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국원 / Oil on Canvas / 145.5×89.4cm
작가 우국원의 그림에는 언어가 등장한다. 회화라는 것 자체가 무언가를 특정 지어 한정하는 문자를 대신해 이미지를 언어로 삼는 것인데, 그는 이 2가지를 혼용한 기억과 감정을 기록한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텍스트가 가진 의미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이 텍스트들은 읽기 힘들 정도로 삐뚤빼뚤하다. 빠르게 지나가는 기억을 가두기 위해 재빨리 그려낸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머릿속에 저장되는 형태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우국원 / Oil on Canvas / 112.1x162.2cm
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속에서 느낀 감정과 환상을 섞어 또 다른 도상들로 기록하는 우국원 작가의 작품들은 매우 자유롭게 느껴진다. 그의 작품에는 주로 동물들이 단편적인 아이콘으로 혹은 우화에 나올 것 같은 의인화된 모습 등으로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갈무리되지 않은 형태와 필치 때문에 마치 순수한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보인다. 짜인 선묘 안에 색을 가두지 않고 색채 또한 정리되지 않은 것이 묘한 해방감과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박승훈 / Digital C Print / 100×125cm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 미로처럼 복잡한 거리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 모습이 연말의 화려한 도시 풍경을 연상시킨다. 가라앉은 중성적인 컬러, 분절된 요소들 때문인지 화려한 겉모습 속에서 고독함과 쓸쓸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사진으로 작업하는 작가 박승훈의 작품에 등장하는 도시와 건축물 그리고 거리는 불완전한 형태를 담은 이미지의 파편들로 분리되고, 그 조각들은 마치 모자이크를 만들 때의 작은 테세라처럼 하나씩 다시 붙여진다. 작은 이미지 조각들은 때로는 리드미컬하게, 때로는 서로 불협화음을 빚으면서 결국은 미묘한 시각적·심리적인 울림을 가진 색과 형태와 면으로 된 하나의 파사드를 출현시킨다.
반짝반짝하게 가공된 못이 둥글기보다는 편편해서 빛을 반사하면서 태워진 나무에 박혀 있다. 사방으로 향한 못이 마치 자석의 힘에 이끌리는 듯한 패턴을 만들고, 검게 그을린 나무는 그러한 구부러진 금속에 어두우면서도 드라마틱한 배경을 마련해준다. 은색과 검은색의 조합인 외면의 특성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 조각 작품은 작가 이재효의 작품이다. 작가는 외관상 개별적인 개체의 군집으로 형상화를 꾀한다. 개체의 개별적인 성질에도 최종 형태는 단일 형상으로 귀결되는데, 그 형상은 자연의 본성이나 원형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1981년 여의도미술관으로 출발한 표갤러리는 국제적인 마인드와 경영 방침으로 새로운 예술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김창열, 천경자, 박서보, 이우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뿐만 아니라 신진 작가를 발굴·양성하고 있으며, 국내외 다양한 아트페어에 참여해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우리의 예술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진행 / 이은선 기자 ■자료&그림 제공 / 표갤러리(02-543-7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