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초월한 아름다움 - 금동관음보살입상

옛것을 만지다

종교를 초월한 아름다움 - 금동관음보살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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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한 얼굴형에 눈은 크고 옆으로 길게 찢어졌다. 코와 입은 오밀조밀 작은 편이다.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를 띠었고, 전체적인 표정에서는 매우 온화하고 친근한 인상을 풍긴다. 이것이 현존하는 금동불 가운데 가장 여성미가 뛰어나다는 금동관음보살입상의 모습이다.

[옛것을 만지다]종교를 초월한 아름다움 - 금동관음보살입상

[옛것을 만지다]종교를 초월한 아름다움 - 금동관음보살입상

무녀인가, 보살인가
보살이란 분명 ‘석가의 가르침을 깨달은 구도자’ 중 하나일 텐데 관음보살상은 마치 춤추는 무녀(舞女)를 보는 듯 조각이 섬세하고 유려하다. 머리에는 삼면이 장식된 높은 관을 쓰고 있는데, 정면에 관음보살을 상징하는 장식물이 유난히 크고 뚜렷하게 만들어져 있다. 양 어깨에 걸쳐진 ‘볼드한’ 목걸이 장신구는 지금 보아도 잡지 화보에서나 쓸 수 있는 무척이나 화려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착용한 의상 또한 신체를 따라 물결 형태로 흐르듯 걸쳐져 아름답고 우아하다. 곱게 쥔 손의 곡선과 잘록한 허리선은 참으로 섬약해 보인다.

여기서 드는 의문! 그럼 관음보살은 여성이란 말인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관음보살상은 대체적으로 여성미가 강조됐다고 한다. 원래 인도 혹은 간다라 관음보살상은 수염을 달고 있는 건장한 남성성으로 표현됐다. 기록에 따르면 관음보살은 남성과 여성을 두루 통하는 통성이라 했고 성을 초월한 성격을 가진다. 그런데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관음보살상이 여성화가 된 걸까? 관음보살은 중생이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홀연히 나타나 고난을 면하게 해주는 석가의 제자다. 어떤 잘못을 한 중생이라도 그 앞에서는 용서를 받는다. 그런 면이 어머니의 절대적 사랑을 연상시켰고 어머니의 형상으로 표현하다 보니 여성미가 강조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 고대 역사가의 학설 중 하나다. 그 옛날부터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자식에 대한 희생정신과 모성애가 신의 영역을 넘나들 정도로 강했던 건 아닐까. 1천 년이 넘은 불상 앞에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이상문의 고미술품 올바로 보기
금속 감정하는 법 금속을 감정하는 것은 고미술 감정 중 가장 어렵다고들 한다. 수집가들이 이런저런 고미술품을 모으다 마지막 종착지가 바로 금속 수집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모든 물건에 감식안이 넓어졌을 때, 또 자신이 생겼을 때 드디어 금속 분야로 입성할 수 있을 정도로 감정이 어렵다는 뜻이다(금속 고미술품 중에는 유독 모조품이 많기도 하다).

금속을 감정할 때 우선 보는 것이 녹이다. 오래된 금속은 녹이 나게 마련. 그것이 자연 녹인지 인위적으로 만든 녹인지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자연 녹은 냄새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약간의 흙내가 나지만 특유의 녹내는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공 녹은 화공약품으로 산화시켰기 때문에 아직도 산화가 진행되는 중이므로 냄새가 심하다. 필자가 고미술품을 배울 때는 혀를 대보기도 했다. 오래된 녹은 혀에 있는 수분을 흡수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녹이 아무리 두꺼워도 달라붙지 않는다. 가장 예민한 신체기관을 이용한 감정이지만 지금은 절대 추천할 수 없는 방법이다. 가품에 사용된 화공약품으로 인해 인체에 치명적으로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금속류 고미술품을 접하다 보니 이제는 눈을 감고 맨손으로 녹을 살짝 만져본다. 손에 있던 수분을 싹 빨아들이면 진품이다. 오랜 수련은 잠재돼 있던 동물적인 감각을 깨운다. 가품으로 의심이 될 때는 녹을 칼끝으로 조금 떼어 핀셋으로 집고 알코올램프나 라이터로 불을 붙여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인공 녹은 파란 불꽃이 생기며 타고 찌꺼기가 남지 않는다.

통일신라 8세기 중엽 금동관음보살입상.
이상문 소장품.

*‘옛것을 만지다’는 이달을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김정원 ■도움말 / 이상문(고미술품 감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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