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장터에 설치된 칵테일 만드는 시설. 2·3 뉘른베르크의 소시지와 레브쿠헨 쿠키. 4 크리스마스 초콜릿 달력. 5 장터의 그림 같은 야경.
2 제가 뉘른베르크에 산다고 하면 사람들이 두 가지를 묻습니다. 첫 번째는 뉘른베르크 소시지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바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크리스마스 장터에 관한 것입니다. 16세기 중반부터 매년 뉘른베르크 중앙광장에서 아기 예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크리스마스 장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장터에서는 다양한 크리스마스 관련 용품들이 판매됩니다. 트리 장식 용품부터 귀여운 곰 인형, 독일의 전형적인 집 모양의 미니어처, 앙증맞은 원목 장난감, 크리스마스 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묻어나는 식기류와 생활 용품들까지 여러 종류의 물건을 장터에 가지고 나와 팔 수 있어요. 또한 장터를 나온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는 간단한 음식들도 종류별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3 크리스마스 장터에서 가장 사랑받는 가게는 바로 술을 파는 곳입니다. 독일은 겨울이 매우 춥기 때문에 사람들은 뜨거운 와인 한 잔을 마시고, 몸을 웅크리며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재미는 크리스마스 장터 기간에만 누릴 수 있기에 더욱 즐거워합니다.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장터가 유명한 이유가 또 있어요. 바로 적포도주에 럼주와 설탕을 넣고 열을 가해 칵테일을 만드는 세계 최대의 시설이 이곳에 설치되기 때문입니다. 직경 250cm, 높이 340cm의 대형 주전자가 최대 9,000L의 술을 쉬지 않고 만들어내 사람들의 추위를 달래주고 즐거운 분위기를 한층 무르익게 해줍니다.
4 장터에 오게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할 메뉴가 바로 뉘른베르크 소시지입니다. 베를린에서 온 독일 친구는 슈퍼마켓에서 파는 소시지와 별다를 게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 먹는다면 후회는 없을 듯합니다. 두 번째로 추천할 만한 먹을거리는 ‘레브쿠헨’이라는 달달한 쿠키로 하트 모양으로도 만들어져 장터에 온 연인끼리 선물하고 함께 먹기도 합니다.
5 이곳에는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 세어나가는 달력도 있습니다. 이 크리스마스 달력에는 날짜가 뒤죽박죽 엉켜서 새겨 있는데, 날짜를 하루하루 뜯어내는 재미가 무척 쏠쏠합니다. 그 밖에 많은 종류의 크리스마스 달력이 있는데, 저는 달력의 창문을 열면 그 안에 다른 종류의 초콜릿이 들어 있는 ‘크리스마스 초콜릿 달력’을 좋아합니다. 하나씩 빼 먹으며 하루하루 날을 세어가다 보면 성탄절이 더욱 기다려지거든요.
6 마지막으로, 2년 동안 독일 문화 기행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독일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을 매달 한 페이지로 담아내고 트위터 친구들의 질문에 대답해드렸던 즐거움이 저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과 언어의 딱딱함을 극복해야 하는 이곳 독일에서 혼자 사는 것이 아직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낯선 문화에 서서히 동화되는 저를 발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학 생활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독일, 그곳에서 뵙기를 소망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독일 통신원 오혜림(28)
www.twitter.com/LeipzigBegabung
600년의 역사를 지닌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영재교육 석사 과정 졸업 후 현재 에어랑엔 뉘른베르크 대학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독일의 교육과 심리학 저변뿐만 아니라 문화·정치·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그녀와 트위터 친구가 되어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그녀가 경험한 생생한 독일의 삶과 풍경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기획&정리 / 김민주 기자(www.twitter.com/min7765) ■글&사진 / 오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