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이야기]당신도 원고? 세상을 뒤엎는 특별한 판결 이야기](http://img.khan.co.kr/lady/201107/20110711112253_1_laww.jpg)
[법 이야기]당신도 원고? 세상을 뒤엎는 특별한 판결 이야기
채김무와 안사라는 미성년 자녀를 두 명 둔 상태로 협의 이혼했다. 이혼 당시 남편 채김무가 자녀들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인인 안사라가 자녀들을 양육하고 대신 채김무에게 양육비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채김무가 약속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자 안사라는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과 함께 양육비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안사라의 청구를 받아들여 자녀 친권자 및 양육자를 안사라로 변경하고 채김무에게 밀린 양육비 2천3백50만원을 지급할 것과 함께 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자녀 1인당 월 25만원씩 장래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채김무는 장래 양육비 6개월분에 해당하는 3백만원만 지급하고 나머지를 지급하지 않았다. 안사라는 자녀에 대해 아무런 애정과 책임감을 보이지 않는 채김무가 괘씸했다. 이에 그녀는 전남편을 상대로 감치 재판을 신청했다. 법원은 양육비를 주라는 판결을 이행하지 않은 채김무에게 30일간 구치소 구금 결정을 내렸다.
※ 감치란? 감치는 일반적으로 법원조직법 제61조 제1항에 의거해 법정 등에서 질서를 어지럽힌 자에 대해 행하는 제재다. 금전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채무자가 재산 목록을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제출하지 않거나 출석 날짜에 나오지 않으면 법원은 20일 이내의 감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외에도 각종 법률에서 벌칙 사항으로 감치 명령을 규정할 수 있다. 과태료 납부를 거부하거나 사례처럼 자녀의 양육비를 세 번 이상 내지 않아도 감치를 명할 수 있다. ※ 양육비 미지급시 처벌? 가사소송법에 의하면 양육비 지급에 관한 이행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고, 정기적인 양육비 지급에 관한 이행 명령을 3회 이상 위반한 경우 30일 이하의 감치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원금 손실 고지하지 않은 펀드사, 배상하라
재택근(72)은 여윳돈으로 재테크를 고심하다 모 금융기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펀드매니저를 통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내용 등이 빠진 설명서를 받아보고,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한 채 6천8백만원을 선뜻 펀드에 투자했다. 그러다 가입한 펀드의 가치 하락으로 2천1백여 만원의 손실을 보게 되자 깜짝 놀라 금융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금융기관은 원고인 재택근에게 금융기관이 지연이자를 포함한 1천7백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재판부는 “금융기관이 펀드를 판매하면서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아 고객이 만기 상환금에 대해 오해하게 한 것은 고객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만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원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재택근도 위험성을 신중히 검토한 후 펀드에 투자했어야 하는데 이런 노력을 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 만큼 손해배상 책임을 손해액의 60%로 제한한다”라고 판시했다.
※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란? 금융기관이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위험, 손실가능성, 운용방법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행위를 말한다. 만일 불완전판매가 입증되면 소송을 거치지 않더라도 금융 당국의 분쟁 조정을 통해 금전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또 금융감독원을 통한 분쟁 조정의 한 사례에 의하면 자필 서명한 투자 계약서라 할지라도 투자 경험, 나이, 학력, 지식 등을 고려해 적합한 투자자에게 판매되지 않았다면 무리한 판매 행위로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이가 많거나 투자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이 펀드를 구매했을 경우, 적극적인 분쟁 조정 신청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랜드사 옵션 관광도 국내 여행사 책임
국내 굴지의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여행을 계약하고 허니문을 떠난 부부. 여행지 피지에서 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현지 업체의 설명을 듣고 옵션으로 정글 관광을 나섰다. 그런데 버스 운전사의 과실로 버스가 절벽 아래로 추락했고 부부는 모두 숨지고 말았다. 한국에 있는 부모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부모들은 여행 계약을 담당했던 국내 여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애끊는 부모들의 손을 들어줬고 여행사에 10억여 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획 여행업자는 여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목적지와 일정 등을 충분히 검토해 여행자의 위험을 미리 제거하거나 여행자에게 알려 위험을 감수할지 선택할지 기회를 주는 등 안전을 배려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랜드사’라고 불리는 현지 여행사와 관련된 불공정한 거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랜드사의 수익은 여행사가 아닌 여행객에게서 나오는 비상식적인 구조 때문이다. 현지 여행에서 어떤 상황이 일어나도 여행자는 여행을 계약한 국내 여행사의 약관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판결이다.
오랜 봉양, 상속도 더 받아야
69세 나효부는 남편 양자군과 함께 40년 동안 시부모를 모시며 살았다. 사실 남편은 양자로 입양된 아들이었다. 부부는 일곱 명의 친자식 대신 부모님을 모셔왔던 것이다. 시어머니는 치매를 앓다 95세에 세상을 떠나고 시아버지도 20년 가까이 투병 생활을 하다 100세에 눈을 감았다. 병 수발 역시 부부의 몫이었다. 그러나 부모가 세상을 뜨자, 형제들 간에 상속 문제가 불거졌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5억5천여 만원의 상속 재산을 남겼기 때문이다. 기존의 판례에서 보면 부모를 부양한 자녀에게는 5~10% 정도의 기여분만을 인정해왔다. 그러나 부부는 ‘양자임에도 극진히 모신 대가’를 주장했고 다른 형제들은 ‘친형제 가 아닌 양자의 상속권 주장’이 내심 못마땅했던 것이다. 법원은 양자군의 손을 들어줬다. “40년 동안 부모를 봉양한 양자군에게 상속 재산의 50%를 기여분으로 우선 인정하고 나머지 재산도 법정 비율에 따라 나누라”고 판결했다. 오랜 기간 치매와 중병을 앓은 부모를 봉양하고 모든 부담을 감당한 자녀의 노고를 법적으로 인정해준 판례다.
사진 무단 사용 기자, 무죄 판결
정기자는 모 인터넷 매체의 기자다. 그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손당구’의 달인이 사실은 경찰 지명수배자인 것을 알아내 취재한 후 소속 인터넷 매체의 홈페이지에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를 접한 허황당은 깜짝 놀랐다. 기사와 함께 게재된 자료 사진에서 손당구를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던 것. 허황당은 당장 명예훼손 혐의로 정기자를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서 “정기자가 기사 내용과 사진 속 인물이 무관하다는 점을 밝히지 않아 일반인들이 착각할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반인에게 생소한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사진을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해당 기사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정기자가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으며, 사진 속 인물의 시선이 아래쪽을 향하고 있어 지인을 제외한 일반인은 피해자의 얼굴을 인식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라고 덧붙였다.
* 사례 내에 사람 이름이나 지명으로 쓰인 표기는 모두 해당 사건과 관계가 없습니다.
■정리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자료 제공 / 대법원 종합법률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