 담배를 팔았더라도 판매원을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미니홈피 통한 과도한 애정표현, 유죄
상민폐는 2009년 3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네 번에 걸쳐 이새침에게 인터넷 미니홈피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애정을 고백해왔다. 두 사람은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료 사이였다. 이새침은 그의 일방적인 애정공세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상민폐가 보낸 메시지는 ‘님의 평생을 책임지고 싶습니다’, ‘제가 당신 집도 알아요. 오늘 버스 타고 오다가 밤중에 내려서 님 집에 갔다 왔어요’, ‘죽음까지 함께하기를’ 등 상식선을 넘은 내용들이었다. 이새침은 그를 신고했고 상민폐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로 기소당했다. 재판부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문언, 음향, 화상 혹은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며 상민폐에게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교사의 손바닥 체벌, 학생에 위자료 지급
선생님인 교사열은 지각과 결석을 반복하는 학생 전림보가 골칫거리였다. 아무리 훈계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나무 회초리를 들었다. 교사열은 전림보의 손바닥을 총 50차례나 때렸고 이로 인해 전림보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아이의 손바닥을 본 전림보의 어머니는 교사열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2천1백36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려 교사열이 전림보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2백54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반복적인 지각과 결석, 과제물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는 체벌은 교육상 불가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학생인 전림보를 훈계하기 위해 체벌을 가한 점과 피해 정도를 감안해 교사열의 책임을 90%로 제한해 지급액을 책정한 것이다. 현재 서울시 초·중·고교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체벌 금지 조항을 담은 새로운 교칙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체벌 금지 규정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 사례 내에 사람 이름이나 지명으로 쓰인 표기는 모두 해당 사건과 관계가 없습니다.
■정리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자료 제공 / 대법원 종합법률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