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8개 구단, 8개의 이야기
지난 시즌, 팀별로 133경기씩을 치르는 대장정 속에서 8개 팀은 위기와 기회를 오가며 그라운드 위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각각 써내려갔다. 어느 해설가가 남긴 명언처럼 끝까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명승부가 펼쳐졌고, 팬들은 이를 지켜보며 울고 웃을 수 있었다.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많은 변화를 안고 시작하는 2012 프로야구. 야심 찬 각오로 시즌을 시작한 8개 팀의 면면을 살펴본다.
지난 시즌을 제패한 삼성은 올해도 많은 전문가들이 우승 1순위 팀으로 꼽는 팀이다. 야수와 투수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두루 발휘하고 있고, 또 앞으로 더 잘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류중일 감독은 차분한 카리스마로 올 시즌에서도 여전히 ‘맏형’ 같은 태도로 팀을 꾸려갈 예정이다. 돌아온 ‘국민 타자’ 이승엽이 중심 타선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주고 최형우가 올해도 홈런을 뻥뻥 치며 이승엽과 경쟁해준다면 최고의 결과가 나올 듯하다. 지난 시즌 삼성 우승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던 마무리 오승환이 건재하고 차우찬, 정인욱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 팀의 미래가 밝다. 톱타자, 4번 타자, 마무리 투수, 포수 등이 확실히 건재한 현재 최고 전력의 팀이다.
새로운 색깔을 입다, SK 와이번스
전임 감독과 신임 감독의 색깔 차이가 뚜렷한 탓에 어떻게 보면 현재 가장 큰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고도 볼 수 있는 팀이다. 선수들이 ‘이만수식 야구’에 얼마나 잘 적응하며 제 기량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깊게 드리워져 있는 김성근 감독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이만수 감독은 김성근 감독이 만들어놓은 ‘지키는 야구’ 위에 호쾌한 자신의 스타일을 효과적으로 덧입혀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필승 계투진 정대현과 이승호가 빠져나간 공백을 메워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LG로부터 영입해온 조인성의 타격이 얼마나 잘 들어맞을지, 포수들 간의 정리는 어떻게 할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 팀의 에이스인 김광현과 송은범이 복귀할 때까지 선발진을 꾸리는 일도 시급하다. 꽤 오랫동안 고민해온 4번 타자의 부재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2009년 KIA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로페즈가 SK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볼 만하다.
최고의 자리를 노리는 갈매기,
롯데 자이언츠
한때의 지독한 부진은 이제 완전한 옛이야기가 됐다.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폭발하는 타선과 투수들의 탄탄한 경기력으로 기적처럼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마침내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도 여전히 안정적인 기량을 갖춘 막강한 팀이다. 다만 장원준의 입대로 선발진의 안정성이 무너졌으며 팀을 대표하던 타자 이대호가 빠진 데 대한 부담감이 크다. 다행히 새로운 4번 타자 홍성흔과 조성환 등이 제 몫을 다해주고 있고 새 외국인 투수 셰인 유먼도 좋은 경기를 펼치고 있다. 김주찬, 전준우, 손아섭의 수비 호흡과 공격력도 좋은 편이다. FA로 영입한 정대현과 이승호가 하루 빨리 컨디션을 회복해 성공적으로 복귀하길 기대해본다.
‘타이거즈 정신’ 회복의 해,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 부임과 발맞춰 본격적으로 ‘타이거즈’ 정신 회복에 나섰다. 현역 시절 한국시리즈 불패 신화를 이끈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가 지휘를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큰 변화가 생겼을 것. 따라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투수 출신에다 재능 있는 투수를 잘 키워내는 것으로 알려진 선동열 감독이 어떻게 투수를 육성하고 활용할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 시즌 불펜진이 부진하면서 경기를 힘들게 운영하는 일이 많았는데, 의외의 투수들이 급성장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듯. 뛰어난 ‘커트’를 자랑했던 이용규와 2루수 안치홍이 테이블세터로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김진우와 한기주가 부활할 수 있을지 등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연이은 악재를 털어내고 ‘뚝심 야구’로, 두산 베어스
두산에 있어 2011년은 최악의 시즌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 해였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던 초반과 달리 4월부터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입어 전력 손실이 생기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여기에 주전 마무리 투수 임태훈이 스캔들에 휘말리며 흔들렸고 김경문 감독이 시즌 중반 전격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두산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김진욱 감독이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 김현수, 김동주, 최준석 등 중심 타선이 안정감을 회복하고 이종욱, 오재원이 기동력을 되찾는 등의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2010년의 막강한 타선을 재현하는 것이 급선무. 선발로서 김선우와 니퍼트 외에도 임태훈과 이용찬이 얼마나 경기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추락의 사슬을 끊고 이제는 날아오르자, LG 트윈스
지난 시즌 천당과 지옥을 차례로 맛봤을 LG는 연이은 실망스러운 경기에 분노한 팬들이 선수단 버스를 막아서서 일명 ‘LG청문회’까지 여는 사태를 겪어야 했다. 그리고 FA를 거치며 주전 선수들이 우르르 떠났고, 경기 조작 사건에 휘말려 주전 선수 두 명이 빠졌다. 팀 전체가 휘청거릴 만한 상황. 올 시즌 어떤 선수들로 전력을 구성할지부터가 당면한 과제다. 전력의 재구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임찬규, 임정우 등 신인급 투수들을 비롯해 투수들이 에이스의 공백을 메워야 하고 조인성을 넘어설 포수도 길러내야 한다. 주장 이병규, 이진영, 정성훈, 오지환 등이 팀의 분위기를 쇄신해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칠 수 있길 기대한다.
지난 시즌 초반에는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던 한화 이글스는 후반부로 갈수록 달라진 선수단 분위기를 반영하듯 좋은 경기를 펼치며 시즌 막판까지 다른 팀들을 위협했다. 공동 6위,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올 시즌 분명 기대를 걸어볼 만한 희망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올린 셈. 올해는 슈퍼스타 박찬호와 김태균, 그리고 송신영까지 영입하며 가장 변화가 기대되는 팀으로 거듭났다. 에이스 류현진과 두 자릿수 승수를 노리는 양훈, 안승민, 김혁민이 좋은 피칭을 보여주고 박찬호와 김태균이 기대만큼 제자리를 잡는다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성호 등 중심 타자들의 폭발력이 필요한 때. 과연 올해는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가을 잔치를 꿈꾸는,
넥센 히어로즈
늘 우수한 선수들을 팔기만 하며 팬들을 실망시켰던 넥센 히어로즈 구단이 대대적인 투자를 하며 김병현과 이택근을 영입했다. 그나마 세대교체의 희망을 발견한 만큼, 이 투자가 올해 넥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김병현이 성공적으로 재기한다면 팀 전체에서도 최고의 구원투수를 얻어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다. 박병호가 감을 잡고 홈런 레이스를 시작하거나 이택근이 허리 부상을 완벽히 극복하고 제자리를 찾는다면 넥센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art 2 올해의 관전 포인트&주목할 만한 선수
오늘도 야구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수많은 비유와 드라마가 넘쳐나는 야구장을 찾는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는 어떤 선수가 멋진 모습을 보여줄지, 그리고 매회 얼마나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700만 관중 돌파를 염원하며 야심차게 달리고 있는 2012 프로야구. 쉽게 순위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8개 팀의 전력 평준화가 이루어진 가운데, 올 시즌 야구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 핵심 요소들을 짚어보기로 하자.
2012 프로야구의 최대 이슈는 ‘별들의 귀환’이라고 일컬어지는 해외파들의 복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평정하며 ‘코리안 돌풍’을 일으켰던 박찬호(한화)와 김병현(넥센)이 드디어 국내 무대에 데뷔했고, 홈런왕이자 국민 타자로 불리던 이승엽(삼성)과 거포 김태균(한화)이 일본에서 돌아와 친정팀에 컴백했다. 야구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에서 큰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인 만큼 국내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첫 출전했던 청주구장 시범 경기는 7,500석이 순식간에 매진되며 시범 경기 첫 만원 관중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과연 이들의 합류가 국내 프로야구 판도를 어떻게 바꾸어놓을지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뜨거운 홈런 경쟁
최근 몇 년간 투고타저의 양상을 보였던 한국 프로야구. 투수들의 방어율이 떨어지면서 리그 전체 홈런 수도 2년간 220개나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는 시원하게 터지는 홈런을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2003년 야구장은 홈런볼을 잡기 위한 잠자리채가 가득하게 만들었던 이승엽이 돌아왔다.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세 시즌 동안 홈런 71개를 때렸던 김태균도 가세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이대호를 제치고 홈런왕을 차지했던 최형우(삼성)와 최근 부상에서 벗어난 김상현(기아)도 막강한 홈런 레이스 경쟁자다. 시즌 개막 이후 한 달 정도가 지난 현재 순조롭게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강정호(넥센), 최희섭(기아), 박병호(넥센), 안치용(SK), 홍성흔(롯데)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올 시즌 각 팀의 사령탑은 대부분 ‘초보’ 감독들이 맡고 있다. 올해부터 지휘봉을 잡게 된 LG 김기태, 두산 김진욱, SK 이만수 감독이 있고 삼성 류중일과 롯데 양승호 감독도 두 번째 시즌을 운영 중이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올 시즌 3년째를 맞이했고 넥센 김시진 감독은 5년 차다. KIA 선동열 감독이 올해 7년차로, 그나마 가장 감독 경험이 많다.
결국 감독으로서의 연륜이 그다지 쌓이지 않은 초보 감독들이 어떤 전술과 선수 기용으로 게임을 꾸려나갈지가 올 시즌 또 다른 중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초보 감독들은 경험이 부족한 것 외에도 아무래도 당장의 승리가 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즌 초반 ‘이기는’ 경기를 만들고자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컷패스트볼’의 유행 예감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유행 구종’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직구와 같이 날아오다 마지막 순간에 떨어지는 체인지업, 빠르게 날아오다 타자 앞에서 급격하게 내려앉는 싱커에 이어 올 시즌에는 새로운 구종이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로 싱커와 반대 궤적을 갖는 ‘컷패스트볼’로, 기본적으로는 직구지만 마지막 순간에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짧고 빠르게 꺾여 나가는 공이다. 왼손 타자가 많은 현재 리그 상황에서는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과 왼손 타자의 몸 쪽을 향하는 컷패스트볼이 유리할 수 있다. 특히 올 시즌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수 박찬호가 이 공을 주무기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컷패스트볼의 유행을 예측해볼 수 있다.
●사상 최대 FA 대이동에 따른 지각변동
2011 시즌 종료 이후 프로야구 FA 시장에는 역대 유례없는 대이동이 있었다. 스토브리그 사상 가장 많은 17명이 FA에 나오면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 7명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자신들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FA 선수들을 영입한 각 팀들은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와 뜻밖의 부진에 빠진 선수 사이에서 웃고 우는 중이다. 팀을 옮긴 이들이 새로운 팀에서 얼마나 잘 녹아들면서 활약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큰 재미가 될 듯하다.
●눈에 띄는 ‘뉴페이스’들의 활약
신인지명회의 결과 94명의 새내기 선수가 프로 선수로 첫발을 내딛었다. 이들 중 누가 깜짝 놀랄 만큼의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하주석(한화)과 한현희(넥센)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이영민타격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혔던 하주석은 ‘2012 신인지명회의’에서도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체격 조건이 좋고 빠른 발과 강한 어깨 등 야구선수로서 필요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신인상 후보인 한현희는 어떠한 순간에도 기죽지 않는 두둑한 배짱과 긍정적인 성격으로 팀 내에서는 물론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시즌 개막전에서 뛰어난 구위를 과시하며 팀의 첫 승리를 견인하기도 했다. 귀여운 얼굴과 말투로 벌써부터 팬을 모으고 있는 선수다.
Part 3 야구장 나들이 100배 즐기는 법
집에서 고화질로 찬찬히 TV 중계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야구 관람의 가장 큰 묘미는 야구장 응원이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사람도 야구장에서 직접 선수들의 움직임을 쫓으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팀의 이름을 연호하다 보면 어느새 야구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된다. 야구 중계를 시청하는 것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한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한 손에는 맥주, 다른 한 손에는 치킨을 들고서 소리를 높여 신나게 응원가를 부르다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도 시원하게 풀 수 있다. 일단 야구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야구장에 대한 정보와 함께 몇 가지 준비를 해둬야 한다. 제대로 준비만 한다면, 야구장에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구단별 홈구장 특성 꿰뚫어 예매하기
●경기 관람의 꽃, 응원가 열창
오늘 처음 만난 사람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노래 부를 수 있는 곳이 바로 야구장이다. 경기장을 찾기 전, 야구 룰은 잘 몰라도 구단 응원가만큼은 반드시 숙지하고 가야 하는 이유다. 부산 사직야구장이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란 말을 듣는 게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에 선수별 응원가 또한 예습해보고 가는 것이 좋다. 선수 응원가는 대체로 잘 알려진 유행가를 개사해 쉽고 강렬하게 만든 것들이다. 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경기장에서 쓰이는 응원가 음악 파일이 있기 때문에 몇 번 듣고 연습해두면 현장에서 훨씬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하나 필요한 것은 팀별 응원 도구를 챙기는 것이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것은 바로 막대 풍선.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다 소리가 커서 응원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두산은 보편적인 막대 풍선 외에도 마스코트인 곰돌이 모양의 풍선과 유니폼처럼 생긴 풍선 등 다양한 종류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롯데의 응원 도구는 쓰레기봉투와 신문지다. 7회쯤 되면 응원단이 관람객들에게 주황색 쓰레기봉투를 나눠주는데 바람으로 부풀려 끝부분을 묶어 귀에 걸고 머리에 쓰면 주황색 물결에 동참할 수 있다.
● 경기 관람도 식후경, 야구장 명물 음식
경기 내내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응원하다 보면 어느덧 배가 출출해지게 마련. 야구장 나들이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먹는 맛있는 간식이 아닐까. 오직 이 먹는 재미 때문에 야구장을 찾는 이들도 있을 정도. 예전에는 오징어, 컵라면 정도가 야구장 간식의 전부였다고 하면 최근에는 부동의 1위 ‘치맥(치킨과 맥주)’부터 각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어 골라 먹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먹는 ‘치맥’은 그야말로 맛의 ‘진리’다. 8개 야구장 어디를 가도 단연 가장 잘 팔리는 야구장 간식계의 ‘스테디셀러’에 해당한다. 대구구장의 경우 하루 300마리 이상은 너끈히 팔린다고. 이곳의 명물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은 타 지역 팬들이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다. 잠실야구장에서 만날 수 있는 ‘생맥주 청년’은 생맥주 통을 등에 메고 관람석 곳곳을 누비며 컵에 거품이 풍부한 맥주를 따라준다.
원정팀 팬들이 가장 부러워한다는 문학구장의 ‘바비큐 존’은 야구 경기를 보면서 직접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한 국내 유일의 시설이다. 4인석부터 8인석까지 5종류의 좌석이 준비되어 있는데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사직구장에서는 문학구장처럼 좌석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는 없지만, 배달해주는 삼겹살 세트를 맛볼 수 있다.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에 깻잎과 상추, 오이, 당근, 마늘, 고추 등이 담겨 있는데, 도시락 밑에 핫팩을 깔아 고기가 식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바다의 도시답게 회를 떠 와 경기장 안에서 먹는 팬들도 있다.
광주구장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쫄깃한 족발에 술 한 잔을 곁들여줘야 한다. 1·3루 쪽으로 열려 있는 매점에서 판매하는 가락국수가 특징인 한밭구장에서는 따끈한 국물 맛에 반해 경기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 지역 치킨 브랜드의 위세가 맹렬한 대구구장은 친근한 이미지의 치킨을 먹는 이들이 대부분이며 대구의 명물 납작만두도 꼭 한 번 맛봐야 할 음식이다. 목동구장은 경기장 바로 옆에 마트가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단한 간식을 사서 경기장에서 먹는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목동구장만의 먹을거리는 경기장 내에서 판매하는 즉석 자장면. 한 그릇 후루룩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해져 더욱 열정적으로 응원에 매진할 수 있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박동민,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이용균(경향신문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