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에 관한 법적 매뉴얼 알아보기
가족학자 다이애너 기틴스는 저서 「가족은 없다」를 통해 미래에 이혼제도로 인한 가족 해체는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 진단했다. 사회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주변 시선보다 개인의 행복을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 여정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만큼 고통스러운 가정을 지키기가 더욱 힘들어진 면도 있다. 상대방의 명백한 귀책사유로 이혼을 결심한 사람들은 고민이나 어떤 준비 없이 헤어짐이 가능하다. 그러나 성격 차이로 인한 갈등이 누적되고 해결하려고 해도 개선되지 않을 때, 그럼에도 상대방이 이혼을 원치 않을 때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혼 매뉴얼’은 그들을 위한 조언이다. 이혼하려면 무엇과 무엇을 준비하라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불행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이나 무리 없이 결혼생활을 했던 이들이 손해 보지 않는 이혼을 하기 위한 이야기다. 이혼은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을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일이다. 이혼자들은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생각이 얕은 사람이라는 편견도 버려야 할 것이다. 이혼은 결혼보다 몇 배는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Manual 01 가정 폭력에 대처하는 법
명백한 폭행의 흔적이 남아있다면 진단서를 마련해놓는다. 멱살을 잡거나 뺨을 한 대 때리는 등 정도가 가벼운 가정폭력이나 혹은 집기를 던져 위협을 받았을 때는 경찰에 신고해 기록을 남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법정에서는 양측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증거를 대거나 입증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손을 들어준다. ‘솔로몬의 재판’처럼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주며 진실을 판단해줄 거라 기대하면 오산이다. 재판은 내가 주장하는 것에 대한 증명을 하는 과정이다. 한 가지 짚어야할 점은 입증 자료 수집은 이혼의 마음을 굳힌 후에 행해져야 한다. 혹시 모를 이혼에 대비해 자료를 만들겠다는 심산이라면 주의하자. 그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해 헤어짐의 결과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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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신체적, 정신적 혹은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신체를 직접 때리지 않아도 물건을 던진다든가 때리려고 위협하거나 어깨나 목을 꽉 움켜잡는 것도 신체적 폭력이다. 그 외에도 일을 못하게 하고 경제권을 통제하는 경제적 폭력, 욕설과 모욕감 등 언어적 폭력, 강압적인 성적 행동인 성적 폭력 등도 가정 폭력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재판부에 따라 “10년간 부부생활을 했는데 한 번 뺨을 때리거나 밀쳤다”라면 이혼 사유가 될 만큼 부당한 대우라고 보지 않을 수 있다. 이혼 사유에 대한 입증을 폭력에 두지 않고 그 갈등에 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잦은 충돌이 있다는 것은 다른 갈등의 원인이 있다는 의미니 말이다.
Manual 02 관계 개선 위한 내 노력 입증하기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혼인을 지속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은 부부의 의무다. 예를 들어 “남편 혹은 아내의 태도가 나와 맞지 않아 힘들었고 그래서 이혼을 원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재판부가 하는 말은 하나다. “서로 맞지 않아 힘들더라도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고쳐나가야지 못 살겠다고 돌아서면 되는가.” 실제로 이런 식으로 이혼 성립이 안 되는 경우가 꽤 된다. 재판부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당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주목한다.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그럼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재판부는 노력의 근거를 무엇으로 판단할까? 갈등 해소를 위한 편지나 이메일도 해당되고, 부부 상담이나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력도 자료가 된다.
Manual 03 재판에서 인정하는 외도 입증 자료
이혼과 더불어 형사 처분을 받는 간통은 둘의 성관계를 입증해야 하지만 이혼 소송에서는 혼인 외에 이성적인 관계만으로 충분한 사유가 된다. 즉 성적인 관계가 성립되지 않아도 되고, 직접 만났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등의 이성 관계에서 오가는 표현만으로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실제로 제출되는 입증 자료들은 대부분 메신저 내용,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이도저도 없을 때는 재판을 통해 상대방의 1년간 통화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통화나 문자메시지 횟수라든가 야간의 긴 통화도 부정행위의 입증 자료다. 때로는 목격자의 진술을 제출하기도 하지만 그 목격자가 중립적인 입장이어야 인정되기 때문에 재판부가 진술 자체를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 외도에도 시효가 있다
피해 배우자가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고 6개월이 지나거나, 배우자가 몰랐어도 부정행위가 있던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 일정 시간이 흐르면 재판부는 서로 묵인하고 덮고 살기로 결심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부정행위로 인해 부부의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면 재판부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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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결심한 상황이면 계속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취해야 한다. 그러나 녹취 방식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상대방이 녹취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내(당사자)가 하는 녹음은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제3자가 녹음을 하거나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잡겠다고 몰래 녹음기를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다. 증거 채택도 안 될뿐더러 그 자체로 형사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요즘은 블랙박스가 외도의 입증 자료가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일부러 설치한 것이 아니라서 채택이 가능하다.
Manual 05 자녀들의 진술서는 웬만하면 자제
황혼 이혼 소송의 경우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해줄 자녀들의 진술서가 제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변호사들도 가급적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부부가 최종 수단으로 이혼을 했더라도 부모 자식 관계는 여전히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 진술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 죄 없는 자식들에게 상처나 큰 짐을 지울 수 있다.
Manual 06 소송보다는 합의로 해결
이혼은 최대한 많이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결심이 섰다면 상대방을 합의로 이끌어 이혼하는 것이 가장 순조로운 방법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상대방이 합의를 약속하고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이혼 후 분배할 재산을 뒤로 빼돌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몇 번의 합의를 시도해보고 상대방의 태도를 통해 진심으로 동의하는 건지, 회피를 위한 핑계를 만드는 것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 소송만큼은 아니지만 합의도 쉽지 않은 과정이라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다. 그러다 결국 재판으로 가는 것은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안지영,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조숙현(법무법인 한결 변호사)