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바람피운 여인도 위자료 지급하라
![[법 이야기]당신도 원고? 세상을 뒤엎는 특별한 판결 이야기](http://img.khan.co.kr/lady/201108/20110810142955_1_law_st.jpg)
[법 이야기]당신도 원고? 세상을 뒤엎는 특별한 판결 이야기
경찰은 여상간의 집에서 남편의 속옷과 와이셔츠, 양말, 칫솔을 증거로 확보했다. 아내 조지처는 남편 전바람을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지급 소송을 냈다. 함께 바람을 피운 여상간에게도 위자료 지급 소송을 냈다. 조지처는 소송 진행 중 남편과는 ‘위자료 및 재산 분할로 2천만원과 단란주점 운영권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하고 협의이혼을 하는 것’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여상간과의 위자료 지급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법정까지 가게 됐다. 법원은 조지처의 손을 들어줬다. ‘전바람과 여상간의 부정행위로 인해 두 사람의 혼인관계가 파탄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여상간은 조지처에게 위자료 1천3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여상간은 단란주점에서 받지 못한 임금 1천2백50만원으로 위자료 지급을 대체하겠다고 밝혔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녀의 부양을 받지 못한 부모, 복지서비스 받는다
노처량(68)은 하루하루 폐지를 모아 근근이 생활하는 독거노인이다. 하나뿐인 아들은 부양은커녕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살길이 막막했던 노처량은 구청에 사회복지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러나 구청은 사회복지서비스 부적합 결정을 내렸다. 노처량의 부양 의무자인 장남의 가족이 재산 5천여만원을 보유한데다 가구 총소득이 7백만원을 넘었기 때문에 부양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노처량은 구청장을 상대로 ‘사회복지서비스 및 급여 부적합 결정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부양 의무자인 원고의 장남이 경제적인 문제로 부모와 연락 및 왕래, 경제적 지원을 끊는 등 부양을 거부 혹은 기피하는 점이 인정되는 만큼 원고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 정해진 부양 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돼 사회복지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라고 판결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기준 부양 의무자가 없거나 부양 의무자가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로서, 소득 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자이다(법 제5조). 부양 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 - 부양 의무자가 병역법에 의해 징집·소집되거나 해외 이주, 교도소·구치소·보호감호시설 등에 수용 혹은 행방불명되어 부양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부양 의무자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 - 가족 관계 단절 등을 이유로 부양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에도 인정 가능하다. |
남친 이메일 훔쳐본 여교사, 벌금형
흑심남은 결혼 20일을 앞두고 교사인 여자친구 차도도에게 파혼을 당했다. 차도도가 해킹을 통해 흑심남의 이메일로 온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봤고 내역에는 유흥주점과 여관 등에서 결제한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차도도는 결혼을 앞두고도 몰래 뒤에서 유흥을 즐긴 흑심남을 용서할 수 없었다. 함께 내용을 본 차도도의 어머니 역시 딸에게 파혼을 종용했다. 파혼 통보에 화가 난 흑심남은 이메일 해킹 사실을 사법 당국에 알렸고, 여자친구와 어머니를 결국 법정에 세웠다. 법원은 ‘차도도와 어머니는 이틀간 흑심남의 이메일을 열람하는 등 정보통신망을 침해했다’라며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 보관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 도용 혹은 누설해서는 안 된다’라고 흑심남의 손을 들어줬다. 남자친구의 이메일을 상습적으로 훔쳐본 혐의로 기소된 차도도에게 벌금 50만원을, 이를 함께 본 차도도의 어머니에게는 같은 혐의로 벌금 15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성폭행 혐의 교수, 해임 징계 정당
명문 S대 재직 중인 변교수(50)는 청소년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함께 술을 마신 19세 소녀가 취하자 성폭행했다는 혐의다.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은 변교수는 곧바로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무려 세 개의 강의를 맡고 있으면서 28일간 해외여행을 신청한 것이다. 또 ‘한 업체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취임하기 위해서’라며 휴직을 신청하기도 했다. 경찰에서 수사 사실을 통보받은 학교 측은 즉시 귀국을 요청하고 휴직 신청을 반려했다. 하지만 겁을 먹은 변교수는 귀국하지 않았고 그가 맡았던 강의 중 두 개는 다른 교수에게 넘어가고, 한 과목은 폐강됐다. 대학교는 결국 ‘성실·복종 의무, 직장 이탈 금지, 품위 유지의 의무 등을 위반했다’라며 변교수를 해임했다.
변교수는 요리조리 법망을 피하다 귀국했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더니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는 행정법원을 상대로 ‘성폭력 무혐의를 받았으니 대학의 해임을 철회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학문적 진리를 탐구하며 학생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는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진실성·도덕성·윤리성이 요구됨에도 박씨는 수사를 회피하려고 무단으로 직장을 이탈해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지도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라며 ‘수사를 회피하고 국외로 도피한 행위만으로도 교수의 품위와 명예를 크게 손상시키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이 인정된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교원 파면·해임 중징계 사유 최근 교원 파면이나 해임 관련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교육공무원 징계령과 규칙상 파면·해임·정직은 중징계에, 감봉·견책은 경징계에 해당한다. 최근 3년간 파면(35건) 사유는 금품수수가 1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성범죄(성희롱·성추행·성폭력) 9건, 학업성취도 방해·복종의무 위반 각 4건, 선거법 위반 1건 등이다. 해임(82건) 사유는 성범죄(24건)의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금품수수(11건), 집단행위 제한의무 위반(9건), 품위유지의무 위반(5건), 체벌·음주운전(각 4건) 등으로 조사됐다. |
추어탕 비법 가로채, 집행유예 2년
김봉이는 전국 1백여 개 체인점이 있는 모 추어탕집에 식재료를 납품해왔다. 언제나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은 식당을 보며 음식을 만드는 비결이 궁금했다. 김봉이는 식당의 한 직원을 매수해 추어탕의 재료 배합 기술과 조리법 등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김봉이는 대박을 꿈꾸며 유사 추어탕 가맹점 운영을 시작했다. 맛의 비법을 알 아내 만든 추어탕은 곧 대박이 났고 월 1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원천 기술(?)을 빼앗긴 추어탕집 대표는 김봉이를 추어탕 제조 비밀을 빼내 영업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김봉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추어탕의 제공 성분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배합 비율과 조리법을 모르면 누구나 맛을 낼 수는 없다’라고 판시했다. 김봉이는 추어탕의 제조법이 이미 알려진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체인점 이외에는 알 수 없는 점과 소스 배합실을 통제구역으로 지정해 생산직 일부 직원만이 출입할 수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볼 때 제조법이 알려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결을 내렸다. 또 ‘비밀 관리 부분에서도 중요한 서약서는 없지만 증언이나 수첩 기재 내용 등과 통제구역실 내 CCTV 설치로 추어탕집이 비밀 관리를 위해 노력한 점이 인정된다’라고 설명했다.
* 사례 내에 사람 이름이나 지명으로 쓰인 표기는 모두 해당 사건과 관계가 없습니다.
* 법 이야기 시리즈는 이달을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정리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자료 제공 / 대법원 종합법률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