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2막을 돕는 실버운동지도사

자신만의 일을 갖고자 하는 여성은 많다. 하지만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던 주부가 다시 사회로 진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 ‘주부’라서, ‘아줌마’라서, ‘엄마’라서 좀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레이디경향」은 매달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과 함께 이런 보석 같은 직업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이달에는 실버운동지도사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실버운동지도사란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5백42만5천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대비 11.3%를 차지했다. 5년 전에 비해 24.3%나 급증한 수치다. 노년인구를 유소년인구로 나눈 노령화지수는 해마다 큰 상승폭을 보이며 2010년 11월 기준으로 69.7을 기록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각종 노인복지제도를 법제화하고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고령화 이후 초고령화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기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령화가 가져올 사회문화적 변화를 자신의 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령화는 단지 나이 든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 전반에 미칠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우리 모두 중요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노년이 되어서도 더욱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밝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지원하는 활동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고령화사회를 대비해 생겨난 새로운 직종 중에서도 특히 노인들의 여가활동을 지원하는 실버운동지도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버운동지도사란 노인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올바른 운동법을 지원하며 건강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웃음 프로그램, 레크리에이션, 요가, 마사지, 댄스 등 다양한 활동을 접목해 노년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사회 참여의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실버운동지도사의 길
실버운동지도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관련 교육 훈련을 이수하고 필요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교육이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실버운동지도사&실버레크리에이션 강사 양성 과정을 찾았다. 각각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실시하는 수업에서는 노년의 특성에 맞는 올바른 운동법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실기 및 이론을 익히게 된다. 고령자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에 대한 이해와 고령자 교육시 유의할 사항 등을 먼저 배우고 나서 다양한 실기 수업이 이루어진다. 실버 트레이닝, 실버 요가, 실버 셀프 마사지, 호흡법, 실버 레크리에이션, 생활도구 댄스, 스피치와 웃음치료 등이 주요 교육 내용이다. 현재 실버운동지도사 및 실버레크리에이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문선미, 천선우, 한수진, 홍경미 강사가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수강생들의 연령대는 3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하며 최근 들어서는 젊은 층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대체로 주부들이 많았으며, 굳이 직업과 연결시키지 않더라도 자신의 부모님께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는 수강생들도 눈에 띄었다. 또, 현재 요양보호시설 등에서 어르신들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거나 앞으로 계획이 있어서 찾아온 이들도 많았다.

실버운동지도사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특히 신체적·정서적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치매, 고혈압, 당뇨, 관절 통증 및 노화로 인한 각종 질병에 대한 전문적 이해와 질환 해소를 돕는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은 필수다. 가급적 손을 많이 이용하게끔 하기 위한 수화 및 도구 활용 댄스나 관절 통증 완화를 위한 수련법의 일종인 아사나 호흡법 등이 그 예다. 나이가 들수록 유연성과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만큼, 이를 반영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참여하는 이들의 개인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조절해 실시하도록 한다.

또 노인들의 상당수가 정서적인 소외감이나 외로움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염두에 두고 활동을 진행해야 한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과 문제를 예방하고 어르신들이 좀 더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실버운동지도사의 몫이다.

현재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네 명의 강사는 좋은 실버운동지도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론부터 각종 실기까지 어느 부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현장에서는 각 개인별로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이끌어나가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안전 문제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능력이 떨어진데다 질병을 앓고 있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무리한 활동으로 다치거나 증세가 악화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한다.

실버운동지도사의 미래
어른에 대한 공경심과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버운동지도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실버운동지도사는 뛰어난 수업 진행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르신들을 존중하고 사람들을 포용하는 마음이 더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여기에 유쾌한 성격과 적극적인 자세가 더해진다면 더욱 유리하다.

실버운동지도사 자격을 취득한 뒤에는 노인복지관, 요양병원, 실버타운, 데이케어센터 등의 기관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이외에도 문화센터나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실시하는 강좌를 맡기도 한다. 사실 행복한 노후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지는 데 반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날이 갈수록 건강한 노년을 위한 사회적 시설과 프로그램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실기와 이론을 겸비한 실버운동지도사에 대한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실버운동지도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보람이 훨씬 더 크다고 한다. 작은 것에도 쉽게 기뻐하고 감사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볼 때, 마치 친부모님처럼 따뜻하게 챙겨주실 때, 같이 시간을 보내줘서 고맙다며 의지하실 때 무척 뿌듯하고 덩달아 행복한 마음이 든다고.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직업이기도 하다.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는… 서울시 마포구 용강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를 목표로 다양한 전문 직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실버운동지도사 과정은 평소 노인 건강과 여가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여성들에게 호응이 좋은 수업이다.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전한 여가문화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강생들의 만족도 또한 높은 편이다. 현재 실버운동지도사 양성 과정 외에도 매주 목요일 실버레크리에이션 강사 양성 과정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실버레크리에이션 강사 양성 과정은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레크리에이션, 웃음치료 등을 습득하는 프로그램으로 실버운동지도사 양성 과정과 함께 수료하면 더욱 다양하고 전문화된 레퍼토리를 갖출 수 있게 된다. 흔히 레크리에이션이라고 하면 흥미로운 게임 위주의 활동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실버레크리에이션은 밝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활동을 아우른다. 예를 들어 독서를 한다거나 화초를 가꾸는 취미활동,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옛날 사진을 보며 추억을 떠올려보고 연관된 대화를 나누는 활동 등 지속적으로 즐거운 생각을 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적인 행동으로 연결하게끔 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어르신들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에 맞는 율동, 체조, 댄스 또한 실버레크리에이션의 영역이다. 실버레크리에이션 강사 양성 과정에서는 MC 기법과 자세, 프로그램 작성법, 스피치와 멘트, 실버댄스 및 체조 과목, 웃음치료 등을 중심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과정 수료 후에는 웃음치료 1, 2급과 실버레크리에이션 1, 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다른 기관과 달리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는 실버운동지도사와 실버레크리에이션 강사 과정을 동시에 운영하기 때문에 강사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종합 프로그램을 습득할 수 있어 더욱 유용하다. 운동요법, 레크리에이션 게임요법, 댄스요법, 웃음요법의 교육이 모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문의 02-719-6307~8 홈페이지 http://jungbu.seoulwomen.or.kr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