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블랙컨슈머 더 이상 못 참아…고객은 왕? 진상 고객은 예외

막무가내 블랙컨슈머 더 이상 못 참아…고객은 왕? 진상 고객은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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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각각 승무원과 호텔 직원을 폭행한 일명 ‘라면상무’와 ‘빵회장’ 사건. 이들 사태를 계기로 진상 고객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다. ‘고객은 왕’이라는 미명하에 악질 고객들의 생떼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던 기업들도 속속 레드카드를 꺼내드는 분위기다.

라면을 문제 삼아 여 승무원을 폭행해 논란을 빚은 모 대기업 상무의 뉴스를 보다가 문득 10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기자가 학창 시절 백화점에서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였는데, 수영복 한 벌을 들고 매장을 찾아온 한 50대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다짜고짜 수영복을 매대 위로 내던지더니 바꿔달라고 했다. “별로 입지도 않았는데 늘어나서 못 입겠다”라고 하더니 “비싼 값을 받으면서 백화점에서 파는 브랜드 품질이 겨우 이 정도냐”라며 얼굴이 벌게지도록 언성을 높였다. 그런데 수영복을 살펴보니 누가 봐도 이미 수차례 입은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낡고 해진 상태였다.

막무가내 블랙컨슈머 더 이상 못 참아…고객은 왕? 진상 고객은 예외

막무가내 블랙컨슈머 더 이상 못 참아…고객은 왕? 진상 고객은 예외

브랜드 매니저가 나서서 제품에 문제가 없을뿐더러 여러 번 사용했기 때문에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계속 항의하던 고객은 결국 본인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자 “본사에 연락할 테니 어디 두고 보자”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다음날 본사에서도 매장에서와 같은 응대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고객은 이후 다시는 매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고객이라는 입장을 이용해 서비스하는 직원을 향해 생트집과 폭언, 협박, 폭력까지 휘두르는 악질 고객들은 여전히 많다. 다행히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계기가 돼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들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이 다소 강경해질 전망이다. 다수의 선량한 고객들과 직원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판단에서다. 악질 진상 고객에 대해서는 거래 거절부터 고소, 고발까지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여론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라면 상무 뺨치는 진상 고객 천태만상
“당장 내 앞에 와서 사과해” 번호 이동으로 새 휴대전화를 구매한 한 남성 고객. 기존의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번호 이동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2시간가량 휴대전화 사용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빌미로 무려 1천만원의 피해 보상금을 요구했다. 사전에 담당 직원의 안내가 있었음에도 자신은 그 내용을 들은 기억이 없다며 끝끝내 억지를 부리더니, 급기야 해당 상담원에게 자신의 집으로 직접 찾아와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요구를 했다. 더구나 밤 10시 이후에 방문하라는 비상식적인 조건까지 달았다. 업체 측은 고객의 억지 요구를 거절했고 끝까지 사과하라고 버티던 남성도 업체에서 단호하게 응대하자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고.

“4천만원어치 건강검진 공짜로 해줘” 30대 여성이 한 대형 식품 업체에 전화를 걸어 “이 회사 제품을 먹고 우리 가족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으니 책임져라”라고 말하며 1인당 1천만원 상당의 건강검진을 요구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을 더욱 어처구니없게 만든 것은 4인 가족 전체가 검진을 받아야겠다며 총 4천만원 배상을 주장한 것. 업체 측은 즉각 고객이 구매했다는 제품을 수거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를 접수한 후 해당 제품의 분석을 의뢰했더니 결과는 ‘이상 없음’. 무혐의 처리를 받았음에도 이 고객의 배상 요구가 계속되자 참다못한 업체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응수했다. 시종일관 큰소리치던 이 고객, 바로 잠잠해졌단다.

“가정 파탄 책임져” 아내 몰래 불륜을 저지르던 한 남성. 한 홈쇼핑 업체를 통해 내연녀에게 줄 선물을 구매했다. 남편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있던 아내가 뒷조사(?)에 나섰고, 남편의 구매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륜 정황이 드러났다. 아내가 이혼을 요구해오자 이성을 잃은 이 남성, 가정이 파탄 나게 됐다며 홈쇼핑 업체를 상대로 막대한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도무지 연관성이 없는 억지 주장은 결국 관철되지 않았고, 이 남성은 업계의 대표적인 ‘억지 진상 케이스’로 남았다는 후문.

“내가 바로 VIP다!” 해프닝이 일어난 장소는 한 카드사가 연회비 60만원 이상인 VIP 회원들을 위해 운영하는 청담동의 어느 멤버십 레스토랑. 일행 1명을 동반하고 온 VIP 고객이 10인용 자리에 앉고 싶다며 계속해서 억지를 부렸다. 직원이 곤란하다고 정중히 거절했지만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화가 난 이 고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급기야 직원에게 폭력까지 휘둘렀다. 카드사 측은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해당 고객은 바로 입건돼 사법 처리됐다.

“물건 받은 적 없는데?” 인터넷으로 운동화를 주문한 고객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격하게 화를 냈다. 상담원이 자초지종을 묻자 “노란색 운동화를 주문했는데 빈 박스만 왔다”라며 “똑같은 디자인의 갈색 운동화로 다시 보내라”라고 요구했다. 상품 출고 전에 검수는 물론 CCTV 촬영 등 세세한 검품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빈 박스만 배송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상담원은 포장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며 이같이 전했지만, 전화기 너머의 고객은 더욱 화를 내며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냐”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여러 명의 담당자와 통화를 요구하더니 결국에는 소비자 단체나 언론에 공개하겠다며 수차례 협박을 일삼았음에도 업체 측이 사실에 입각해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자 빗발치던 해당 고객의 전화가 어느 날 뚝 끊겼다.

막무가내 블랙컨슈머 더 이상 못 참아…고객은 왕? 진상 고객은 예외

막무가내 블랙컨슈머 더 이상 못 참아…고객은 왕? 진상 고객은 예외

“귀하에게는 물건을 팔지 않겠습니다”
이처럼 막무가내로 생떼를 쓰거나 유관 단체나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협박, 근거 없는 보상금 요구, 폭언, 폭행을 일삼는 진상 고객을 유통 업계에서는 ‘블랙컨슈머’라고 부른다. 정신적, 물질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이들은 오래전부터 기업들의 골칫거리로 여겨졌는데, 참다못한 기업들이 블랙컨슈머 대응 방책을 만들어 진상 고객 퇴치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직원들에게 ‘고객 컴플레인 대응 매뉴얼’ 교육을 실시한다. ‘자신의 부주의로 파손된 제품을 가지고 와 무작정 교환,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의 경우 일단 별도의 소비자 심의기관에 사안을 의뢰한다’, ‘매장에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소란을 피우면 고객과 사원 보호를 위해 비상 연락 체제를 가동하고, 사진과 동영상 등 추후 대응을 위한 입증 자료를 확보한다’ 등 상황별로 상세한 대응 지침이 포함돼 있다. 직원이 지침대로 행동했을 경우에는 설령 악성 블랙컨슈머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고. 진상 고객으로부터 받는 감정적, 경제적 피해를 적극적으로 막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현대백화점은 ‘원클릭 안심약속제’를 도입했다. 고의적으로 상습 클레임을 제기하는 악성 블랙컨슈머 예방 차원으로 고객이 상품 결제시 영수증과 함께 상품 안심카드와 선물 교환증을 자동으로 출력해 제공하는 제도다. 판매 사원이 상품 취급시 주의사항을 고객에게 설명했는지 안심카드에 서명하도록 하고, 선물 교환증에는 상품 판매처, 교환 기준 등의 정보가 적혀 있다. 블랙컨슈머들 중 상당수가 “상품 취급주의 정보를 들은 적 없다”라고 발뺌하며 억지성 교환, 환불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다.

콜센터는 특히 민원과 관계없는 폭언과 인신 공격성 발언, 성희롱을 일삼는 악성 고객으로 몸살을 앓는 곳. 지쳐가는 콜센터 상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들은 법적 대응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악성 민원 고객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콜센터 직원에게 성희롱, 폭언을 하는 고객에게는 두 차례 경고를 하고, 그래도 그치지 않으면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끊도록 하는 지침을 내렸다. 삼성카드, 신한카드 또한 고객의 폭언이 지속되면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연결해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경고 메시지를 들려준다. SK텔레콤은 상담원에게 폭언 등을 할 경우 전화상으로 1차 경고를 하며, 등록된 고객의 주소지로 내용 증명을 발송해 고소·고발 조치를 취한다.

식품 업계의 경우 멀쩡한 음식을 먹고도 “제품에 이물질이 들어 있었다”, “먹고 배탈이 났다”, “건강이 악화됐다”라며 피해 보상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 대상은 이들 블랙컨슈머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고객만족팀에 총 17명의 인원을 배치해 민원이 제기되면 즉시 현장을 방문해 제품을 수거한 후 식약청에 신고 접수를 한다. 이후 자체 식품안전센터에서 분석을 실시해 고객 민원의 사실 여부를 밝혀낸다. 만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내용에 따라 문제 상품과 일대일 교환, 답례품 증정 등 보상을 실시한다. 반면 문제가 없는 제품에 대해 악의적으로 협박해 보상금 요구를 지속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선다.

Mini Interview
GS샵 홍보팀 박신예

막무가내 블랙컨슈머 더 이상 못 참아…고객은 왕? 진상 고객은 예외

막무가내 블랙컨슈머 더 이상 못 참아…고객은 왕? 진상 고객은 예외

어떤 유형의 블랙컨슈머가 많은가?
과거 블랙컨슈머들은 상품이 ‘늦게 오고(배송 지연)’, ‘덜 오고(구성상)’, ‘안 오고(배송 오류)’, ‘상품 하자(품질 문제)’ 등 단순 상품 관련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문제 해결이 충분히 가능한 클레임이다. 하지만 최근 블랙컨슈머들은 피해 사례가 발생하면 소비자 단체와 국가 피해 구제 기관 등 제3자의 개입을 빌미로 협박하며 터무니없는 보상을 요구하거나 피해와 전혀 무관한 부분까지 확대해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범죄형’이 많아졌다.

이 같은 컴플레인에는 어떻게 대응하나?
우선 ‘선의의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응대한다. 컴플레인을 제기하는 고객을 무조건 진상 고객으로 치부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상담원의 인권 보호와 블랙컨슈머로 인한 일반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회사 내 법무팀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응한다. 블로그, 카페, SNS에 유포되는 클레임에 대해서는 신속한 모니터링과 소비자센터 제보를 통해 클레임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고 전문 상담원으로 하여금 응대하도록 하고 있다. 영업 방해, 금전적 손실을 끼칠 경우 고의성, 주문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거래 거절을 하기도 한다.

범죄형 블랙컨슈머들에게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이들은 일반적인 블랙컨슈머와는 엄연히 다르다. 거래 거절에서 그치지 않고 더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기죄, 공갈죄, 업무방해죄, 신용훼손죄, 명예훼손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 실제로 증명된 사안에 대해서는 즉각 고발 조치한다.

인터넷 쇼핑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고객들도 많다고 들었다
택배로 물건이 전달되는 점을 악용해 빈 케이스만 왔다며 부당이득을 노리는 악질 블랙컨슈머가 많다. 특히 보석, 카메라 등 고가 상품들의 경우 구성 상품이 누락되는 사고를 막고, 블랙컨슈머의 부당이득을 막기 위해 철저한 검증 단계를 거친다. 포장 단계마다 CCTV 촬영과 녹화 기록, 포장할 때 감정사의 감정 후 비닐 밀봉, 포장 후 최종 무게를 달아 누락 물품 확인 등 꼼꼼한 크로스 체크 후 상품을 배송한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치기 때문에 빈 케이스만 배송됐다는 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김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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