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소비생활_미국 편](3) Coffee&Tea in NYC
한국에 있을 때 하루에 커피 네댓 잔 이상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나는 거의 카페인 중독자였다. 신장이 그리 좋지 않아 의사 선생님께서 건강을 위해 물을 충분히 마시라고 꾸짖었지만, 커피와 차 종류를 하루에도 수차례 들이켰던 내가 맑은 물을 마시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까다로운 취향까지 갖고 있어 핸드 드립 커피 중에서도 만델링만 마시고, 캔 커피도 한 가지 브랜드의 한 가지 맛만 고집했으며, 캡슐 커피도 깐깐하게 고르곤 했다.
그런 내가 처음 뉴욕으로 이사했을 때 마주한 커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배신 그 자체였다. 맛있는 커피숍 자체가 드물었고, 평범한 다이너에선 아메리카노를 시키면 몇 시간 전에 내린 것 같은, 텁텁하기 이를 데 없는 드립머신 커피가 나오기 일쑤였다. 아메리카에서 제대로 된 아메리카노가 뭔지 모르는 곳도 있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하지만 다행히 미국 서부에서 유행한 ‘포어 오버(한국의 핸드 드립 커피)’ 커피가 동부로 넘어오면서 커피 원두를 직접 볶고 판매하는 커피숍들이 점차 많아졌다. 또 최근에는 트렌드세터들이 몰려드는 부티크 호텔의 1층에 내로라하는 커피숍들이 줄지어 오픈하고 있다.
[그녀의 소비생활_미국 편](3) Coffee&Tea in NYC
에이스호텔의 1층에는 포틀랜드에서 넘어온 스텀프타운 커피숍이 있다. 이곳 로비에 들어서면 패션 피플들이 몰려다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뉴욕 힙스터 청년들이 경쾌하게 라테아트를 만들어내고, 프렌치 프레스 커피를 내려주는 것이 특징. 또 커피 산지와의 직거래를 통해 커피 원두 생산에서부터 관여해 자신들이 원하는 커피 맛을 조절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이라인 파크, 갤러리와 고급 상점이 몰려 있는 첼시, 미트패킹 근처에 새롭게 문을 연 부티크 호텔 더 하이라인 1층에 자리한 인텔리젠시아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커피 빈 랭킹을 자랑하는 곳이다. 아메리카노 외에도 부드러운 카페라테와 카푸치노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따뜻한 날이면 호텔 앞 정원에 예쁜 커피 트럭이 문을 연다. 야외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여유라는 이름의 선물이다.
[그녀의 소비생활_미국 편](3) Coffee&Tea in NYC
커피에 못지않은 깊은 맛이 우러나는 티숍들도 유행이다. 그중 하나가 허니앤손즈. 프랑스 파리에 마리아주 프레르 티숍이 있다면, 뉴욕에는 허니앤손즈 티숍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접근성이 좋은 소호에 위치하고 있는데 매일 그 주에 숍에서 선정한 티를 무료로 테이스팅할 수 있다. 숍 한쪽에는 살롱 드 테가 마련돼 있어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티와 스콘 등을 맛볼 수 있다. 별도의 포장 구입도 가능하다.
블리커 스트리트와 허드슨 스트리트를 연결하는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레인보우 깃발이 나부끼는, 게이 스트리트로도 잘 알려진 이 작은 길 위에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커피&티숍 맥널티가 있다. 손 때 묻은 저울에 커피와 티의 용량을 달고, 수많은 블렌딩 티를 직접 유리병에서 꺼내 담아주는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이곳은 하루 종일 로컬 뉴요커들이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다. 오래전 뉴욕의 정취까지 함께 발견할 수 있으며 가격까지 매우 합리적이다.
[그녀의 소비생활_미국 편](3) Coffee&Tea in NYC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한국에서 패션 매거진 피처 에디터로 10년 넘게 근무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외국인 남자를 만나 뜨겁게 연애하고 결혼에 골인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고 있다. 집값도 비싸고 물가도 만만치 않지만 그보다 더 큰 기쁨을 주는 도시, 뉴욕에서 전직 에디터답게 맛깔스러운 소비생활을 안내한다.
■기획 / 김지윤 기자 ■글&사진 / 손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