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빛이 되는 안내견들과 더불어 사는 법

세상의 빛이 되는 안내견들과 더불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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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수 정재형이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축복이’라는 이름의 예비 안내견을 돌보는 모습을 공개해 시청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안내견은 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렇게 되기까지는 안내견 학교에서의 훈련은 물론 미리 일반인들과 함께 생활해보는 과정이 반드시 거쳐야 한다. 듬직한 외모와 남다른 충성심으로 시각장애인들의 두 눈이 되어주는 안내견들의 따뜻한 이웃이 되어보자.

천성과 기질을 갖춘 든든한 동반자
세상의 빛이 되는 안내견들과 더불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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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이란 시각장애인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장애인 보조견이다. 장애물을 피해 안전한 길로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기본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일반인들처럼 당당하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간혹 안내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시민들은 지하철, 버스, 식당가 등의 공공장소에 큰 개가 출입했다는 이유만으로 따가운 시선을 보내거나 심지어 무섭게 폭행을 가하기도 해 안내견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현실이다. 국내에서는 삼성화재에서 후원하고 삼성에버랜드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유일하게 안내견을 양성하는 곳이다.

한 마리의 강아지가 안내견으로 훌륭히 성장하기까지는 체계적인 훈련뿐만 아니라 태어나기에 앞서 안내견에 적합한 견종, 종견과 모견의 상태까지 미리 꼼꼼하게 따진다.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안내견의 90%는 레트리버종이다. 기질과 품성, 사람과의 친화력, 건강 상태 등 여러 면에서 안내견으로 활동하기에 탁월한 자질을 갖춘 레트리버종은 친근한 외모에 적당한 힘을 지녔고, 선천적으로 사람을 잘 따르며, 사납지 않은데다 침착하고 인내심도 강하기 때문에 어떤 훈련에든 잘 적응한다.

모든 레트리버가 안내견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우수한 종견(번식이나 품종 개량을 위해 기르는 수컷)과 모견(어미 개)을 선발한 뒤 안내견 후보 강아지들이 태어나면 각종 훈련과 테스트를 통해 안내견에 적합한 개를 찾는다. 특히 안내견처럼 특수한 일을 하는 개를 길러야 할 경우에는 우선 종견과 모견의 평소 건강 상태, 특이성 유전 질환의 유무 등을 검사하고 안내견이 꼭 갖춰야 할 또 다른 조건들인 주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나 훈련 습득 능력, 타고난 성격 등 여러 방면의 평가를 거쳐서 까다롭게 선발한다. 건강한 안내견을 낳아 번식하는 중요한 역할과 스스로 안내견으로 활동해도 손색없을 만큼의 자질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건강하고 온순한 성격을 가진데다 혈통도 검증된 종견과 모견의 교배를 통해 안내견 학교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예비 안내견들이 태어난다. 때로는 인공수정을 거치기도 하는데, 한 배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에게는 같은 초성으로 시작하는 이름이 붙는다.

일반인이라도 가능한 안내견과의 동고동락
태어난 지 7주가 지나면 예비 안내견들은 1년간 일반 가정에 맡겨져 살게 된다. 낯선 환경과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고 사람과 친해지기 등 안내견이 되기 위해 가져야 할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서다. 이러한 과정을 ‘퍼피워킹’이라고 하는데, 이 기간 동안 강아지들을 맡아 기르는 ‘퍼피워커’들은 보수 없이 일하는 자원봉사자다.

안내견 양성을 목적으로 태어난 예비 안내견들은 태어나자마자 2년여 동안 다양한 훈련과 테스트를 거쳐 안내견으로 발탁된다.

안내견 양성을 목적으로 태어난 예비 안내견들은 태어나자마자 2년여 동안 다양한 훈련과 테스트를 거쳐 안내견으로 발탁된다.

강아지들은 태어난 지 1년 정도 되면 사람 나이로 약 스무 살에 해당하는데, 예비 안내견들은 바로 이 기간 동안 퍼피워킹을 거친다. 기본적으로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생활이 봄에 밴 듯 익숙해져야만 안내견으로서의 몫을 잘해낼 수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기 전 미리 사람들 틈에서 사회화 훈련을 받는 것이다. 특히 퍼피워킹을 거치는 기간은 예비 안내견들이 성견으로 성장하면서 견성이 완성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므로 세심한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 퍼피워킹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훗날 안내견으로서의 합격 당락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퍼피워킹에서 꼭 챙겨야 하는 것은 배변 훈련과 급식 훈련인데, 단순히 개를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많은 사랑을 베풀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퍼피워킹을 신청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개를 무척 좋아하는 성향을 지니는데, 때론 자주 간식을 주거나 정해진 양보다 넘치도록 사료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예비 안내견의 체중이 불어나서 건강에 좋지 않고, 나중에 시각장애인들을 안내할 때 안내견이 자신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칫 위험한 순간에 직면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의 사료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퍼피워킹은 단순히 반려견을 잠시 돌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두 눈이 되어줄 안내견을 키워내는 일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안내견들은 외로움을 먼저 배워서도 안 된다. 퍼피워킹은 예비 안내견들이 사람과 함께 살면서 예의범절을 배우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퍼피워킹을 신청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매일 누군가 집에 상주하고 있어야 한다. 예방접종을 포함한 모든 병원 진료비 및 사료, 개껌, 개집 등의 사육용품은 안내견 학교에서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퍼피워커들은 돈이 들지 않는다. 또 훈련사들이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사회화 훈련과 사육 관리 등을 돕고, 종견이나 모견으로 활동하지 않을 예비 안내견들은 이 시기에 중성화 수술을 받는다.

10년간 안내견으로 활약하고 은퇴하기까지
퍼피워킹이 끝나면 안내견으로서 적합한 능력을 지녔는지 테스트하는 종합 평가가 치러진다. 여기에 합격한 개들은 안내견이 되기 위한 본격적인 훈련을 받는다. 안내견 학교뿐만 아니라 일반 도로, 상가, 버스나 지하철 등 실제 안내견이 활동해야 하는 장소와 다양한 환경 속에서 6~8개월 동안 훈련이 진행된다. 배변이나 식사 등 기본적인 것은 물론이고 복종 훈련, 지적 불복종 훈련(주인의 명령과 상관없이 안전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하는 훈련), 다양한 장소에서의 보행 및 교통수단 훈련까지 꽤 만만치 않은 관문들이 기다리고 있다. 안내견의 전체 양성 기간은 2년 정도 걸리는데 그마저도 합격률이 30%에 그친다. 훈련 중 안내견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은 개들은 일반 가정에 반려견으로 분양된다. 때로는 안내견이 되는 개가 한 마리도 나오지 않기도 한다.

세상의 빛이 되는 안내견들과 더불어 사는 법

세상의 빛이 되는 안내견들과 더불어 사는 법

모든 테스트를 통과해 안내견으로 합격하면 안내견 분양을 원하는 시각장애인과 연결을 해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분양은 무상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 또한 쉽지 않은데, 사용자인 시각장애인의 성격과 직업, 걷는 속도나 보폭, 건강 상태와 생활환경 등을 고려해서 가장 적합한 안내견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을 ‘매칭’이라고 한다. 매칭을 잘하려면 각 안내견의 특징을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안내견의 사용자가 될 시각장애인과도 여러 번의 인터뷰를 거쳐 상세한 정보를 얻는다. 안내견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고 성공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잘 맞는 주인을 만나야 하므로 이 매칭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칭 이후에는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이 4주 동안 함께 교육을 받는다. 2주는 안내견 학교에 마련된 숙소에서 지내면서 안내견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기초 교육을 받고, 나머지 2주 동안은 예비 사용자가 사는 곳과 자주 보행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장 교육이 이뤄진다. 이 기간 동안 안내견과 예비 사용자는 좀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서로 신뢰를 쌓아가게 된다.

안내견이 분양되고 난 후에도 훈련사들은 정기적으로 안내견과 함께 생활하는 시각장애인의 가정을 방문해 함께 보행하는 데 별 이상은 없는지, 안내견의 건강은 어떤지 세밀하게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해나간다. 정기적인 사후 관리는 매년 두 차례 행해지고, 필요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관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안내견은 평균 10년 이상 활동하고 나면 은퇴를 한다. 고령의 나이에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은퇴한 안내견들은 일반인들의 신청에 따라 각 가정으로 분양되거나 주인을 찾지 못한 경우 안내견 학교로 돌아와 여생을 보낸다.

한 마리의 강아지가 태어나자마자 예비 안내견으로 선택받아 2년의 양성 과정을 거친 뒤 안내견이 되기까지, 그리고 그 후 10여 년 동안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 곁에서 세상의 빛이 되어주기까지는 안내견 학교 가족들과 시각장애인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 안내견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넓어지고 따뜻해질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그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보자.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안내견 학교를 통해 퍼피워킹을 신청한다. 황현정 KBS 전 아나운서도 안내견에 남다른 애정을 쏟으며 퍼피워커로 활동 중이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안내견 학교를 통해 퍼피워킹을 신청한다. 황현정 KBS 전 아나운서도 안내견에 남다른 애정을 쏟으며 퍼피워커로 활동 중이다.


안내견을 만난다면 꼭 이렇게 해주세요!
늠름한 모습으로 시각장애인의 곁을 지키는 안내견을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혹시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될 때도 있다. 하지만 다른 개들을 만날 때처럼 예뻐한다거나 함부로 쓰다듬어서는 안 된다. 안내견에 대한 에티켓을 알아두자.

★ 예뻐도 쓰다듬거나 만지면 안 돼요
안내견이 아무리 예뻐도 만지거나 자극해서는 안 된다. 주의가 산만해지면 안전하게 시각장애인을 안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내견은 목줄을 통해 주인의 기분이나 생각을 느끼게 된다. 특히 시각장애인은 자신과 안내견을 연결해주는 손잡이 형태의 도구인 ‘하니스’로 안내견의 상태나 도로 상황 등을 확인한다. 다른 사람이 하니스를 만지게 되면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이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

★ 먹을 것을 주지 마세요
안내견이 기특하다고 해서 먹을 것을 주어서는 안 된다. 무분별하게 음식물을 주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사이의 신뢰 관계가 흐트러지고 안내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또 음식에 대한 유혹 때문에 안내견의 주의가 산만해져서 시각장애인이 위험해질 수 있다.

★ 이름을 부르지 마세요
안내견은 주인인 시각장애인이 편안하게 활동하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주의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안내견의 이름을 자꾸 부르거나 말을 걸고 휘파람을 부는 등 자극을 주면 주의가 산만해져서 시각장애인이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 허락 없이 사진을 찍지 마세요
주인의 허락 없이 사진을 찍는 것도 안내견의 주의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의 곁을 지키며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안내견은 세상을 밝히는 또 하나의 등불이다.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자.

시각장애인들의 곁을 지키며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안내견은 세상을 밝히는 또 하나의 등불이다.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자.


안내견들이 여러분의 자원봉사 신청을 기다립니다!


★퍼피워킹
퍼피워킹은 생후 7주 된 안내견 후보 강아지를 가정에서 1년간 돌보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사람과 함께 지내는 에티켓과 백화점이나 지하철 등 다양한 장소에서의 경험을 제공한다.

자격 요건
- 강아지를 주로 돌볼 사람이 가정 내에 항상 상주해야 하고 실내 사육이 가능해야 한다.
- 미취학 자녀를 둔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는 신청할 수 없다.
- 이미 두 마리 이상의 반려견을 키우는 경우에는 퍼피워킹이 불가능하다.
- 사후 관리가 가능한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

지원 사항
- 사료, 용품, 진료비 등 사육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비용을 지원하고, 훈련사가 월 1회 가정을 방문해 사후 관리를 실시한다.

★은퇴견 홈 케어
시각장애인을 도우며 동반자로서 활동한 안내견이 은퇴한 후 자원봉사자 가족의 일원으로 여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격 요건
- 실내 사육을 원칙으로 반려견처럼 아껴주며 안전하게 사육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
- 주기적인 산책과 함께 건강과 생활하는 데 이상은 없는지 안내견 학교와 수시로 연락이 가능해야 한다.

지원 사항
- 건강관리에 필요한 진료비와 연 1회 이상의 건강검진을 제공한다.

★견사 자원봉사
안내견 학교에 주 1회 이상 꾸준히 방문해 견사 관리와 사육을 돕는다.

자격 요건
- 만 19세 이상의 성인으로, 3개월(주 1회) 이상 정기적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지원 사항
- 봉사활동시 착용할 옷과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일반 분양
안내견 훈련 중에 안내견보다는 반려견으로 적합하다고 판단된 개는 일반 가정에 분양한다.

자격 요건
- 평소 개를 사랑하고 반려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다.
지원 사항
- 초기 분양시에만 간단한 사육용품을 제공한다.

신청&문의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031-320-8922 및 홈페이지 http://mydog.samsung.com에서 ‘안내견 자원봉사 참여하기’ 클릭


■글 / 윤현진(프리랜서) ■도움말·사진 제공 / 하우종(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홍보 담당자) ■참고 서적 /「나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하우종,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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